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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책장 사이를 활보하다 제목이 눈에 띄었다. 또 아무 생각 없이, 아무 정보 없이 그냥 빌려 옴.
바그다드의 프랑켄슈타인 / 아흐메드 사다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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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품업자 하디의 손에서 태어난 무명씨,
여차저차 무명씨의 정체는 하디라고 밝혀지고 무명씨의 공포에서 벗어나며 마무리되는 이야기
그러나 어딘가에 여전히 살아남아 그 광경을 바라보는 무명씨
시체의 조각들로 몸을 기워가며 살아가는 무명씨는,
그곳이 바그다드이기 때문에,
폭발과 죽음이 일상적인 곳이기 때문에,
썩은 육체의 부분부분을 계속 바꾸어 가며 살아갈 것이다
라고 급하게 메모를 해 둔 게 남아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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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엔 뭐가 뭔지 바로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일단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낯설어 단번에 관계가 파악되지 않았고, 이야기가 다소 혼란스럽게 서술되기 때문이었다. 카페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듣는 상황인 것 같은데 그 이야기가 현재 진행형으로 펼쳐지다 갑자기 카페로 돌아와 대화를 나누고, 그러다 다시 과거 어느 시점으로 가서 다른 인물을 설명하고, 설명에는 또 낯선 다른 등장인물이 등장하고, 이런 식이다. 책의 약 1/3 정도를 읽은 후에야 주요 등장인물이 누구인지, 뭘 하는 사람인지, 이름이 뭔지를 대강 다 파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절반이었을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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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기반에 환상소설 요소를 한 큰술 정도 넣은 소설이다.
밤이 되면 엘시바는 그림 속 제오르지오 성인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제목에 나오는 '프랑켄슈타인'은 정말 우리가 알고 있는 그 고전 괴물의 모습을 그대로 따왔고, 누군가의 영혼이 그 속에 들어가 실제로 살아 움직이고 사유한다.
그 괴물(무명씨, 혹은 대니얼, 혹은 몸을 잃은 영혼 하시브) 을 만들어낸 하디와, 그 괴물을 살아돌아온 아들이라고 믿는 엘시바, 그리고 하디의 이야기를 듣고 전하게 되는 언론사 기자 마흐무드가 주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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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에 그려진 현실이 너무 끔찍하다. 그 끔찍함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너무 슬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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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디
어떤 시체든 코가 있어야 화룡점정이다. 마침내 일이 끝났다. 끔찍한 작업이지만 하디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끝냈다. 하지만 청중들은 이번에도 헛소리라고 여기는 눈치였다. 아무리 생생하게 설명해도 소용이 없었다. "경찰에 넘길 생각이었어. 쓰레기처럼 거리에 버려졌지만 이제는 온전한 시체니까. 이봐, 시체도 사람이라고. 인간." 그가 우겼다. "온전한 시체는 무슨. 아저씨가 억지로 만든 거죠." 누군가 항변했다. "그래서 온전하게 만든 거야. 안 그러면 쓰레기 취급을 받으니까. 다른 시신들처럼 소중히 다루고 신분에 걸맞게 장례도 치러주고 싶었어." |
그는 길바닥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 차량폭탄이든 뭐든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 그렇다면 이곳이야말로 죽기 딱 좋은 장소이리라. 그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어두워질 때까지 그곳에 앉아 있었다. 그날 하루 동안만 해도 터지거나 해체된 폭발물이 10여 건은 있었을 것이다. 단 한 건의 차량폭발도 없이 지나간 날이 있었던가? 뉴스만 틀면 사람들이 수도 없이 죽어갔건만 자기는 왜 아직까지 살아있는 것인가? 그래, 언젠가는 TV에 나오게 될 거야. 그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게 운명임도 잘 알고 있었다. |
하디는 좀 더 상상력을 가미한 이론을 제기했다. 즉, 자기가 여러 피살자들의 신체부위를 모아놓은 것에 누군가의 영혼이 들어오고, 거기에 다시 누군가가 이름을 붙여주어 이토록 기이한 존재가 완성되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들은 복수를 해야만 편히 잠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희생자들의 조합이므로 복수가 필연이다. |
소문에 따르면 아주 위험한 범죄자여야 하겠지만 실제로 그런 존재와는 거리가 멀었다. 아부 자이둔을 죽인 이유는 대니얼 타드로스의 복수를 위해서였다. 매음굴 경관은 무명씨의 손가락 주인을 죽게 만들었다. 물론 남은 임무도 끝까지 완수할 생각이다. "어디까지 가야 끝이 납니까? 언제 멈추죠?" 마흐무드가 물었다. 하디는 잠시 뜸을 들이고 나서야 대답했다. "모두 죽일 생각이야. 그를 죽게 만든 범인들 모두." "그럼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하고?" "그전으로 돌아가겠지. 죽어서 부패할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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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씨(혹은 대니얼, 혹은 몸을 잃은 영혼 하시브)
무명씨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신체부위에 해당하는 사람의 복수를 하지 못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 부위가 떨어져 나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복수를 완수한다 해도 피해자의 부위는 어쨌거나 떨어져나갈 수밖에 없다. 더 이상 필요가 없다는 뜻이겠지? |
"그뿐이 아니오. 사람들이 나를 나쁜 괴물로 여기고 있소. 나보고 범죄자라고 욕을 하는데 그건 사실을 몰라서 그래요. 나야말로 이 나라에 유일하게 남은 정의란 말이오." |
저 폐품업자가 정말 나를 창조한 아버지일까? 아니다, 그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의 의지를 실행하는 심부름꾼에 불과하다. 이 말은 어머니 엘시바한테 들었다. 엘시바는 가련한 여인이다. 그러고 보면 모두가 가엾다. 그리고 나는 가여운 이들의 소환에 응답했다. 나는 구원자다. 어떤 점에서든 저들이 기다리고 바라던 구세주다. 법의 근육이 지금껏 딴청만 부리고 있으니 희생자와 가족들의 기도가 하늘에 닿아 비로소 강력한 힘이 생긴 것이다. 어둠의 정수가 꿈틀거리며 나를 낳았노라. 그리하여 불의에 종말을 고하고 죄인들을 징계하라는 소명을 받들었다. |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신의 임무는 근본적으로 살인이다. 매일 매일 새로운 인물을 죽여야 하건만 누구를, 왜 죽이는지가 점점 모호해져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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