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양귀자 <천마총 가는 길> 中
그 순간의 어디쯤에서 그는 고문자들이 주고받는 말을 듣게 되었다. 내 딸이 피아노 경연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대. 한 사내가 자랑스럽게 말하였다. 우리 큰놈은 공부는 잘하는데 몸이 약해서 말야, 좀 있으면 고3이 될 텐데 큰일이라구. 고문자들의 대화를 좀더 자세히 듣고 싶었지만 터져나오는 단말마의 비명을 어쩔 수 없었다. 이제는 목이 잠겨서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못할 정도였고 콧속에서는 타는 냄새, 눋는 냄새까지 피어올랐다. 몸이 약한 아들을 걱정하고 피아노에 재주가 있는 딸을 자랑하고 있는 고문자들 옆에서 그는 몸서리를 쳤다. 소름이 끼쳤다. 최후의 몸부림으로 악을 쓰고 있는 한 인간을 옆에서 지켜보며 아무렇지도 않게 자식 이야기를 하는 고문자를, 아아, 그는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
눋다
동사 누런빛이 나도록 조금 타다
'눌어붙다' '눌리다' 같은 말로 하면 익숙한데 '눋다'라고 하니까 왠지 낯설다.
그걸 또 '눋는' 이라고 활용하니까 더 모르는 말 같고.
반응형
'└ 단어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어장 | 더리다 / 더림 (in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 박완서) (0) | 2024.12.09 |
---|---|
단어장 | 여투다 (in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 박완서) (0) | 2024.12.06 |
단어장 | 보꾹 (in 나목 / 박완서) (1) | 2024.11.22 |
단어장 | 구뜰하다 (in 나목 / 박완서) (1) | 2024.11.21 |
단어장 | 기린 (in 방각본 살인사건 / 김탁환) (0) | 2024.11.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