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기회에 시사회로 먼저 보았다. 개봉까지 정말 할 말이 많았는데 참고 또 참다가... 다 잊어버렸네...? 하얼빈 ■일단 나는 불호다. 영화적으로도 별로였고, 안중근이라는 인물을 다루는 방식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미장센이 좋은 쪽으로 얘기를 많이 하던데, 나는 그것도 동의 못하겠다. 장엄한 풍광을 담아내는 장면이 몇몇 있긴 하였으나 그마저도 좀 따로 논다. 심지어 되게 쓸데없이 길게, 여러 컷으로 보여준다 싶은 장면도 있었다. 말 타고 사막을 가로지르는 장면 같은 건 그냥 '멋있어 보이려고' 찍은 것 이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고생이나 고난, 고독 같은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나 싶기도 한데, 그게 하나도 느껴지지 않아서, 그저 '멋'을 위한 장면이라는 생각에 몰입이 확 깨졌..
장안의 화제인 책이다. 호불호가 심하다는 얘기도 들었고, 올해 최고의 책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그런 모호한 평들에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지만, '최고'와 같은 수식어가 조금 부담스러웠다. 나는 남들만큼 느끼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 그래도 어쨌든 읽어보고 판단하는 게 좋겠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Why Fish Don't Exist / 룰루 밀러 ■처음에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인물(스탠포드 대학의 초대 학장이자 과학자)을 덕질하는 내용인 줄 알았다. 그의 생애를 천천히 훑으면서 그의 발견과 업적을 재미있게 풀어놓는 글인 줄 알았지. 사실 그래서, 이게 뭐가 어떻게 특별하고 재미있어질 수 있을까 엄청 의심하며 봤다. ■와오. 스트리크닌. 와. 와아.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역류하기..
후기마다 재미있다고 난리였다. 뭔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엄청 재미있다고 그래서 철썩같이 믿고 보기 시작했다. 쿼런틴 Quarantine / 그렉 이건 ■이해가 안 되어도 재미가 있을 수는 있다. 내가 경험한 대부분의 SF가 그랬기 때문에, 이 말에 대해서는 반박할 수 없다. 그래서 쿼런틴 역시 이해는 바라지도 않고 재미만 있었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해가 안 되고 재미도 없었다. 아니 재미가 없었다기 보단... 뭐랄까. 몰이해 95%에 이해 5%의 상태에서는 재미가 있어도 그것을 재미라고 느낄 수가 없달까. 집중할 수 없는 환경(사무실)에서 읽었다는 핑계를 대긴 할 건데, 솔직히 말하면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읽었다고 해도 이해도가 90%를 넘기긴 힘들었을 것 같다. ■그니까...
킬리언 머피가 나오는 영화로 먼저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언니가 이미 한 번 얘기를 했던 책이었고 심지어 소장까지 하고 있어서 당장에 봤다. 왜? 영화를 볼 거거든. 영화 보기 전에 원작부터 읽어야지. 그래야 순서가 맞지. 이처럼 사소한 것들 Small Things Like These / 클레어 키건 ■분량이 많지 않아서 두어시간 만에 뚝딱 읽었다.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라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짧다...? 싶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이게 아무래도 외국의 이야기라 좀 덜 와닿았나보다. 내가 아일랜드 사람이었다면, 혹은 그쪽의 역사나 사건 같은 걸 좀 잘 알고 관심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수녀원의 세탁 기술이 기가막히다'는 내용이 나올 때부터 이미 아! 하고 알아챘을..
영화를 보려고 하긴 했는데 예매해 둔 영화가 자꾸 애매하게 안 땡겨서 어쩔까... 갈까... 말까... 하던 와중에 할인 쿠폰이 남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바로 예매 변경. 무겁고 심각한 영화보다는 가볍게 즐길수 있는 영화가 땡겼나보다. 영화를 바꾸는 것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고 오히려 없던 기대와 설렘까지 생겼던 걸 보니. 1승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밌게 잘 봤다. 가볍게 즐기기 좋은 영화였다.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걸 굳이 따져가며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영화가 주는 유머는 유머로, 재미는 재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그냥 쉽게 보면 좋은 영화. ■이런 류의 스포츠물이 갖는 한계는 어쩔 수 없다. 를 재미있게 보면서도 아쉬웠던 것이, 에서도 마찬가지로 느..
