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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갔다가 제목이 흥미로워서 빌려봤다. 쉽진 않을 것 같았으나 내가 가볍게 읽으면 되지 뭐~ 하고 읽었는데, 역시 쉽지 않았다. 가볍게 볼 책은 아니었음.
내가 기대했던(?) 것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실제로 존재했고 행해졌던 '식인행위'에 대한 여러 가지였다. '식인종'을 공포의 대상이 아닌 탐구의 대상으로 보고 싶었던 것인데,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책의 1부를 이루고 있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많은 부분이 직접 목격이나 경험이 아닌 '들은 것' 위주로 남은 기록인 경우가 많고, 그래서 그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과장과 오해의 결과물로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라는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당시의 기록이 유럽인들의 시각에서 쓰여졌다는 것도 유의해야 하고.
2부로 넘어가서는 이러한 '식인'이 현대에 들어서 어떻게 변용되었나를 설명하고 있다. 일부 지식인들, 문화인들이 '식인'을 타 문화의 수용과 흡수를 의미하며 그것을 라틴아메리카의 정신으로 계승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집어 먹는다', '먹어 삼킨다'와 같이 아주 단순한 1차원적인 의미로서의 '식인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듯 했다. (아닐 수도 있음 그냥 내가 이렇게 이해함)
식인주의의 탄생
민족주의를 표방한 녹황주의자들과는 달리 정작 오스바우지는 브라질적인 것을 추구하자는 <파우브라질 시 선언>의 개념이 순진하고 현실성이 없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한다. 즉 배타적인 민족주의를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세계적인 것들을 결합시켜야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높은 수준의 문화가 달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 '문화적 식인주의'라는 개념으로서 서양의 예술과 문명을 잡식성으로 먹어 삼킨 후 이를 소화시켜 새로운 형식을 창조하자는 것이다. '식인'의 의미는 '모방'을 넘어서는 것으로서 서양의 문명을 베끼고, 모방하는 수세적인 태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로 전환하여 서양 문화에서 좋은 것이 있으면 먹어서 흡수하자는 의미이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서야의 발달된 기술 역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되 브라질적인 것으로 소화해야 할 것이다.
식인주의 노선의 모더니스트 예술가들은 식인을 라틴아메리카의 야만성으로 결부시켰던 유럽인들의 관점에서 완전히 벗어나 오히려 식인 풍습을 자랑스럽게 축하하고 문화적 정체성으로 승화하는 운동을 벌인다. 식인주의의 개념은 인종, 역사, 문화적으로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브라질의 국가적 정체성을 표현하기에 더 없이 알맞은 개념이었다. 이것은 19세기 낭만주의 이래로 브라질을 결속하는 상징으로서 칭송된 '선한 원주민'의 개념을 거부하고 오히려 브라질의 국가적 정체성이 '식인'이라는 집단적 행위에 있다고 선언한다. 그래서 오스바우지 지 안드라지는 [식인 선언]의 첫 연에서 "오직 식인 풍습만이 우리를 단결시킨다.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철학적으로."라고 쓰면서 포르투갈이 보낸 사르지냐 주교*를 먹어 치운 날을 기념한다.
*Pero Fernandez Sardinha(1496~1556). 브라질에 파견됐던 첫 번째 주교로서 1556년 포르투갈로 돌아가던 중 표류하여 실종되었는데 원주민에게 잡아 먹힌 것으로 전해진다.
<즐거운 식인 | 서구의 야만 신화에 대한 라틴아메리카의 유쾌한 응수> 中
옙 그렇다고 합니다.
사실 내가 흥미를 가졌던 건 과거의 사례와 그에 대한 연구였기 때문에 이것을 정신적 의미로 변용한 현대의 사례들을 나열한 2부는 그닥 재미가 없었다. 음악, 영화, 문학 등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데, 잘 모르겠구.. 낯설구... 재미도 없구...그래서 그냥 후루룩 읽었다.
서울대 인문 강의라는 기획에 걸맞은 아주 학문적이고 크게 재미는 없는, 그렇지만 개인의 흥미나 취향에 따라 어느 정도는 읽을만 한 그런 책이었다.
아니 그런데 이런 멋져보이는 책이 첫 장부터 오탈자가 발견이 되면 어떡합니까.
첫 페이지다. 그래서 더 오탈자일거라고는 생각을 못하고 어떨결이라는 말이 있는 줄 알고 사전까지 찾아봤다. 새 어휘 발견한 줄 알고 엄청 설렜는데 오탈자였다. 흑흑.
좀 많이 대충 읽긴 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었다. 기분이 좋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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