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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전집에서 그때그때 눈에 띄는 것, 땡기는 것을 골라 보고 있다. 순서도 없이 내 맘대로.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 박완서 

 

 

 

먼저 읽었던 <나목>과 거의 같은 시대적 배경에 비슷한 분위기, 심지어 동일한 설정도 발견되어서 조금 당황하고 있었는데,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가 박완서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는 설명을 나중에 읽고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그러니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의 일부분이 확대 재생산(?)되어 <나목>으로 탄생한 것이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의 내용은 작가 연보로 대신할 수 있다. 

 


그(박완서)의 작가 연보에는 "1950년(20세) 서울대학교 문리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 6.25 전쟁으로 학교에 다닌 기간은 며칠 되지 않음. 전쟁의 와중에 오빠와 숙부가 죽고 대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게 됨. 미8군 PX(동화백화점, 지금의 신세계백화점 자리)의 초상화부에 근무. 그곳에서 박수근 화백을 알게 됨"으로 적혀 있고 이어, "1953년(23세) 4월 21일에 호영진과 결혼"으로 당시의 생애를 매듭짓고 있다. 이 간략한 보고의 구체적인 전개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에서 진술되고 있는 개인사의 요지 

 

 

이걸 책의 뒤쪽에서 보는 바람에 중간에 나오는 박수근이 그 박수근? <나목>의 그 PX 초상화부?? 이러고 있었다. 에잉. 미리 알았으면 덜 혼란스러웠지. 

 

 

2/3 정도는 혼란스러운 피난상황에 대한 이야기이고, 나머지는 PX에서 일하게 된 이후의 이야기이다. PX에서의 이야기는 <나목>에서 이미 한번 거쳐와서 그런지 익숙하다면 익숙하달까, 큰 신기함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문제는 초반 그 혼란스러운 피난상황이다. 난리통에 불안하고 정신없는 상황을 막연하게만 여겨오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접하게 되니 당시의 공포감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분하다 못해 생각할수록 억울한 것은 1.4후퇴 때 대구나 부산으로 멀찌가니 피난 가서 정부가 환도할 때까지는 절대 안 움직일 태세로 자리잡고 사는 이들은, 서울 쭉정이들이 북으로 남으로 끌려 다닌다는 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자기들의 피난살이 고생만 제일인 줄 알겠거니 싶은 거였다. 부산 대구 피난살이의 고달픔이 유행가 가락에 매달려 천년을 읊어댄대도 어찌 서울살이의 서러움에 미칠 수 있을 것인가? 그게 왜 그렇게 억울한지 몰랐다. 부러웠기 때문일 것이다.

박완서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中

 

 

서울에 남아있던 이들의 공포라는 것은 더더욱 낯선 것이어서 특히 그랬다. 차라리 옮겨다니었으면 나았을 것을, 인민군과 국군 치하를 번갈아 겪으며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했던 이들의 이야기는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가 아니었으면 영영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이로써 박완서 작가의 작품 세 개째.

 

 

 

20241108 | 아주 오래된 농담 / 박완서

양귀자의 을 읽고, 우리말로 쓴 우리문학이 얼마나 편안하게 읽히는지를 새삼 깨달은 뒤 제일 먼저 생각한 게 바로 이거였다. 박완서 작가의 글들을 읽어보면 어떨까. 그동안은 왠지 재미없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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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2 | 나목 / 박완서

박완서 작가의 작품이 하나의 전집으로 엮여 있어 여기저기 헤매지 않고 바로 골라들 수 있어서 참 좋다. 아마도 발표 순으로 1권부터 순서가 매겨져 있는 것 같아 이번엔 1권인 을 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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