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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좋지 않은 나의 기억력을 위해 남겨두는 오늘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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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을 선포했대요.
전철 안이었다. 맞은편에 앉은 아저씨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는가 싶더니, 목소리가 커졌다. 계엄령을 선포해? 이어폰을 끼지 않고 있던 나는 고개를 들었다. 아저씨는 누군가와 통화중이었나보다. 다들 알아야지! 하면서 다시 한 번 좀 더 큰 소리로 계엄령을 선포했다고 외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옆칸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도 똑같이, 계엄령을 선포했대요, 하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구. 어디서 무슨 이상한 유투브 같은 걸 봤나보네.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릴.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얼른 네이버에 들어가 기사를 확인했다. 어....? 진짜네....?
뒤이어 자주 가던 커뮤니티에 들어갔고, 그러나 사이트는 이미 터졌고, 확인할 수 있는 건 포털 기사뿐이었다. 계엄이 선포되었다. 이게 뭐지. 집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 나는 휴대폰 화면만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여기저기 찾아보며 이게 진짜인지, 무슨 영문인지를 확인하다 한참만에 고개를 들어 전철에 탄 사람들을 살폈다. 그들 역시 마찬가지로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고요히. 미동도 없이.
하필 용산에서 볼일을 보고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갔더라면, 아주 애매해질 뻔 했다.
TV를 끄질 못하겠더라. 국회에서 이미 가결이 되었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는게 너무너무 무서웠다. 이정도로 무식하게 계엄을 선포했는데, 순순히 말을 들으리란 보장이 없잖아.
자고 일어나면 뭔가 달라져 있겠지, 진척이 있겠지, 믿으며 잤고, 일어나자마자 뉴스를 켰고, 뭔가 액션이 취해진 것을 보고 나서야 조금 안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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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때 내가 무얼 하고 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날의 기억만은 또렷하다는 사람들이 많던데.
일을 하고 있었고, 틈틈이 구경하던 커뮤니티 사이트나 트위터같은 데서 세월호의 소식을 접했던 것 같다. 뭔가 큰일이 났구나 싶어 뉴스를 살피기 시작했던 것 같다. 뉴스 생중계가 있었나. 영상으로 보고 있었던 기억이 나는데. 구조되었다는 소식이 떴고, 다행이다 하고 관심을 돌리고 일을 했는데, 뉴스 보도가 정정되고, 멍하니 다시 뉴스를 보았던 것 같다.
그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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