오.. 이걸 다시 보게 될 줄이야. 그것도 아이맥스로. 인터스텔라 Interstellarin 용산 CGV 아이맥스 ■2014년 개봉이었으니 벌써 10년이 된 영화다. 그런데 지금 봐도 전혀 어색하거나 어설픈 게 없다. 새삼 대단하구만. ■사실 볼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일령이가 예전에 인터스텔라를 아직 못 봤다고 해서, 그럼 언제 한번 같이 보자~ 하고 넘어갔었는데 이게 마침 이 타이밍에 재개봉을 하지 모예요. 기왕 보는 거 영화관에서 보면 좋을 것 같았고, 거기다 아이맥스라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았다. 보태보태 더해더해 그렇게 됐다. ■일령이 보여주려고 했던 거였는데 내가 더 잘 보고 왔다. 처음에 볼 때도 이랬나 싶게 너무너무 몰입해서 잘 봤다. 아이맥스의 힘인가 싶기도 하고. 별로..
■정말 오랜만에 보는 콘서트였다. 너무 벅차올라서 줄줄 울면 어떡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까 얘네는 활동도 나름 꾸준히 해 왔고 최근엔 콘서트도 일 년에 한 번은 해왔던지라, 내가 안(못) 봐서 오랜만일 뿐이라고 생각하니 좀 진정이 됐다. 덕분에 눈물은 흘리지 않았고, 대신 감동은 아주 가득 채우고 왔다. 사실 이번 콘서트 갈 생각에 미리 노래 좀 들어두겠다고 백만년만에 음원 사이트를 결제하고 노래를 들었던 며칠 전, 눈물 왈칵은 그때 이미 경험했다. ■공연장 잘못 찾아간 바보는 나 뿐이었나보다. 공연장 위치 찾아볼 생각도 않고 성신여대라기에 무작정 성신여대로 갔는데 분위기가 영 이상했다. 공연장 안내도 없고 주말이라 스산하니 사람도 별로 안 보이고. 안내도에서 공연장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박완서 전집에서 그때그때 눈에 띄는 것, 땡기는 것을 골라 보고 있다. 순서도 없이 내 맘대로.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 박완서 ■먼저 읽었던 과 거의 같은 시대적 배경에 비슷한 분위기, 심지어 동일한 설정도 발견되어서 조금 당황하고 있었는데, 가 박완서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는 설명을 나중에 읽고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그러니까 의 일부분이 확대 재생산(?)되어 으로 탄생한 것이다. ■의 내용은 작가 연보로 대신할 수 있다. 그(박완서)의 작가 연보에는 "1950년(20세) 서울대학교 문리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 6.25 전쟁으로 학교에 다닌 기간은 며칠 되지 않음. 전쟁의 와중에 오빠와 숙부가 죽고 대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게 됨. 미8군 PX(동화백화점, 지금의 신세계백화점 자..
박완서 中 오빠가 재혼할 때 속이고 한 건 아니었다고 해도 우리는 초혼의 자취를 집 안에서 말끔히 없애려고 세심한 데까지 신경을 썼었다. 그건 오빠의 마음속까지 그렇기를 바라는 우리 모두의 바람이었고, 새 식구에 대한 따뜻한 배려였다. 그러나 오빠는 한 번 그 말을 꺼내자 올케 앞에서도 거리낌 없이 꼭 그러고 싶다고 애원하다시피 했다. 천안 소리에 엄마가 펄쩍 뛰자 오빠는 '거기'라는 말로 지명을 대신했다. 나는 '거기'라는 말이 더 싫었다. 오빠가 유아적인 더림을 뚝뚝 떠는 것 같아 닭살이 돋으려고 했다. 더리다(더림)1. 형용사 격에 맞지 않아 마음에 달갑지 않다 2. 형용사 싱겁고 어리석다3. 형용사 마음이 더럽고 야비하다 3번의 뜻에 가까우려나.'억지'나 '고집'같은 말보다 더 심하게..
