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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라서인가. 뭔가 알찬 취미 생활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전시를 이것저것 알아보다 결국 정한 것이 국립중앙박물관의 외규장각의궤전이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한 해의 마지막 날이었고, 그래서 조금 더 뜻깊어졌다.
국립중앙박물관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
처음부터 외규장각의궤 특별전시가 목적이었다. 그래도 혹시 사람이 좀 적어보인다 싶으면 합스부르크도 보고 와야지 했는데, 웬걸. 국립중앙박물관 앞에 가니 눈에 띄게 길게 늘어선 사람들이 보였고, 그게 모두 합스부르크를 보러 온 사람들이라는 걸 알고는 나는 바로 상설전시관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합스부르크전은 국립중앙박물관 왼편 기획전시관에서, 외규장각의궤전은 오른편 상설전시관 내에서 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 전시관은 입장료가 무료다. 일단 입장해서는 다른 곳에 한눈 팔지 않고 곧장 외규장각의궤전 전시실을 찾았다. 상설 전시관의 특별전시실은 건물 중앙에 있다.
늘 그렇듯 사진은 별로 없다;
전시실 내부는 진짜 외규장각에 들어와 있는 듯, 전시물 의 위아래로 칸칸마다 의궤가 하나씩 놓여 있었다. 놓여있는 의궤마다 이름표? 인식표? 같은 것이 달려있는 걸 보면 복제품이 아니라 진짜 유물을 그렇게 배치한 것 같았다. 그리고 곳곳에 의궤의 의미와 내용에 대한 해석, 펼친 면을 설명하는 전시물들이 있었다.
이건 말에 탄 사람 뒷모습인데, 말 궁둥이가 너무 귀여워서 찍어 놓은거... 사진은 정말 이거 말고는 찍은 게 없네;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는 디지털 전시도 굉장히 잘 구성해 놓아서 만족도가 높다. 이건 이미지 블럭을 바꿔 가며 의궤 안에 표현된 이미지들을 자세히 구경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었는데, 블럭에 그려진 이미지가 살아나(?) 의궤 속으로 들어간다. 너무 귀엽다.
한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한 손으로 블럭을 놓느라 초점이 나간 것도 몰랐다; 대충 저렇게 블럭에서 아장아장 걸어 나간다고 보면 됩니다. 너무 귀여워요.
외규장각의궤전은 잔잔히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전시였다.
외규장각의궤전을 나오면 바로 조선시대관과 이어진다. 얼떨결에 조선시대관을 조금 둘러보다 귀여운 걸 발견했다.
익종이 11살 때 쓴 글씨가 너무 귀여워서 바로 찍어서 조카님들에게 보내줬다. 왕이 너희 나이일 때 쓴 글씨래~ 했는데 반응 없음... 씹힘... 흑흑
그리고 교과서에서 많이 보았던 국조오례의와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다. 지나고 보니 이렇게 반가운데, 어렸을 때였다면 보기도 싫었을 것 같다.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는 TV에서도 자주 보던거라, 이거 본 적 있지 않냐고 조카님들에게 보내줬는데 반응 없음222 씹힘222 흑흑2222
그리고 보자마자 웃음이 터졌던 붕당정치 계보도.
나는 아직도 동인 서인 남인 북인 노론 소론 이런거 하나두 모르겠어서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이게 진짜 웃긴게, 잠깐 집중해서 들으면 이해가 되는데 까먹는 게 순식간이다. 예전에 성석제의 [왕은 안녕하시다]를 읽고 예송논쟁과 붕당 간의 갈등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때 뿐이었다. 지금은 그 중심에 송시열이 있었다는 정도만 기억난다.
사유의 방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진, 국립중앙박물관의 대표 브랜드, 사유의 방도 다녀왔다. 가 본 적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가 보니 처음 보는 공간에 처음 가 보는 곳이었다.
