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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학생이 된 조카1의 추천작이다. 조카1이 열광하는 작가분이 몇 분 있는데, 그 목록에 이제 이꽃님 작가가 추가되었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냐며 연신 감탄한다. 뭐가 어떠냐고 물어보니 일단 이야기를 들려주는 체가 '행운'이라는 것이 신선했고, 거기에 누구 누구가 나오는데 얘는 어떻고 쟤는 저떻고 아주 장황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조카1은 이야기를 굉장히 자세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설명하고 알려주려고 하기에 잠깐 스톱시키고 내가 보겠다고 했다. 보고 나서 얘기하자고.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근시일 내에 책을 보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도서관에서 빌리는 것이 최선인데, 동네 도서관에서는 줄줄이 대출중이었고, 그걸 기다리다 잊어버리면 영영 못 보고 넘어가고 마는 것이었다. 그러다 어느 한가한 오후, 문득 전자책 도서관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혹시 여기에 있으려나? 

 

 

있다! (지금 내가 대여중인 상태라 대출 버튼이 반납하기로 보인다)

 


 

형수와 우영이가 새로운 PC방을 찾아 가던 길에 우연히 같은 반 친구인 은재를 보게 된다. 우연히 '보게 된' 이 일로 인해 형수와 우영, 그리고 은재의 삶이 서로 '만나' 얽히게 되는 이야기다. 가장 큰 사건의 줄기를 가진 인물은 은재다. 그 사건의 해결 또는 해소가 전체적인 이야기를 아우르는 셈인데, 그 과정에서 형수와 우영이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아이들의 삶과 인생이 정교하게 얽혀든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아이들이 가진 사연과 아이들이 가진 착하고 기특한 본성들이 나를 자꾸 울렸다. 많은 고민과 망설임에도 끝내는 용기를 내고 극복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서로 깊게 공감하고 이해하며 끝내는 가장 큰 용기를,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아이들이 얼마나 멋진지. 

 

제일 인상적인 건 지유와 지영이다. 지유는 솔직한 표현과 그야말로 엄청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우영이를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지영이는 은재를 위해 말없이 운동장에 축구공을 빼두는 무심한 듯 속 깊은 배려를 보여준다. 하.. 진짜 얘네 너무 걸크러시임 ㅠ_ㅠ

 


 

눈물이 자꾸 차올라서 몇 번이나 멈췄다 다시 읽기를 반복했다.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사무실에서 청승맞게 줄줄 울 뻔 했다. 겨우겨우 참아가며 읽고는 바로 조카1에게 카톡을 보냈다.

 

 

 

좌: 조카1

우: 나 

 

나보고 너무 과몰입이래 ㅠㅠ ㅋㅋㅋㅋㅋ 근데 맞긴 맞다 좀 과몰입했다 아니 그래두 사춘기 여중생에게 이런 식으로 감성 어필하는것도 괜찮지 않나 싶은데 애가 너무 시크하게 나를 거부했어... 맨날 거부당한다.. 그런다고 내가 포기할 것 같으냐 흥

 


 


은재가 버스 정류장에 앉는다. 타지도 않을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서다. 은재가 기다리는 버스가 있었다면 나는 어떻게든 시간을 맞춰 은재 발 앞에 버스를 세워 줬을 거다. 내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이 가여운 아이에게 내 작은 행운을 건넸을 거다. 하지만 지금 내가 이 아이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中

나(=행운)이 은재에게.

 





"야, 김은재!"

형수는 성큼성큼 걸어가 은재 앞을 막아선다. 은재의 눈에는 여전히 독기가 서려 있다.

"그래, 나 공부도 못하고 쪽팔린 것도 모르는 찌질이다. 그래도 난, 무서운 게 뭔지는 알아."

지금 형수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저 마음에 담고 있던 말을 내뱉을 뿐이지만, 그건 준비한 말보다 수천 배는 더 은재의 머릿속에 깊숙이 들어와 발길을 멈춰 세운다.

"나는 무서워 죽겠어. 네가 또 아빠한테 맞을까 봐 무섭고, 내일 학교에 못 나올까 봐 무섭고, 그걸 다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나도 무서워."

그릭 그 말은 오랫동안 내 귓가에 남아 있는다. 녀석은 결코 상처받은 이를 모른 척하지 않는다. 이게 바로 내가 형수 곁에 머무르는 이유다.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中

형수가 은재에게. 

 


 


"자신감 가져도 돼."

