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의 필사가 끝났다. 1년 반에 걸친 대장정(?)이었다. ■집에 있던 노트 중 쓸만한 걸로 아무거나 고르다보니 일령이가 필기용으로 한껏 꾸며두었던(그러고는 몇 장 쓰지 않았던) 노트에다 필사를 하게 되었다. 중간중간 일령이가 과목명을 꾸며둔 페이지도 있고, 급하게 메모장이 필요할 땐 갖다 쓰기도 해서 수학 문제랑 낙서같은 그림도 끼어있긴 하지만, 아무튼 필사 노트다. ■펜도 아무거나 잘 나오는 거, 손이 불편하지 않은 거면 가리지 않고 사용 했다. 그래서 색깔이 천차만별. 바랜 갈색 느낌이 나는 카카오 프렌즈 제주도 에디션 펜이 의외로 마음에 들었었고, 일령이가 옛다 하고 준 쥬스업3색이 가장 좋았다. 쥬스업 리필만 갈아 끼우며 계속 쓰고 싶었는데, 이게 일본 펜이라는 것때문에 좀 ..
요즘 필사가 진짜 재밌다. 손으로 글씨 쓰는 맛을 알아버린 것 같다. 그렇다고 글씨를 예쁘게 쓴다거나 정성들여 쓰는 건 아니다. 펜으로 종이에 글씨를 쓴다는 것 그 자체가 재미있다. 갑자기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 모르겠네. 펜은 그냥 집에서 굴러다니는 아무 펜이나 쓰고 있다. 일리와 일령이가 사 놓고 쓰지 않는 하는 펜이 꽤 많기 때문. 이것도 일리의 펜(무려 친구에게 선물받은)이다. 근데 이게 필기감이 너무 좋았다. 매끄럽게 잘 써지기도 하고, 펜 색도 잔잔한 갈색이라 써 놓은 글씨를 보는 것도 기분이 좋았다. 펜이 너무 마음에 들어 더 살 수 있으면 살까 싶어 찾아봤는데, 카카오 제주도 에디션이던가... 아무튼 뭐 그런거라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똑같은 펜을 더 사겠단 마음은 바로 접었다..
요즘 갑자기 또 불이 붙어서 필사를 열심히 하고 있다. 그래봤자 한 이틀... 사흘.. 된 것 같지만. 근데 너무 재밌다. 새삼스럽게 왜 이렇게 재밌는지 모르겠다. 두 페이지 정도 쓰고 손이 아파서 좀 쉬었다가 다시 한 페이지 더 쓰고 하는 식이다. 필사가 아니라 손글씨 쓰는 게 재미있는건가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예쁘게 쓰고 그런 건 아니구 그냥 손으로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같다. 이제 진짜진짜 절반 넘었다. 진도도 소크라테스-에피쿠로스-세네카를 끝내고 몽테뉴로 진입했다. 그 사이 에피쿠로스와 세네카가 너무 흥미롭고 관심이 가서 책도 한 번 빌려 봤다. 에피쿠로스의 네 가지 처방 어떻게 분노를 다스릴 것인가? 뭘 알고 고른 건 아니고, 일단 작고 얇아서 가볍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아주 오랜만에 다시 필사를 하기 시작했다. 올 초에 필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올해가 가기 전에, 빠르면 여름쯤이면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필사를 마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중간에 너무 오래 손을 놔 버렸다. 그래도 다시 시작했으니 다행이다. 끝은 봐야지. 스토아 학파의 세네카 부분을 쓰고 있고, 요즘 사람들이 생각나는 구절이 있어 옮겨 보았다. 세네카는 또 생물체에게 조롱을 받는 듯한 기분의 예들을 모았다. 한 예는 시리아에 부임해 있던 로마 총독으로, 무척 용맹스런 장군이지만 정신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던 그나에우스 피소에 얽힌 이야기이다. 어느 군인이 휴가를 끝내고 돌아와 함께 휴가를 떠났던 친구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보고하자, 피소는 그 군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 군인은 친구..
한 번 하기 시작하면 재미있어서 계속 하게 되는데, '시작'이 잘 안된다. 집에 있으면 일단 드러눕고 싶고... TV를 켜게 되고... 폰을 만지작거리고... 할 게 없어도 계속 그러고 있다. 몸을 일으키는 게 너무 힘들다. 귀찮다. 그래도 100페이지를 코앞에 두고 있다. 에피쿠로스 부분은 마음에 드는 부분도 많아서 줄을 치기도 하고, 집에 있는 플러스펜을 활용해 알록달록하게 쓰기도 했다. 플러스펜은 조카님들꺼 맘대로 쓰고 있음 ㅋㅋ
오랜만에 써서 그런가... 글씨가 엉망이다. 그리고 쓰면 쓸수록 번역이... 문장이.. 별로다. 원문을 의심하게 만드는 문장들이 보인다. 그럴듯한 말과 어려운 단어로 꼬고 꼬아서 문장이 되게 복잡하고 어렵다. 이게 맞나 싶다. 해당 철학자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차라리 낫다. 있는 그대로를 쓰는거니까. 근데 작가의 주장이나 감상이 들어가는 순간 문장이 되게 애매하게 이상해진다. 일단 한 권을 다 쓰는 걸 목표로 했으니 쓰긴 쓸건데, 필사를 다 하고나면 예전만큼 이 책을 좋아하진 못할 것 같다.
