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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책장을 지나치다 우연히 보았고 강렬한 제목과 표지의 색감에 반해 빌려왔다.
완벽한 딸들의 완벽한 범죄 / 테스 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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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미 없었다. 그래서 대충 읽었다. 내 취향은 확실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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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사납게 시점을 오간다. 그게 매력이 되는 경우도 있으나 이 책은 나에게 정신사나움과 산만함을 줄 뿐이었다. 은행강도와 직면한 현재의 상황과 과거 주인공이 겪었던 일들(사기꾼 엄마 밑에서 자라며 해온 여러가지 가식적이고 연극적인 일들, 범죄 공모자로서의 삶 같은)을 오가는 두 개의 시간선이 마지막에 하나로 모여든다. 그래서 소녀가 미래로 나아가는 것까지 보여주며 이야기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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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중요한 것'이 있는데, 자꾸 그걸 숨겨둔 채로 대화를 나누고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숨겨진 과거가 있고, 어떤 사건이 있고, 주인공이 엮여 있는데, 그걸 안 알려주고 여기엔 독자가 모르는 뭔가가 있다, 궁금해 죽겠지? 궁금해해야만 한다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니까 이건 뭐 긴장감, 호기심, 궁금증, 서스펜스 이런 게 아니라 좀 답답하고 오히려 흥미가 떨어진다. 아 뭐 대단한 사람인가보지, 대단한 사건이 있었나보지. 그러고 그냥 아예 흥미를 잃게 되는 거. 나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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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이름은 마지막에 가서야 밝혀진다. 그 전까지는 엄마로부터, 혹은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써 온 가짜 이름들의 연속이다. 이름과 연관시켜 주인공은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혼란스러워하는데, 이 역시도 그다지 깊은 공감이나 연민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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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았고 얼마나 고통속에 살았으며 얼마나 잘못된 환경에서 버텨왔는가 하는 것들에 별로 관심이 안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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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보면 '<에놀라 홈즈> <기묘한 이야기>의 밀리 바비 브라운 넷플릭스 영화 예정!'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아, 딱 이런 느낌으로 영상물로 만들어지기 좋은 이야기다. 어린 여자아이가 주인공인데 사기극에, 총격에, 은행강도에, 폭발에, 성범죄까지. 영화 한 편 편 뚝딱인 소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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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타이밍이 안좋긴 했다. 직전에 <스토너>를 읽고 매우 잔잔하고 단단하게 다져진 감성으로 읽기엔 너무 다른 결의 책이었다. 차라리 <스토너> 전에 읽었으면 이보다는 좀 나았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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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부정적인 이미지만 남았나, 했더니 아무래도 초반에 책을 읽다 발견한 이런 번역들 때문이었던 것 같다. 우리말로 표현 가능한 어휘를 왜 굳이 원어로 남겨두었을까, 하는 실망감과 심지어 원어로 되어 있는데 정확한 뜻을 모르겠어서 사전을 찾아봤더니 그마저도 제대로 된 뜻이 나오지 않았다.
더블 바운스.. 두 번 뛴다는 건가? 여전히 뜻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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