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

20241009 | 스토너 / 존 윌리엄스

카랑_ 2024. 10. 1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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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유명한 책이고, 요즘 너무 흥미 위주로만 가볍게 책을 읽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슬쩍 끼워 넣어 봤다. 그치만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고, 재미가 없을 것 같다는 선입견에 내가 이걸 과연 읽기는 할까.. 하는 의구심마저 있었다. 

 

스토너 / 존 윌리엄스

 

 

 

 

내가 과연 이걸 읽기는 할까? → YES

재미 없을 것 같다 → NO

 

 

뭐지요? 굉장히 잔잔한데 재미있고 흥미롭고 몰입되는 이 소설은?? 

 

 

스토너라는 인물의 일대기다. 청년기에서부터 시작된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그의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아주 차분하고 담담하고 한발짝 물러선 시선으로 스토너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게 진짜 신기하게 엄청나게 몰입이 된다. 그의 삶이 주는 애환이랄까. 스토너 본인은 너무도 덤덤하고 묵묵한데 그걸 지켜보는 나는 답답하고 먹먹해진다. 스토너는 아무렇지 않은데 나만 분통이 터지기도 한다. 

 

 

이야기는 꿋꿋이 스토너의 일생만을 따른다. 그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되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쓸데없이 그들에 대한 부연설명이나 사연같은 걸 늘어놓지 않는다. 그의 삶을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이끌고, 괴로움과 시련을 주는 인물은 부인 이디스와 동료 교수인 로맥스다. 이들을 대하는 스토너는 지극히 담담한데 나만 열불이 난다. 이야기와 인물은 가만히 있는데 읽는 내가 감정이 치밀어 오르는 그런 경험을 원한다면 <스토너>를 보면 된다.

 

그런 그가 거의 유일하게 진심으로 애정을 쏟는 대상은 딸인 그레이스고, 그에게 열정이라는 감정을 일깨워 준 인물은 캐서린이다. 물론 이 둘과의 관계도 평탄하지만은 않다. 그레이스와의 관계는 이디스로 인해 어긋나게 되고, 캐서린과의 관계는 처음부터 잘못된 셈이었으니까. 이 둘과의 관계의 변화 또는 헤어짐 역시 스토너는 그저 받아들인다. 약간의 열병을 앓긴 하지만.

 

그리고 그가 진정으로 온 힘을 쏟은 것은 문학과 교육 같은 학문적 열망이다. 이것이야말로 그의 온 삶을 통틀어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가난한 농장의 아들이 대학에 들어와 갑자기 진로를 바꾸게 되고, 여러 고비를 넘길 때도 그를 다시 설 수 있도록 붙들어 주는 것 역시 이런 학문적 열망이었다. 그의 소박하고 순수한, 그리고 가장 위대한 열정인 셈이다. 

 

 

한 사람의 일생을 시간순으로 죽 늘어놓고 서술하는, 어떻게 보면 되게 단순하고 특별한 기교 없는 심심한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다. 근데 그 안에 담긴 스토너의 일생은 전혀 그렇지 않아서, 정말 순식간에 몰입해서 읽게 된다. 오랜만에 진짜 귀한 경험을 했다. 자극적인 사건이나 소재가 아니어도 이렇게 깊은 감명을 받을 수 있구나, 하는.

 

 

읽으면서는 뭔가 그럴듯한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다 까먹어버렸네. 나도 멋진 말로 감상 쓰고 싶은데. 

 

 

 

 

 

단어장 | 바늘겨레 (in 스토너 / 존 윌리엄스)

마침내 그녀는 어렸을 때의 물건들을 모두 깔끔히 정리해서 두 무더기로 나누었다. 그녀가 직접 산 장난감과 장신구, 학교 친구들이 보낸 편지와 비밀 사진, 먼 친척들에게서 받은 선물 등이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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