읽다 89

20241026 | 모순 / 양귀자

표지를 바꿔가며 끊임없이 나오고 또 나오는 작품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궁금했다. 도대체 무슨 책이기에? 어떤 내용이기에?  모순 / 양귀자    ■책의 뒤에 덧붙은 작가의 말 같은 건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은 그것마저 작품의 일부인 것처럼 느껴져 연달아 같은 마음으로 읽어 내렸다.   행복과 불행, 삶과 죽음, 정신과 육체, 풍요와 빈곤. 의 창작노트 곳곳에는 이런 종류의 복합어들이 아주 많이 발견된다. 흘려 쓴 글씨로 붙박여 있는 그 편린들은 아마도 주제에 관한 내 마음의 무늬일 터였다.얼마 전부터 나는 이런 식의 서로 상반되는 단어들의 조합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하나의 개념어에 필연적으로 잇따르는 반대어, 거기엔 반드시 무슨 곡절이 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 곡절을 보편성으로 풀어 ..

읽다 2024.10.31

20241023 | 바그다드의 프랑켄슈타인 / 아흐메드 사다위

도서관 책장 사이를 활보하다 제목이 눈에 띄었다. 또 아무 생각 없이, 아무 정보 없이 그냥 빌려 옴.   바그다드의 프랑켄슈타인 / 아흐메드 사다위    ■폐품업자 하디의 손에서 태어난 무명씨, 여차저차 무명씨의 정체는 하디라고 밝혀지고 무명씨의 공포에서 벗어나며 마무리되는 이야기 그러나 어딘가에 여전히 살아남아 그 광경을 바라보는 무명씨 시체의 조각들로 몸을 기워가며 살아가는 무명씨는, 그곳이 바그다드이기 때문에, 폭발과 죽음이 일상적인 곳이기 때문에,썩은 육체의 부분부분을 계속 바꾸어 가며 살아갈 것이다  라고 급하게 메모를 해 둔 게 남아 있네.   ■사실 처음엔 뭐가 뭔지 바로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일단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낯설어 단번에 관계가 파악되지 않았고, 이야기가 다소 혼란스럽게 서술되..

읽다 2024.10.26

20241021 | 13계단 / 다카노 가즈아키

앞서 를 너무 재미있게 잘 봐서 작가의 다른 작품 중 제일 유명해 보이는 에 바로 도전했다.    20241019 | 제노사이드 / 다카노 가즈아키일령이 담임 선생님이 일령이에게 추천해주심 ↓일령이가 읽고 일령 모친과 나에게 추천함 ↓ 읽음 제노사이드 / 다카노 가즈아키  ■일령이가 읽고 영업할 당시, 내용을 열심히 설명해줬었karangkaran.tistory.com   13계단 / 다카노 가즈아키   ■살인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사형수가 있다. 하지만 사건 당시 오토바이 사고로 인해 사건 당시의 기억은 남아있지 않다. 증거와 정황으로 범죄가 인정되어 이제 곧 형 집행을 앞두고 있는 사건을 재수사하고 사건의 진위를 밝혀내는 이야기다.   ■익명의 의뢰인으로부터 사건 재수사를 의뢰받아 움직이게 되는 사..

읽다 2024.10.22

20241019 | 제노사이드 / 다카노 가즈아키

일령이 담임 선생님이 일령이에게 추천해주심 ↓일령이가 읽고 일령 모친과 나에게 추천함 ↓ 읽음 제노사이드 / 다카노 가즈아키   ■일령이가 읽고 영업할 당시, 내용을 열심히 설명해줬었는데 내가 받아들인 것은 "초인류를 말살하려는 세력과 그들을 보호하려는 세력 간의 싸움" 정도였다. 그다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아서 책을 읽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일령이의 추천을 매번 모른 척 하기 미안해서 한번 읽어보자 싶었다. 그만큼 처음엔 별로 흥미가 없었다는 뜻.   ■근데 이거 생각보다 굉장히 스케일이 크다. 내가 이해했던 것보다 훨씬 심오하고 다양한 인물들과 세력들이, 그 규모가 범지구적으로까지 확대된다. 아니, 범인류적이라고 해야 하나.   ■다 읽고 나니 일령이가 설명한 내용들이 이해가 된다. 심지어 꽤 잘 ..

읽다 2024.10.22

20241016 |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 이꽃님

일령이와 일령 모친의 추천이었다. 이건 둘 다 좋다고 했다. 그래서 봤다.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 이꽃님    ■듣고 싶지 않은 다른 사람의 속마음이 들리는 아이, 유찬스스로 태어나선 안 되었다고 생각하는 아이, 하지오 전학 온 지오가 곁에 있으면 유찬이에게 다른 사람들의 속마음이 들리지 않는 마법같은 이야기.  ■미혼모의 딸인 지오와 화재로 부모님을 잃은 유찬이 유도의 마을 번영에서 만난다. 이래 저래 엮이고 각자가 가지고 있던 상처를 치유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근데 나는 생각했던 것만큼은 아니었다. 뭐라 해야 하지. 진작 풀 수 있는 오해를 굳이 안 풀고 내내 묵혀둔 찜찜함,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각자의 상처를 가진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서로를 위로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감..

