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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령이 담임 선생님이 일령이에게 추천해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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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령이가 읽고 일령 모친과 나에게 추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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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음
제노사이드 / 다카노 가즈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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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령이가 읽고 영업할 당시, 내용을 열심히 설명해줬었는데 내가 받아들인 것은 "초인류를 말살하려는 세력과 그들을 보호하려는 세력 간의 싸움" 정도였다. 그다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아서 책을 읽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일령이의 추천을 매번 모른 척 하기 미안해서 한번 읽어보자 싶었다. 그만큼 처음엔 별로 흥미가 없었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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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거 생각보다 굉장히 스케일이 크다. 내가 이해했던 것보다 훨씬 심오하고 다양한 인물들과 세력들이, 그 규모가 범지구적으로까지 확대된다. 아니, 범인류적이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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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나니 일령이가 설명한 내용들이 이해가 된다. 심지어 꽤 잘 설명한 편이다. 간단히 요약하기 어려운 내용이라 사실 나도 이걸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초인류의 탄생을 일찌감치 예언한 한 보고서가 있었고, 수십년 후 이 보고서의 내용대로 실제로 인류의 진화형인 초인류가 콩고의 한 부족에서 탄생한다. 이 초인류를 위험요소로 인식하고 파괴 명령을 내리는 세력과 초인류를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연구자들의 이야기이다. 여기에 명령을 받고 행동에 나서는 4명의 용병들이 있고,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지만 사실은 반대의 결과를 바라는 인물도 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아버지가 해오던 비밀스런 신약개발 실험을 이어받게 된 아들과, 그의 조력자, 그리고 아군인지 적군인지 모를 사람들이 어지럽게 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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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건 굉장히 재미있다는 거다. 꽤 두꺼운 책이라 이걸로 10월 말까지는 버티겠군, 했는데 읽기 시작하니 3일이 채 안 걸렸다. 다 읽고 나서 바로 일령이에게 전화를 걸어 한참이나 수다를 떨었다. 아니 어떻게!!! 이럴수가!!! 이럴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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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 국민, 인종, 민족, 종교 따위의 차이로 집단을 박해하고 살해하는 행위
당연히 다수를 의미한다고 여겼던 개념인데, <제노사이드> 안에서는 유일한 개체인 초인류를 파괴하는 행위 역시 제노사이드라고 말하고 있다. 이게 되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초인류는 하나이면서 전체인 존재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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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중 주요 조력자로 한국인이 나온다. 한국 국적의 인물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표현한 것에 내심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는데, 일본의 과거에 대해서도 상당히 비판적인 견해를 보여준다. 일본인 작가의 소설이지만, 개인의 역사관 때문에 불편해지는 일은 없었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일본을 되게 싫어하나...? 싶을 정도인데, 네 명의 용병 중 일본 국적의 한 용병(믹)에게 과거 일본이 저질렀던 잔혹성을 투영하고 있는 듯 했고, 가차없이 결단을 내리는 것을 보며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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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래서 아무 연관성도 없어 보였던 신약 개발과 초인류에 대한 제노사이드 프로젝트가 하나로 모아지고, 예거가 겐토를 끌어안고 등을 팡팡 두드리며 인사를 나누는 순간 울컥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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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 작가의 다른 작품에도 관심이 생겼다. 곧바로 <13계단>을 이어서 봤고, 후기는 아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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