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어장 41

단어장 | 더리다 / 더림 (in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 박완서)

박완서 中 오빠가 재혼할 때 속이고 한 건 아니었다고 해도 우리는 초혼의 자취를 집 안에서 말끔히 없애려고 세심한 데까지 신경을 썼었다. 그건 오빠의 마음속까지 그렇기를 바라는 우리 모두의 바람이었고, 새 식구에 대한 따뜻한 배려였다. 그러나 오빠는 한 번 그 말을 꺼내자 올케 앞에서도 거리낌 없이 꼭 그러고 싶다고 애원하다시피 했다. 천안 소리에 엄마가 펄쩍 뛰자 오빠는 '거기'라는 말로 지명을 대신했다. 나는 '거기'라는 말이 더 싫었다. 오빠가 유아적인 더림을 뚝뚝 떠는 것 같아 닭살이 돋으려고 했다.    더리다(더림)1. 형용사 격에 맞지 않아 마음에 달갑지 않다 2. 형용사 싱겁고 어리석다3. 형용사 마음이 더럽고 야비하다    3번의 뜻에 가까우려나.'억지'나 '고집'같은 말보다 더 심하게..

└ 단어장 2024.12.09

단어장 | 여투다 (in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 박완서)

박완서 中 조금이라도 미리 계획을 세워 피난을 간 집일수록 먹을 만한 것을 남겨놓지 않았다. 김장도 안 했는지 먹을 거라곤 우거지 한 오리도 없는 집도 있었다. 그런 집에선 허탕을 치는 것보다 더 싫은 게 앞으로 먹고 살 일에 자신이 없어지는 거였다. 그래도 우리는 그동안 열심히 여퉈 놓은 게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여투다 동사 돈이나 물건을 아껴 쓰고 나머지를 모아 두다.   맥락 상 이해는 되었으나 낯선 어휘라 건져 놓음.사실 예문 중 '우거지 한 오리'의 '오리'도 낯선 단위인데 단위인 건 알겠어서 그냥 넘어감.그래도 찜찜해서 찾아봄.  오리: 실, 나무, 대 따위의 가늘고 긴 조각 / 실, 나무, 대 따위의 가늘고 긴 조각을 세는 단위 '실 한 올' 할 때의 '올'이랑 의미나 발음이 비..

└ 단어장 2024.12.06

단어장 | 눋다 (in 천마총 가는 길 / 양귀자)

양귀자 中 그 순간의 어디쯤에서 그는 고문자들이 주고받는 말을 듣게 되었다. 내 딸이 피아노 경연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대. 한 사내가 자랑스럽게 말하였다. 우리 큰놈은 공부는 잘하는데 몸이 약해서 말야, 좀 있으면 고3이 될 텐데 큰일이라구. 고문자들의 대화를 좀더 자세히 듣고 싶었지만 터져나오는 단말마의 비명을 어쩔 수 없었다. 이제는 목이 잠겨서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못할 정도였고 콧속에서는 타는 냄새, 눋는 냄새까지 피어올랐다. 몸이 약한 아들을 걱정하고 피아노에 재주가 있는 딸을 자랑하고 있는 고문자들 옆에서 그는 몸서리를 쳤다. 소름이 끼쳤다. 최후의 몸부림으로 악을 쓰고 있는 한 인간을 옆에서 지켜보며 아무렇지도 않게 자식 이야기를 하는 고문자를, 아아, 그는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   눋..

└ 단어장 2024.11.26

단어장 | 보꾹 (in 나목 / 박완서)

보꾹지붕의 안쪽. 지붕 안쪽의 구조물을 가리키기도 하고 지붕 밑과 반자 사이의 빈 공간에서 바라본 반자를 가리키기도 한다.  박완서 中 나는 이불을 푹 썼다.그래도 들리는 흉가를 흔드는 바람소리. 행랑채의 뚫어진 지붕으로 휘몰아쳐 들어와 부서진 기왓장을 짓밟고, 조각난 서까래를 뒤적이고 보꾹의 진흙을 떨구고, 찢어져 늘어진 반자지와 거미줄을 흔들고, 쌓인 먼지를 날리느라 마구 음산한 휘파람 소리를 내며 돌아다니는 바람은 이불 속에서 귀를 막아도 사정없이 고막을 흔들어 댔다.   집의 구조물을 가리키는 말들이 낯선 게 진짜 많다. 예전에 더그매도 되게 낯설고 처음보는 단어라 단어장에 적어뒀었는데,희한하게 그 이후로는 종종 더그매가 눈에 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건가.    단어장 | 더그매「 캐리 ..

└ 단어장 2024.11.22

단어장 | 구뜰하다 (in 나목 / 박완서)

구뜰하다형용사 변변하지 않은 음식의 맛이 제법 구수하여 먹을 만하다   박완서 中 나는 이 중정에서 다시 한 번 행랑채의 이지러진 한쪽을 돌아보고 쫓기듯이 쪽문을 지나 어머니의 손을 놓고 단 하나 불이 켜진 안방으로 뛰어들게 마련이었다.어머니는 까닭 없이 혀를 두어 번 차곤 내 가쁜 숨결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밥상을 들여오고 이내 구뜰한 찌개 냄새라도 풍기면 나는 쉽사리 마음이 놓였다."먼저 잡수시지 않고... "나는 내가 밥그릇을 반쯤 비울 때까지 맞은편에 우두커니 앉았다가 수저를 들기 시작하는 어머니에게 왠지 짜증 비슷한 걸 느꼈다.    모르는 단어가 쏟아져 나올 것을 각오하고 을 읽기 시작했다.대충 맥락상 알 것 같은 건 넘어가고 완전 처음보는 어휘만 정리해 봐야지.