읽다 2024.10.18

20241016 |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 정세랑

나보다 먼저 이 책을 읽은 일령이와 일령 모친의 의견이 갈렸다. 일령 모친은 딱히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일령이는 아주 재미있었다며 나에게 추천했다. 자, 나는 과연 어느 쪽의 취향을 따를 것인가.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 정세랑     ■처음에 대강의 설명을 들었을 땐 다소 흔한, 어쩌면 아류같기도 한 설정이 의아했다. 집안의 남자의 역할을 대신해 성을 바꾸고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라고 하면 누구나 쉽게 떠올리게 되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기대를 조금 내려놓았고, 어쩌면 약간은 미심쩍어하며 읽기 시작했다.   ■결론은, 일령이에게 조금 더 기울어졌다. 처음엔 잘 몰랐는데 읽을수록 매력이 느껴지는 소소하고 잔잔하고 순수하고 순한 맛의 착한 수사 추리극이었다. 추리극이긴 하지만 ..

읽다 2024.10.18

20241015 | 저주토끼 / 정보라

예전부터 관심은 갖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았다. 희한하지. 그러다 요상한 의식의 흐름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관심이 건너건너 가다 부커상 후보작이었던 저주토끼에 다시 관심이 생겼다. 이참에 읽어볼까하고 빌렸다.  저주토끼 / 정보라    ■진작부터 알고 있었던 유명한 작품임에도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았던 건, 내 취향이 아닐거라는 직감때문이었나보다. 내가 이렇게 감이 좋은 사람이 아닌데 어째 는 이렇게 딱 들어맞았는지.   ■단편집이다. 대표작인 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묘한 으스스함이 전체적으로 녹아 있다. 환상 호러라는 장르라고 한다. 이런 느낌의 소설들을 막연히 '환상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거기서 더 세분화 된 갈래를 알게 되었다. 환상호러.   ■저주토끼갉아먹고 갉아먹는 토끼때문에..

읽다 2024.10.17

20241012 | 완벽한 딸들의 완벽한 범죄 / 테스 샤프

도서관 책장을 지나치다 우연히 보았고 강렬한 제목과 표지의 색감에 반해 빌려왔다.  완벽한 딸들의 완벽한 범죄 / 테스 샤프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미 없었다. 그래서 대충 읽었다. 내 취향은 확실히 아니다.   ■정신사납게 시점을 오간다. 그게 매력이 되는 경우도 있으나 이 책은 나에게 정신사나움과 산만함을 줄 뿐이었다. 은행강도와 직면한 현재의 상황과 과거 주인공이 겪었던 일들(사기꾼 엄마 밑에서 자라며 해온 여러가지 가식적이고 연극적인 일들, 범죄 공모자로서의 삶 같은)을 오가는 두 개의 시간선이 마지막에 하나로 모여든다. 그래서 소녀가 미래로 나아가는 것까지 보여주며 이야기가 끝난다.   ■'뭔가 중요한 것'이 있는데, 자꾸 그걸 숨겨둔 채로 대화를 나누고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숨겨진 과거가..

읽다 2024.10.13

20241009 | 스토너 / 존 윌리엄스

워낙 유명한 책이고, 요즘 너무 흥미 위주로만 가볍게 책을 읽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슬쩍 끼워 넣어 봤다. 그치만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고, 재미가 없을 것 같다는 선입견에 내가 이걸 과연 읽기는 할까.. 하는 의구심마저 있었다.  스토너 / 존 윌리엄스    ■내가 과연 이걸 읽기는 할까? → YES재미 없을 것 같다 → NO  ■뭐지요? 굉장히 잔잔한데 재미있고 흥미롭고 몰입되는 이 소설은??   ■스토너라는 인물의 일대기다. 청년기에서부터 시작된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그의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아주 차분하고 담담하고 한발짝 물러선 시선으로 스토너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게 진짜 신기하게 엄청나게 몰입이 된다. 그의 삶이 주는 애환이랄까. 스토너 본인은 너무도 덤덤하고 묵묵한데 그걸 지..

읽다 2024.10.12

20241005 | 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 딸들 / 로리 넬슨 스필먼

도서관 구경하다가 진짜 말도 안되게 표지와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빌려온 책. 이렇게 충동적으로 빌려온 책이 재미있고 마음에 들기가 쉽지 않은데, 과연.  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 딸들 / 로리 넬슨 스필먼   ■일단 요즘 날씨가 너무 기가 막혀서 맨날 밖에 나가서 책 읽고 혼자 행복해하고 있다. 요 며칠, 평소보다 훨씬 많은 책을 읽는데 아마도 이 기가막힌 날씨가 한 몫 했을 것. 무엇보다도 의 배경이 이탈리아다보니 요런 화창하고 눈부신 날씨 속에서 책을 읽으면 나도 마치 이탈리아의 한복판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과 환상을 느낄 수 있다─는 건 그냥 내 생각.  ■가볍고 발랄하고 경쾌한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완벽히 맞았고, 거기에 감동도 더해졌다. 여자들만 나오는 여자들 얘기이고, 그들이 나 자..

읽다 202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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