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츠신의 삼체를 방금 다 읽었다.
2023년 9월에 삼체 1부를 처음 빌렸고, 지지부진 두어달을 흘려보내다 바짝 읽기 시작한 게 아마도 작년 말부터였던 것 같다. 그래도 총 기간을 따지면 다 읽는 데 두 달 정도는 걸린 것 같다.
20231230 | 삼체 1부 삼체문제 ~ 삼체 2부 암흑의 숲
삼체를 2권까지 읽었고 3권을 펼치기 전이다. 그런데 이거 3권에서 나올 내용이 뭘지 도저히 예측이 안 된다. 2권 끝에서 너무 아름답고 깔끔하게 이야기가 마무리 된 것 같은데....? 근데 3권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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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요맨큼이 남아 있었는데, 땡땡이 치면서 후루룩 다 읽어버렸다.
/ 삼체를 알게 된 계기: 넷플릭스에서 삼체를 영상화 한다고 해서
/ 삼체를 읽게 된 계기: 사람들이 그 삼체 원작이 진짜 재미있는 SF소설이라고 해서
근데 그게 3부작에 전체 페이지수가 2,000페이지는 족히 될거라는 건 몰랐지. 지금 바로 확인 가능한 삼체3부만 해도 797페이지다. 3부랑 2부의 페이지수가 비슷했던 것 같고, 1부가 그나마 제일 짧다.
전체적인 몰입도와 재미를 따져보면 1부>2부>3부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랬다. 1부의 시작이 정말 흥미진진했고, 뭔가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호기심을 마구마구 자극시키는 전개였다. 책의 제목인 '삼체' 문명이 정말 우주 최고 짱 쎈 존재들이고, 그들과 최후의 전쟁을 치르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1부와 2부가 '삼체 문명'이라는 하나의 존재를 탐구하고 맞서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일련의 과정들과 흐름으로 묶인 하나의 이야기라면, 3부는 1부와 2부의 빈틈을 살짝 메우면서 시간대를 훌쩍 뛰어넘는 거시적인 흐름을 다루는 느낌이다. 3부를 읽으면서는 재미도 흥미도 조금 떨어졌었는데, 다 읽고 보니 이제 1부와 2부의 그 촘촘하고 긴박한 상황들이 되게 보잘것 없고 부질없는, 너무도 미약한 존재들의 몸부림일 뿐이었구나 싶다.
이론적인 어려운 얘기들은 그냥 대충 읽었다. 어차피 내가 모르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미련 없이 넘겼다. 그리고 상황이나 장면에 대한 묘사들이 뒤로 갈수록 점점 장황해진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 부분 역시 적당히 넘어갔다. 이게 내 한계인지, 아니면 글의 한계인지 모르겠는데, 읽어도 단번에 상상이 되어 그림이 그려지지는 않아서였다. 2부를 거쳐 3부로 넘어가면서 배경은 우주로 확장되고, 시간대는 수십, 수백년을 훌쩍 건너뛰면서 모든 것이 상상의 영역이 되어버린다. 나중에는 만년 정도는 우스운 시간의 단위가 된다. 나의 빈약한 상상력으론 도저히 그 묘사를 다 그려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아, 우주구나. 아, 우주 도시구나, 아, 우주선이구나. 이런 식으로 그냥 넘어갔다.
그래서 사실 넷플릭스에서 영상화한다는 것이 좀 기대가 되긴 하는데, 한편으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된다. 삼체의 스케일을 과연 넷플릭스가 감당해낼 수 있을 것인가... !
며칠 전 넷플릭스 버전의 삼체 공식 예고편이 떠서 봤는데, 잘 모르겠다. 음. 스케일은 둘째치고, 1부의 시작부분을 엄청 스릴러 장르로 각색을 한 것 같다. 원작은 일단 왕먀오라는 1인에서 시작하는데 넷플릭스는 좀 다르게 풀어가는 느낌이고.
예고편만 봐서는 누가 누구인지도 잘 모르겠다. 인종 비율이 훨씬 다양해진 것 같기도 하고. 원작은 아무래도 작가의 영향인지 중국인들이 주요 인물로 그려진다. 다양한 인종이 등장하긴 하지만 비율적으로는 아시아인, 그것도 중국인이 압도적이다. 그 와중에 작가 본인의 취향인지 일본색을 꽤나 강하게 심어 놓았고, 한국의 존재감은 아주 미미하다. 북한 출신의 인물이 하나 언급된 게 전부인 듯. 근데 뭐, 그거야 작가 맘이니까. (어깨 으쓱 하는 짤)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3차원에서 2차원으로의 소멸 장면에 대한 묘사는, 다행히 작가가 비유해 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으로 그나마 이해해볼 수 있었다. 이런 느낌인가부다~ 그런가부다~
3부를 다 읽어갈 때가 되어서야 아, 간단히 메모라도 하면서 볼걸 하는 후회를 했다. 그러면 나중에 조금이라도 기억을 되살리기 좋았을텐데.
/ 태양계, 2차원으로 소멸
/ 마지막 생존 인류, 청신과 AA
/ 청신이 윈톈밍에게 선물받은 그 별
/ 관이판이요?? 갑자기요???? -블루스페이스호와 그래비티호
이런 거라도 좀 끄적여두면 나중에 분명 도움이 될텐데. 아쉽다.
암튼 다 읽으니까 쫌 뿌듯하구만. 오랜만에 방대한 분량의 책을 소화해 냈다. 기특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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