└ 단어장 2024.11.21

단어장 | 기린 (in 방각본 살인사건 / 김탁환)

방각본 살인사건 中  "그렇다면 형님께서도 검술이나 궁술 외에 다른 걸 하십니까?" 백동수가 자랑스러운 듯 잠시 하늘을 보고 웃었다. "나? 나야 전부 잘하지. 특히 개나 소를 키우는 데 관심이 많다네. 지금도 기린에 산 하나를 얻어 소들을 방목하고 있지. 언제 한번 자네에게 자세한 걸 가르쳐 줌세. 가축을 키우는 것 또한 그 안에 참으로 오묘한 세계가 있으니까." 천하의 협객 백동수가 개나 소를 키운다? 어쩐지 격에 맞지 않는 일인 듯했다.  기린 麒麟현(縣) 이름. 지금의 강원도 인제군(麟蹄郡) 기린면(麒麟面) 지역에 있었다. 본래는 고구려의 기지군(基知郡)이었는데, 고려 때 기린현으로 고쳐 춘천(春川)에 예속시켰다.      동물 기린도 알고, '기린아'라고 할 때의 기린도 아는데 저 기린은 뭔지 ..

└ 단어장 2024.11.15

단어장 | 자밤 (in 사라진 지구를 걷다 / 에린 스완)

자밤 의존명사 나물이나 양념 따위를 손가락을 모아서 그 끝으로 집을 만한 분량을 세는 단위  사라진 지구를 걷다 中 가끔 비는 독약 먹는 꿈을 꾸었다. 물론 그것이 꿈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잠을 자야 할 시간이 되면 비의 수프에 어떤 가루를 한 자밤 넣었다. 고기가 치아에 얕은 막을 형성하면 그 밑으로 싸한 맛이 느껴졌다. 눈앞은 혼탁해졌고, 혀는 마비되어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가 옳았다. 자는 게 좋았다. 아버지는 친절했다. 아버지는 수월하기를 바랐고, 비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기를, 밀쳐내도 울지도 않기를 바랐다.    하필 비에게 안좋은 일이 있었던 부분이다어휴, 다시 봐도 끔찍하네

└ 단어장 2024.11.14

단어장 | 용원 (in 아주 오래된 농담 / 박완서)

용원명사 관청에서 임시로 채용한 사람명사 품팔이로 살아가는 사람   박완서 中 수술실엔 의사들의 전용문이 따로 있었지만 영빈은 먼저 병실에 들러 영묘하고 같이 용원 아저씨가 미는 바퀴 달린 침대차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탔다.     20241108 | 아주 오래된 농담 / 박완서양귀자의 을 읽고, 우리말로 쓴 우리문학이 얼마나 편안하게 읽히는지를 새삼 깨달은 뒤 제일 먼저 생각한 게 바로 이거였다. 박완서 작가의 글들을 읽어보면 어떨까. 그동안은 왠지 재미없을karangkaran.tistory.com

└ 단어장 2024.11.13

단어장 | 엽렵하다 (in 아주 오래된 농담 / 박완서)

엽렵하다형용사 바람이 가볍고 부드럽다형용사 슬기롭고 민첩하다형용사 분별 있고 의젓하다   박완서 中 그때 화제는 단연 영묘의 몸매 관리였다. 누가 아이를 둘씩이나 낳았다는 걸 믿겠느냐, 꼭 처녀 같다는 아내의 찬탄은 질투일지언정 조금도 과장이 아니었다. 어머니도 만족해서 남편 잘 만나 사랑받고 고생 모르니 늙을 일이 뭐가 있겠느냐고 흐뭇해했다. 엽렵한 어머니지만 너무 만족한 나머지 그게 결혼하고 이날 입때 맞벌이로 바스라진 며느리 마음을 상하게 하고, 아들 입장을 난처하게 할 수도 있는 데까지는 생각이 못 미친 듯했다.      20241108 | 아주 오래된 농담 / 박완서양귀자의 을 읽고, 우리말로 쓴 우리문학이 얼마나 편안하게 읽히는지를 새삼 깨달은 뒤 제일 먼저 생각한 게 바로 이거였다. 박완서..

└ 단어장 2024.11.12

단어장 | 수굿하다 (in 아주 오래된 농담 / 박완서)

수굿하다동사 고개를 조금 숙이다형용사 고개를 조금 숙인 듯하다형용사 흥분이 꽤 가라앉은 듯하다  박완서 中 "죽이는 일보다 살리는 일이 더 쉬우면 얼마나 좋겠니." "오빤 의사야. 의사가 죽이는 일보다 살리는 일이 더 어려우면 그게 무슨 의사유." "말 되는구나." "그럼 송 서방 살려주는 거지?" "그래 그래, 울지만 말아다오." 영빈은 누이의 억지에 수굿이 말려들며 절망적으로 중얼거렸다.     20241108 | 아주 오래된 농담 / 박완서양귀자의 을 읽고, 우리말로 쓴 우리문학이 얼마나 편안하게 읽히는지를 새삼 깨달은 뒤 제일 먼저 생각한 게 바로 이거였다. 박완서 작가의 글들을 읽어보면 어떨까. 그동안은 왠지 재미없을karangkaran.tistory.com

└ 단어장 2024.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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