1장 인기없음에 대한 위안: 소크라테스 필사가 끝나고 조금 해이해졌다. 며칠 손도 안대고 있다가 다시 2장부터 필사를 시작.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의 2장은 "충분한 돈을 갖지 못한 데 대한 위안 : 에피쿠로스"이다. 충분한 돈을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위안 : 에피쿠로스 자세히 보면 왼쪽 페이지는 거꾸로 되어 있다. 노트가 두꺼워서 그대로 쓰기엔 붕 뜨는 느낌인데다 가운데 링이 손에 걸리면 글씨 쓰기가 불편해서 그냥 나 편한대로 이리저리 돌려가며 쓰고 있다. 에피쿠로스의 철학은 진짜 매력적이다. 많은 사람들의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나 자신의 행복과 만족을 가장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가장 쉽게 실감하고 체득할 수 있는 철학이기도 하다. 좋은 구절이 있으면 잘 뽑아 둬야지.
새 노트에 새 기분으로~ 중간에 파란색으로 쓴 건, 그냥 갑자기 다이소 파인라이너 수성펜(얇게 쓰는 아트펜)이 눈에 띄어서 그걸로 한 번 써 봤다. 다이소몰에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72개 구매 [다이소]파인라이너수성펜마일드12개입(2000)-1033493 할인판매가 2,000원 www.daisomall.co.kr 원래 이 펜이야말로 필사할 생각으로 샀던건데, 개시하자마자 아, 이건 아니구나 싶어서 글씨용이 아닌 그림용으로 조카님에게 넘겼었다. 근데 그게 책상 위에 있으니까 또 써보고 싶어지잖아. 그래서 파란색으로 한 번 써 봤다. 다이소 파인라이너 수성펜은, 생각보다 굵기도 하고, 몸체가 삼각형으로 되어 있는 것이 나에게는 편하지 않았다. 그래서 필사용으로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가끔 이렇게 기분전..
연휴동안 기분도 낼 겸, 카페에 가서 한 번. 그리고 연휴 내내 너무 아무것도 안 해서 이러면 안되겠다 싶은 마음으로 한 번. 그리고 마침내 노트 한 권을 다 끝낸 기쁨에 새 노트에 한 페이지 더 했다. 잘 보면 사회라고 과목명이 쓰인 라벨이 보인다. 이게 왜 있냐 하면, 큰 조카님이 야심차게 혼공을 준비하며 과목별로 구분해 놓았던 노트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이 노트를 사고 준비할 땐 엄청난 포부를 가지고 시작했었는데, 아무래도 끝까지 쓰기는 어려웠던 모양이다. 내가 필사에 사용할 아무 노트를 찾으니 자기는 이제 쓰지 않는다며 이 노트를 나에게 주었다. 덕분에 질 좋고 두꺼운 필사 노트가 생겼다. 종이가 얼마나 매끄러운지, 펜이 제멋대로 굴러간다. 그래서 글씨도 엉망이 됐... ㅋㅋㅋ 새 노트를 채울 생..
소크라테스의 사유 방식에 대한 정리였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반대의 경우, 예외적인 상황들을 들며 본질을 파고드는 그런 방식. 그런데 이쯤 되니 묘하게 거슬리는 문장들이 보인다. 위의 사진에는 세 문단이 보인다. 그런데 두 번째 문단의 문단 나눔이 조금 이상하다. ① 직관에서 나온 진실은 버팀대 없이 옥외 대좌에 놓인 조각상과 같았다. ② 그 조각상은 강한 바람이 불면 언제라도 쓰러질 수 있었다. ③ 하지만 반론에 대한 자각과 이성의 떠받침을 받는 진실은 쇠줄로 땅에 고정된 조각상과 같았다. 내용 상 ②번 문장은 ①번 문장에 덧붙는 내용이다. 주어를 '그' 조각상이라고 하여 앞 문장의 조각상을 언급했으므로 두 문장은 서로 이어져 있어야 자연스럽다. 그런데 책에서는 ②번 문장이 ③번 문장의 앞에 붙어 ..
