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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장항) 다녀오는 기차 안에서 다 읽었다!
용산에서 장항역까지 기차로 약 3시간이다. 왕복으로 하면 6시간. 책 한 권에 딱 맞는 시간인 것 같아서 여행가기 며칠 전부터 이 때 읽을 책을 골라두고 있었다. 바로 <에볼루션 맨>
에볼루션 맨 / 로이 루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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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의 발자국>을 읽는데 이 책 얘기가 나왔다. 고생물학자가 소설가에게 읽어보라고 권했던 책이었다. 주석으로 달려있던 책 설명이 흥미로웠고, 마침 소설이라 하니 기차에서 가볍게 읽기 딱 좋겠다 싶어서 빌려두었다. 덕분에 기차 여행이 더 기다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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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루션 맨>은 인류 최초로 불을 발견한 인간의 아들이 화자가 되어 자신이 직접 격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소설이다. |
정확하게는 최초로 불의 존재를 이해하고 활용하기 시작한 인간(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실험정신과 도전정신이 투철하다는 건 이런 사람을 보고 하는 말이 아닐까. 비단 불의 사용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문화적 부분에서도 엄청난 '진화'를 이루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생활방식을 고수하며 그를 비난하는 가족도 있고,
" 언제라도 너희 집에 들를 생각이었어. 그런데 어젯밤,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지. 분명히 이 지역에는 화산이 11개 있었는데, 그게 갑자기 12개가 되었어.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난 이런 골치 아픈 일이 생긴 배후에 네가 있을 거라고 짐작했어. 그래도 내 예상이 틀린 게 아닐까 헛된 희망을 품은 채 발걸음을 재촉했지. 그런데 역시 내 예상이 한 치도 어긋나지 않았더구나. 아예 집구석에 화산을 들여놓다니! 넌 이번에 진짜 대형사고를 쳤어, 알기나 해? " 아버지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형? 그러니까, 이게 그 정도로 중대한 사건이라는 거지? 나도 그런 생각이 들긴 했지만 아직 확신할 정도는 아니거든. 물론 인류의 진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건이긴 하지만 이걸 정말 대형사고라고 볼 수 있을까? " |
" 그게 바로 문제야, 이 인간이 되고 싶어 환장한 놈아! " (중략) " 그냥 조금 더 빨리 진화하는 거에 불과하다니까. " " 아니, 분명히 말해두지만 달라. " 바냐 삼촌이 말했다. " 달라도 한참 다르다고! 우선 바뀌는 속도가 너무 빠르잖아. 원래 수백만 년이 걸려야 될 일을 고작 수천 년 사이에 하려고 난리치고 있다고. (중략) 너 솔직히 말해봐. 이번 기회에 아예 신인류를 창시하려고 하는 거지?" |
함께 잘 적응하고 받아들이며 살다 어느새 그 또한 인류 진화의 단계를 밟게 되는 다음 세대가 출현하기도 한다.
교과서에서 보던 선사시대의 발전 과정을 이야기로 보니 진짜 재밌다. 게다가 이 사람들, 아니 원시인들, 꽤나 현대적인 개념과 유머를 사용한다.
그날 고기를 굽는 장면은 정말 호메로스의 서사시에 나올 만큼 웅장했다. |
극심한 지방간으로 간경화 상태였는데 우울증까지 겹쳐서 죽었단다. |
" 혹시 불어는 할 줄 아세요? " 아버지가 최대한 비위를 맞추며 말했다. 하지만 그 사람이 고개를 젓자 계속해서 물었다. " 못 한다고? 그럼 독일어? 아니면 힌디어? 그것도 아니면 라틴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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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후루룩 읽기 너무 좋다. 그리고 중고등학생들이 읽기에도 좋을 것 같다. 교과서에서 보던 내용을 이런 이야기로, 그것도 꽤나 재미있는 유머가 곁들여진 이야기로 보면 재미도 있고 기억에도 잘 남을 것 같다.
나도 조카님들한테 영업해보겠다는 소리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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