박완서 中 조금이라도 미리 계획을 세워 피난을 간 집일수록 먹을 만한 것을 남겨놓지 않았다. 김장도 안 했는지 먹을 거라곤 우거지 한 오리도 없는 집도 있었다. 그런 집에선 허탕을 치는 것보다 더 싫은 게 앞으로 먹고 살 일에 자신이 없어지는 거였다. 그래도 우리는 그동안 열심히 여퉈 놓은 게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여투다 동사 돈이나 물건을 아껴 쓰고 나머지를 모아 두다. 맥락 상 이해는 되었으나 낯선 어휘라 건져 놓음.사실 예문 중 '우거지 한 오리'의 '오리'도 낯선 단위인데 단위인 건 알겠어서 그냥 넘어감.그래도 찜찜해서 찾아봄. 오리: 실, 나무, 대 따위의 가늘고 긴 조각 / 실, 나무, 대 따위의 가늘고 긴 조각을 세는 단위 '실 한 올' 할 때의 '올'이랑 의미나 발음이 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아서 빌렸다. 훌 / 배수아 ■표지에는 분명 '소설'이라고 쓰여 있었다. 배수아 소설 . 목차에서 보이는 쪼개진 이야기가 '장'의 개념인 줄 알았지. 근데 아니었다. 각각의 제목을 가진 단편들이었고, 각각의 이야기는 전혀 연관이 없었다. 별개의 단편을 모아 놓은 소설집이라는 소리다. 그것도 모르고 첫 제목 와 그 다음 제목 을 읽으며 아 뭐지 이게 어떻게 연결이 되는거지 인물이 같나? 배경이 이어지나? 이러면서 혼돈의 읽기를 하고 있었으니.... 뒤늦게 소설집이라는 걸 깨닫고 허탈함과 함께 짜증이 밀려들었다. ■일단 취향이 아니다. 서사나 맥락이 있는 스타일이 아니다. 설명하고, 묘사하고, 그러다 딴소리를 하고, 그런 식이다. 여기에 담긴 의미를 잘 모르겠다. 열심히 읽어보..
■미장센 스틸이 공개되었다고 해서 보다가 몇 개 가져왔다. ■'영웅' 속 회령전투, 안중근과 일본인 간수 스토리 진짜였다 (https://sports.hankooki.com/news/articleView.html?idxno=6817356) 회령전투 (나무위키) ■[라임라이트] 뮤지컬엔 없는 안중근 동양평화론의 뿌리 (https://view.asiae.co.kr/article/2022122803383747353) ■[온누리]‘의사(義士) 안중근’(http://sjbnews.com/news/news.php?number=810701)
■별로 좋지 않은 나의 기억력을 위해 남겨두는 오늘의 기록이다. ■계엄을 선포했대요. 전철 안이었다. 맞은편에 앉은 아저씨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는가 싶더니, 목소리가 커졌다. 계엄령을 선포해? 이어폰을 끼지 않고 있던 나는 고개를 들었다. 아저씨는 누군가와 통화중이었나보다. 다들 알아야지! 하면서 다시 한 번 좀 더 큰 소리로 계엄령을 선포했다고 외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옆칸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도 똑같이, 계엄령을 선포했대요, 하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구. 어디서 무슨 이상한 유투브 같은 걸 봤나보네.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릴.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얼른 네이버에 들어가 기사를 확인했다. 어....? 진짜네....? 뒤이어 자주 가던 커뮤니티에 들어갔고, 그러나 사이트는 이미 터졌고,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