한 장에 딱 맞게 끝났던 2023년 1월 13일 금요일의 필사 분량. 그리고 주말엔 좀 딩가딩가 놀다가(사실 엄청 바빴음. 국중박 3주 연속 방문에 만두도 빚었다) 일요일 밤이 되어서야 출근을 앞두고 심신을 안정시켜보고자 책상 앞에 앉았는데, 이럴수가. 이제껏 필사했던 것 중에 가장 많은 분량이 걸려버렸다. 중간엔 TV에 홀려서 잠깐 TV도 보고 오고. 벌써 1/10이나 했다! (고 했는데 조카님이 아직 1/10 안된다구 콕 찝어줬다. 아니 그러니까 대충 엇비슷하잖어... 조금만 있으면 1/10 이잖어... 그렇다고 좀 해줘... 희망을 줘.. )
매일 쓰는 게 목표는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매일 하고 있다. 이번에도 작은제목 하나를 끝까지 썼다. 내용 중에 '어둠침침'이란 표현이 있어서 쓰면서 어? 이거 오타인가? 어두침침 아닌가? 했는데 사전을 찾아보니 어둠침침/어두침침 둘 다 표준어다. 그렇군 하고 넘어가려다 어? 또 궁금한 게 생겼다. 어두컴컴은? 이것도 어둠컴컴이 있나? 오.. 이건 좀 다르다. 어두컴컴은 '어두컴컴하다'의 어근으로 표준어지만 어둠컴컴은 북한어에서 쓰이는 표현으로 규정되어 있다. 정리하자면, 표준어: 어두침침 / 어둠침침 / 어두컴컴 북한어: 어둠컴컴 오늘도 하나 얻었다.
힘내서 두 페이지 했다! 소제목 하나를 쓰는 데 두 페이지 정도가 되는 것 같다. 기운이 넘치는(?) 날에는 소제목 단위로 끊어 쓰면 될 것 같다. 우리 사회가 어떤 신념을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을 수도 있고, 또 그런 사실을 알아차린 사람이 나 혼자일 수도 있다는 점을 우리는 인정하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는 스스로를 지금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은, 따라서 접근하기 어려운 진실을 추구하는 선구자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의문이 생기더라도 쉽게 무시해버리고 그저 다수를 따른다. 우리가 철학자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각자의 용렬함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도움이다. '그저 다수를 따른다'는 말에 깊게 공감했다. 많은 이들이 대부분 이렇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던 와중에 요즘의 세태는 조금..
1월 7일 토요일의 필사. 1장의 소제목 하나가 끝났다. 애매하게 이어쓰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한 장이 채 안 되네. 필로 Philo 사랑, 소피아 Sophia 지혜. 철학을 뜻하는 그리스어의 의미가 너무 멋지다. 필로, 소피아. 아! 그리고 이제야 알았는데, 이 으로 개정이 됐다고 한다. 을 알아보는데 검색이 잘 되지 않기에 너무 오래된 책이라 절판이라도 되었나, 알랭 드 보통이 이제는 예전만큼 인기가 없나, 했는데 개정이 되어서 검색이 바로 되지 않는 거였다. 목차 제목도 조금씩 달라진 것 같은데 내용도 바뀐 게 있으려나?
▒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알랭 드 보통) ▒ 진행률: 17/386 (4.6%) 퇴근하고 필 받아서 한 장을 순식간에 넘기고 다음 장까지 넘어갔었는데, 밥을 먹고는 손을 놔버렸다. 자기 전에 두 장 채우려고 했는데 생각만 하고 실행으로 옮기지 못함. 작가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본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주제로 한 그림을 이야기하며 소크라테스에 대해, 그리고 그의 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막 펼쳐 나가려고 하는 중이다. 당시 스물 아홉이었던 플라톤이 머리가 하얗게 센 모습으로 이 그림 속에 있다고 했다. 필사 할 때는 그림을 대충 보고 넘기느라 그런가보다 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 머리가 하얗게 센 사람이 둘이나 있다. 과연 이 그림 속에서 플라톤은 누구인가? HINT 소크라테스의 침대 발치에 펜과 두루마리를 옆..
2023 새해 도전 : 하루 한 장 필사하기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지가 벌써 몇 년은 된 것 같다. 무슨 책을 해야 하나, 어디에 해야 하나, 무슨 펜이 좋을까, 쓸데없는 고민을 하느라 시도도 못하던 것을, 그냥 저질러 버렸다. 집에 있던 빈 노트에 집에 있는 펜 아무거나, 쓰다가 손에 안 맞으면 다른 걸로 바꿔가면서 해봤다. 책은 의외로 쉽게 정했다. 그 동안은 우리나라 작가가 쓴 문체가 유려하고 아름다운 것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쉽게 책을 정하지 못했었는데, 일단 '손으로 쓰는 것'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그래서 선택한 책은 알랭 드 보통의 . 알랭 드 보통의 매력에 빠지게 해 준 첫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로 알랭 드 보통에 푹 빠져서 그의 책을 줄줄이 사 모았었다. 철학을 두루두루 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