이전에도 반가사유상이 따로 전시된 공간이 있었는데, 거길 사유의 방으로 착각했나보다. 이번에 다시 둘러보니 원래 반가사유상이 있던 자리에는 다른 유물이 전시되어 있었다. 원래 반가사유상이 있던 방의 입구가 이런 식으로 불투명하게 처리되어 들어가기 전부터도 굉장히 신비롭고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연출을 해놔서 너무 좋았는데, 사유의 방이 주는 매력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반가사유상이 이 방에 있을 때도 좋았다. 기대감을 잔뜩 갖게 만드는 연출. 지금은 다른 불상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불교조각
다들 사유의 방에 열광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공간은 여기다. 가운데 보이는 아이들이 가면 아무도 없을 때 다시 찍으려고 했는데, 웬걸. 아이들이 떠나자 외국인 관람객들이 줄줄이 들어섰다. 결국 다시 찍지 못했다 흑흑.
이 방 진짜 좋다. 사유의 방이랑은 또 다른 분위기다. 죽 둘러 앉은 부처님들 가운데 앉아 있으면 되게 평화롭고 안정감이 든다. 이 방은 3층 가장 끝방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층에 사람이 제일 많고, 위로 올라갈수록 한적해진다. 여유있게 방문하신 분들은 3층 불교조각방도 꼭 가보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불교 조각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불상의 손갖춤.
이걸 보니 사바하를 다시 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여기 있는 손갖춤이 거의 다 나왔던 것 같은데. 나한이는 죄가 없다ㅠㅠㅠ
국립한글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에 간 김에 국립한글박물관도 들렀다.
국립한글박물관도 디지털 전시가 아주 잘 되어 있는데, 잘 보고 있다가 이거 잘못된 거 아닌가??? 싶어서 찍어왔다.
표시된 부분의 표기를 보면 현대에 쓰이는 '사랑'과 가장 가까워 보인다. 근데 오른쪽에 표시된 뜻은 '생각(하다)'라고 되어 있어서 이거 오류가 아닌가 하고 찾아봤는데.
세상에. 아래아를 쓰는 사랑이 옛날에는 생각이라는 뜻으로 쓰였단다. 혹시 발음도 사랑이 아닌 다른 발음인가 싶은데 이건 어디서 찾아봐야 하지. 아무튼 충격이었다. 사랑이 아니라 생각이었다니.
옛날에 한글로 쓴 편지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 중 제일 내용이 재미있었던 양반이 노비에게 한글로 쓴 편지다.
네놈이 공연히 내집 전토를~ 로 시작하는 첫부분이 너무 인상적이다. 화가 엄청 많이 난 게 느껴진다. 노비가 토지 사용료를 제대로 내지 않은 것은 잘못이 맞지만 그걸 또 이렇게 잔뜩 흥분을 해가지고 너 큰일 날 줄 알아라 하고 협박하는 양반이라니 ㅋㅋㅋ 체통이 하나도 없다 ㅋㅋㅋ 과연 저 편지를 받은 노비가 무서워하긴 했을까 싶고 ㅋㅋㅋ
띄어쓰기가 없던 한글 표기에 띄어쓰기를 처음으로 적용했다는 존 로스의 책도 사진으로나마 만나볼 수 있었다.
상설전시 외에도 기획전시가 더 있었는데, 나는 기획전시는 별로였다. 음 뭐랄까 한글을 주제로 한 디자인 전시같은 느낌? 그래서 알맹이보단 겉멋 위주인 것 같은... 잘 모르겠다. 내 취향이 아니었다.
박물관 야외정원
박물관에서 이런 지도를 발견했다. 거울못을 중심으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는 정도로만 알았는데, 생각보다 야외에 뭔가가 많았다. 있는 줄도 몰랐던 폭포와 국중박 뒤쪽의 또다른 연목과 전통마당이 궁금했다. 그리고 여러 나무길들도 가보고 싶었다. 다음엔 야외를 실컷 돌아다녀볼 생각으로 박물관 야외정원 지도도 챙겨왔다.
오랜만에 박물관 다녀오고 너무 좋아서, 조카님들을 꼬셨다. 작은 이벤트를 만들어 조카님들과 함께 국중박에 놀러갈 생각이다.
국중박with조카님들 포스팅 is 커밍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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