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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신작이고, 

틸다 스윈튼과 줄리안 무어가 나와서,

그리고 마침 문화의 날이라서

봤다. 

 

룸 넥스트 도어 The Room Next Door

 

 

 

 

감독과 배우 외에는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로 봤다. 그래서 이게 두 여자의 사랑이야기인걸까, 하는 오해를 해버렸다. 하지만 아니었다. <룸 넥스트 도어>에서 두 사람은 우정을 나눈다. ...아닌가? 

 

 

암으로 죽음을 앞둔 마사와 그녀의 곁을 지키게 된 잉그리드의 이야기다. 마사는 '내가 나를 죽이면, 암이 나를 죽이지 못한다'고 말하며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설계한다. 어찌 보면 잉그리드는 마사의 계획에 휘말려버린 셈인데, 잉그리드의 존재 자체가 비현실적일 정도로 이상적인 사람이라, 여리고 약해보이지만 누구보다도 단단하게 마사의 곁을 지켜준다. 

 

 

내가 죽는 순간, 나의 옆 방에 있어달라는 것이 마사의 부탁이고, 그래서 영화의 제목이 <룸 넥스트 도어>다. 근데 좀 아쉽다. 반복해서 강조되는 부분이기도 하고,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표현이긴 한데, 직관적으로 와 닿지는 않는다. 게다가 원제에 있는 The를 빼버려서 뭔가 허전해지기까지 했다. 원제는 The Room Next Door다. 직역을 하자니 그것도 이상하고, 그렇다고 딱히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닌데 뭔가, 뭔가 아쉽다.

 

 

마사의 계획이 이루어지는 순간, 왈칵 눈물이 난다. 그런데 그 여운은 길게 가지 못한다. 바로 다음에 나오는 그 망할 경찰놈 때문에 분위기가 다 깨진다. 경찰이 잉그리드를 범죄자처럼 몰아세운다. 우리 잉그리드한테 그러지 말라고! 조사를 마치고 나오며 변호사가 내뱉는 한마디가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데이미안이라는 인물을 통해 굉장히 직설적으로 기후위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데이미안과 잉그리드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마치 기후위기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 이것이 죽음을 앞둔 마사의 상황과 맞물려 표현되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론 감독이 영화를 수단으로 관객들에게 열변을 토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후자에 더 가깝게 느껴지긴 했다.

 

 

감독의 의도와는 별개로, 틸다 스윈튼이 1인 2역을 한 것이 효과적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마사는 떠났지만 여전히 이 곳엔 마사로 가득하다는 잉그리드의 감상을 표현하기엔 이만한 연출이 없긴 한데, 틸다 스윈튼이 너무 틸다 스윈튼이라. 

 

 

그래도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영화 보니까 좋더라. 앞으로 문화의 날은 잘 챙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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