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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1의 추천도서였다.
지난 추천작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을 너무너무 좋게 잘 봐서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역시 기대를 많이 했다. 무엇보다도, 제목이 주는 기대감이 굉장히 컸다. 이렇게 기대되고 설레고 예쁜 제목을 어떻게 이렇게 잘 지을까.
편지글(서간문?) 형식의 소설이었다. 처음엔 몇몇 부분만 그런 줄 알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다 두 사람이 주고 받는 편지로 되어 있었다. 은유와 은유가 주고 받는 편지.
조카1은 이 책도 너무 재미있게 봤다고 했는데, 나는 이번 책은 쏘쏘다. 뭔가... 너무 일찍 모든 걸 눈치채버렸다고나 할까. 책을 읽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카1에게 이거 어쩌구 저쩌구 아니야? 했는데 애가 바짝 굳어서는 아닌데? 하며 정색을 했다. 어? 이게 아니라고? 다시 물어도 절대 아니라고 해서 아, 내가 똥촉인가... 했는데. 이제보니 당황했던 거였나보다 ㅋㅋㅋ 내가 너무 일찍 알아채서 ㅋㅋㅋ 집에 가서 놀려야지ㅋㅋㅋ 이야ㅋㅋㅋㅋ 너 연기 잘 하드라? ㅋㅋㅋㅋ
책이 들려주는 전체적인 이야기는 나쁘지 않았는데, 그 과정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현재의 은유가 말도 안되게 과거의 은유에게 시비를 걸고 쏘아 붙이는 것도, 과거의 은유가 고리타분한 소릴 해대는 것도. 이야기를 엮어 가는데 필요한 부분들이었을 수는 있는데, 나에겐 그게 그냥 썩 유쾌하지 않았다. 둘이 나누는 이야기들도 뭔가 자연스럽지 않은 느낌이었다.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이 편지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표현상의 한계같았다.
게다가 요즘 애들 유행어라 그랬는지, 현재의 은유가 '지린다'는 표현을 몇 번 쓰는데 그 바람에 더 마음이 붕 떠 버렸다. 유행어를 쓰는 것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아닌데, 굳이 꼭 그 표현이었어야 했나 싶어서. 개인적으로 너무너무 싫어하는 표현이다. 시간이 지난 뒤에 이 책을 읽을 누군가에게, 굳이 이 시대의 그런 상스런 유행어의 기록을 남겨주어야 할 필요가 있나. 아아. 너무 싫다, 정말.
개인적으로 [시간을 건너 너에게 갈게]는 쪼오끔 진부했다. 표현 방식은 조금 달리 했지만 사실 그렇게 획기적이고 신선한 소재도 아니었을 뿐더러, 작중 아빠의 태도는 답답하고, 엄마의 서사도 충분히 예측이 가능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찌든 어른인 나의 의견일 뿐이고, 어린이들은 재미있게 읽겠지. 그러니까 조카1이 재미있다고 나한테 추천을 했겠지.
아, 근데 이 구절은 참 좋았다.
세상에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사람들이 특별한 일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기 때문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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