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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려고 하긴 했는데 예매해 둔 영화가 자꾸 애매하게 안 땡겨서 어쩔까... 갈까... 말까... 하던 와중에 <1승> 할인 쿠폰이 남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바로 예매 변경. 무겁고 심각한 영화보다는 가볍게 즐길수 있는 영화가 땡겼나보다. 영화를 바꾸는 것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고 오히려 없던 기대와 설렘까지 생겼던 걸 보니.
1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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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밌게 잘 봤다. 가볍게 즐기기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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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걸 굳이 따져가며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영화가 주는 유머는 유머로, 재미는 재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그냥 쉽게 보면 좋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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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류의 스포츠물이 갖는 한계는 어쩔 수 없다. <리바운드>를 재미있게 보면서도 아쉬웠던 것이, <1승>에서도 마찬가지로 느껴진다. 차근히 서사와 관계성을 쌓을 수 있는 충분한 여유가 없다는 것. 두시간 남짓의 영화에 경기만도 최소 서너번 이상이 들어가야 하고, 그 안에서 팀의 발전은 물론 선수들 간의 오해와 갈등이 해결되어야 하고, 인물의 각성이 이루어져야 하며, 경기 외적인 인물과 요소들까지 다 다루어야 하는 탓이다. 어쩔 수 없이 말 한 마디로 인물의 태도와 심경이 휙휙 변하고, 갑자기 울고불고, 갑자기 해결, 갑자기 감동, 이렇게 이야기가 흘러간다.
그래도 재미있어요. 재미있습니다. 볼 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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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와 박정민의 티키타카가 괜찮고 경기장면을 꽤 박진감 넘치게 잘 보여줘서 좋았다. 특히 경기장면을 롱테이크로 길게 보여줄 때가 있는데, 카메라가 코트를 종횡무진 누리고 네트를 넘나들며 공을 따라다니며 경기를 보여주는 게 정말 좋았다. 고정된 카메라가 아니라 함께 움직이는 카메라 덕분에 말 그대로 손에 땀을 쥐어가며 보았다. 합을 정말 잘 맞춰서 공들여 찍은 게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공은 CG였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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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성 개연성 이런거 따지면 말이 되는 게 하나도 없다. 구단주 설정부터, 언론의 모습들까지. 감독은 물론 선수들도요. 그러니까 그런거 다 생각하지 말고 그냥 즐겨야 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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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의 장단점을 캐치하고 팀을 개편하는 데 기여하는 인물이 방수지였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방수지에게서 감독의 싹을 느껴지게 하는, 방수지의 미래를 암시하는 느낌도 주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마음. 주장이라며 감독을 찾아와 20세기 말투 쓰지 말아달라, 요즘 애들은 다르다, 자기는 20세기 사람이니까 괜찮다, 하지만 애들한테는 그러지 말아달라, 부탁하는 방수지의 모습 참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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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얼굴들을 보는 맛이 있다.
시은미 (이민희/이진희 역)
근데 찐 배구선수 출신이었다; 배우가 아니었다니. 1인 2역을 해냈는데? 민희가 엉엉 울때 나도 같이 울었는데?
신윤주 (강지숙 역)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던 소심쟁이가 세심한 세터가 된다. 낯이 익다 싶었는데, 필모를 보니 <동주>가 있다. 거기서 봤구나.
그 외에 각각 개성넘치는 선수들이 있는데, 그 개성이 단순하게 언급 수준으로만 그쳐서 좀 아쉬웠다. 그치만 비주얼은 정말 강렬하고 멋있어서 보는 맛이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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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소올직히, 재벌 구단주 역할이 왜 하필 박정민일까 생각했는데 (박정민 좋아함 박정민 짱팬임 박정민 필모깨기함) 보고 나니 왜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송강호랑 둘이 놔뒀을 때 툭툭 내던지며 연기를 주고받으면서도 절대 지지 않는다. 둘이 유치하게 치고받고 하는 장면들이 아주 팔딱팔딱 생기가 넘친다. 너무 재밌다. 둘이 그냥 영원히 치고받고 투닥거리면서 핑크스톰 먹여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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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가 처음에 너무, 요즘 말로 개저(...)라 좀 불편하긴 한데, 그래도 꽤 빨리 각성한다. 다만 감독 캐릭터의 설정에 무리가 있어서 공감이 크게 가진 않았다. 감독의 과거사도, 가정사도 설정이 너무 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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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오도 너무 잘 썼다. 상대팀 감독으로 신진식, 김세진이 나오는데 잠깐이지만 되게 놀랍고 반가웠다. 그리고 송강호를 받아낼 수 있는 또 한 명의 배우, 조정석이 나온다. 둘이 왜 이렇게 잘 어울리지? 하고 생각해 보니 영화 <관상>에서 이미 엄청난 케미를 보여줬던 분들이라 ㅋㅋㅋㅋ 전분 프로그램 알려주는 장면 진짜 ㅋㅋㅋㅋㅋ 둘이 주고받는데 빈틈이 하나도 없다 정말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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