"어?"
"너 지금도 꽤 괜찮다고."

반장의 무뚝뚝한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우영은 반장을 바라보고, 반장은 우영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순간 우영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진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짓는, 햇빛보다 찬란한 미소다. 아니, 그보다 훨씬 찬란한 '꽤 괜찮은' 순간이다.

진짜 사랑은,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좋아해 주는 거다. 살을 조금 더 빼면, 키가 조금 더 크면, 말을 조금만 더 잘하면, 공부를 조금만 더 잘하면... 끝없이 부족한 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모든 것을, 그 전부를 좋아해 주는 것. 그런 것이어야만 한다.
그렇게 소년은 부모에게서 배우지 못한 사랑하는 법을, 사랑받는 법을 조금씩 배워 가고 있다.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中

지유가 우영이에게.
반장(지유=타노스) 짱멋

 


 


"넌 여기 있어. 우리가 은재 데려올 테니까."

"언니..."
"은재 오면 다 같이 축구하자."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中

지영이 걸크러시.. 겁내 멋있어.. 짱....

 




최대한 스포를 안 하려고 하다보니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는 거 같은데, 나의 빈약한 기억력을 위해 이야기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은재는 아빠로부터 가정 폭력을 당함. 그 모습을 우연히 목격하게 된 우영과 형수. 은재를 도와주고 싶지만 방법을 알 수 없고, 은재의 경계에 선뜻 나서지 못함. 전전긍긍하며 은재를 살피는 우영과 형수를 눈치챈 반장(지유)에게 우영은 형수가 은재를 좋아한다고 둘러댐. 약간의 오해가 더해진 세 사람만의 비밀로 조금 가까워진 우영과 형수와 지유. 지유는 어쩐지 우영에게 자꾸 마음이 감. 그러다 우영과 지유가 사귄다는 루머가 퍼지고, 이 소문을 없애기 위해 유치한 고백쇼를 펼친 우영은 그로 인해 진짜로 반장과 사귀게 됨. 아빠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하염없이 달리던 은재를 (행운이 만들어낸)우연히 발견한 형수의 아버지는 마침 인원이 모자란 축구부에 은재를 영입하기 위해 관심을 갖게 됨. 형수와 은재가 같은 학교라는 것을 알게 된 형수 아버지가 은재에 대해 묻는 바람에 형수는 어쩔 수 없이 은재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아버지에게 티내게 되고. 축구부 아이들과 함께하며 마음을 조금씩 열게 된 은재는 축구를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아주 큰 결심을 하고 아버지에게 말을 하는데. 어김없이 아버지의 폭력에 갇혀버린 은재의 집 앞에 은재를 아는 모든 아이들과 형수의 아버지가 모이게 된다. 

 

아... 뭔가 부족한데. 아무튼 대충 이런 내용이다. 조카1이 뭘 설명할 때 자꾸 장황하게 한다고 뭐라 할 게 아니다. 나도 제대로 정리를 못하는데 뭘.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내가 너의 행운이 될 수 있을까? 인생을 지독하게 만드는 것은 인간이지만, 그 인생에 손을 내미는 것 또한 언제나 인간이니까. 베스트셀러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의 이꽃님 작가가 2년 반 만에 새 청소년소설로 돌아왔다.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받은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는 심사위원을 비롯해 수많은 독자들을 울렸으며, 지금도 많은 청소년들에게 ‘인생 책’으로 꼽히며 입소문을 더해 가고 있다. 대만에서 출간된 데 이어 최근에는 일본 출간이 확정되고 드라마와 영화로도 준비 중인 흡입력 있는 이야기이다. 신작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은 가장 따뜻해야 할 집이라는 공간에서 폭력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이야기로, 화자가 조금 특별하다. 운, 타이밍, 행운의 여신 혹은 운명의 장난이라 불리는 존재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초월적인 존재는 뜻밖의 시니컬한 말투로 툴툴거리면서도 시종일관 애정 어린 눈으로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다. 행운이 간절한 아이들을 위해 언제고 나설 준비가 되어 있는 이 특별한 목소리는 곧 작가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가까이 있는 이들을 돌아보게 하고 놓칠 뻔했던 마음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이꽃님 작가의 따스함은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지금 행운이 다가오고 있다고, 반드시 너에게 닿을 거라고 다짐해 주는 말들이 든든하고 따스하게 독자를 감싸 안는다.
저자
이꽃님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2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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