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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영화

20240000 | 베테랑2

카랑_ 2024. 9. 1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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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분명 임시저장글로 쓰던 <베테랑2> 극불호글이 있었을텐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너무 아쉽다. 시사회로 본 직후 남겼던 그 생생한 불호 후기를 그대로 살리고 싶었는데 없다니. 

 

베테랑2

 

 

 

일단, 나는 류승완 감독을 매우 좋아한다. 최애 영화 목록에 <아라한 장풍 대작전>이 들어갈 정도(물론 매우 오래 전 영화고 최근의 류승완 감독 스타일과는 매우 다르기도 하지만 어쨌든 류승완은 류승완이니까)고, 가능하면 작품도 다 챙겨보고, 제일 좋아하는 감독이 누구냐고 하면 제일 먼저 꼽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사회 종료 후 영화와 관련된 설문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감독에게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해달라는 항목이 있었는데, 거기다 나도 모르게 감독님, 어쩌자고 이런 영화를 ㅠㅠ 부끄럽지 않아요? ㅠㅠ 라고 해버렸던 것 같다. 아니 진짜 어쩌자고 영화를 이렇게 만들었지? 정말 그 생각밖에 안 들었다. 아니, 어쩌자고? 어째서? 왜? 누가 막 억지로 영화를 만들라고 시켰나? 하기 싫은걸 억지로 했나? 그게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 지경이지??? 

 

영화가 너무 산만하다. 그 산만함을 잘 갈무리해서 잘 마무리했으면 그나마 나았을텐데, 그마저도 못 했다. 베테랑1이 재미있었던 건, 선과 악을 복잡하게 따지지 않아도 되는 단순한 구도에서 오는 통쾌함이었다. 그런데 베테랑2는 멋을 부려보겠다고 그랬는지, 선과 악을 모호하게 가져가면서 괜히 관객을 혼란스럽고 불편하게 만든다. 나는 베테랑에서 인과응보, 악인에 대한 통쾌한 응징을 원하는 것이지 "오늘날 무분별하게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를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과연 옳은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식의 찝찝한 훈계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단순하고 간결하고 통쾌하게 결론을 내달란 말이다. 

 

안그래도 베테랑1과의 비교가 불가피한데, 더 악재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베테랑1이 너무나도 생생하다는 것이다. 왜냐고? 베테랑1은 엊그제도 케이블에서 해줬거든. 케이블에서 심심하면 해주는 영화 중 하나고, 사람들이 뭐 볼 거 없나 하고 채널을 돌리다 이거 재밌지 하고 채널을 고정하게 만드는 대표적 영화 중 하나거든. 그래서 사람들에겐 베테랑1이 주는 그 재미가, 그 쾌감이 너무 생생하다. 엊그제 본 베테랑1이 너무너무 재미있었어. 그럼 베테랑2도 그렇겠지? 하고 보러 갔는데 이건 배우만 같은 완전 다른 영화야. 그럼 당연히 실망할 수 밖에 없는 거다. 

 

그냥, 베테랑2는 베테랑1에서 배우와 제목만 따 온 완전히 다른 영화라고 보면 된다.

베테랑1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인 개성 넘치는 팀원들 역시 베테랑2에서는 완적히 밀려난다. 베테랑1같은 느낌을 주고 싶어서인지 오프닝에서부터 상황을 만들어 보여주긴 하는데, 이것도 영 마음에 안 든다. 웃기려고 억지로 만든 장면이라는 생각밖엔 안 든다. 나중에 가면 팀원들은 조연도 아닌 그냥 한 화면에 담기는 엑스트라 그 이상도 아닌 느낌이다. 이것은 1편에서 매우 인상적이었던 진경 배우님 역시 마찬가지. 하.. 정말 캐릭터 너무 못 썼다. 짜임새가 하나도 없다.

 

이것저것 건드리다 어설프게 우스워지고, 본질은 제대로 건드리지도 못하고, 인물의 정체를 가지고 긴장감 넘치게 끌고 가지도 못하고, 심지어 공감을 이끌어내는 배역도 없다. 

 

그리고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게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서 더 싫다. 살해위협을 받는 갓 출소한 범죄자의 이야기,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살해했다고 오해받는 외국인 아내 같은 것들. 심지어 후자는 실제로는 남녀가 바뀐 거 아닌가? 굳이 성별을 반전한 이유는 마지막에 좀 더 동정심을 사고 싶어서 그랬나? 아니 근데 애초에 그런 상황이 만들어지는 게 가능하기나 한가? 영화를 너무 본 거 아닌가? 그러니까, 예를 들면 다크나이트 같은?? (위기에 빠진 두 사람이 있지만, 몸은 하나뿐이라 둘 다 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주인공이 괴로워하는 클리셰라하면 이게 제일 먼저 생각나서)

 

그리고 쓸데없이 잔인한 장면이나 사진들이 엄청 많이 노출되었었는데, 이 부분은 수정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본 시사회는 후가공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의 작품을 본거라. 개봉 때는 수정이 좀 됐음 좋겠는데 이 부분은 어떤지 모르겠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 피투성이의 잔인한 모습을 왜 자꾸 보여주는지 모르겠다. 선을 좀 지켜가며 자기 개성을 유지했으면 좋겠는데 자꾸 선을 넘는다. 이것은 전작인 <밀수>에서도 이미 말이 나왔던 부분이기도 하고. 

 

겉은 번지르르한데 알맹이 진짜 없고 보고 나서 남는 것도 없다.

 

<베테랑1(2015)> 이후로 나온 <범죄도시1(2017)>나 <극한직업(2019)>을 많이 의식한 것 같기도 한데, 안타깝게도 이도저도 아닌 하위호환이 되어버렸다. 

 

도대체 왜 어쩌다 이런 영화를 만들게 된거냐고요, 감독님. 나 진짜 이렇게까지 실망하고 싶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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