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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던가. 수능이 끝나면 국어 시험지를 다운받아 풀어보고 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조카님(현재 초6)에게도 한 번 풀어볼래? 하고 권한다. 국어는 한국어를 읽을 줄만 알면 누구든 풀 수는 있는 거잖아요?
작년엔 자기가 수능 문제를 풀어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는지 눈을 반짝이며 신이 나서 풀더니, 올해는 조금 귀찮아한다.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궁금하면 한 번 보기만 해봐~ 하고 방에 놓고 왔더니 잠시 후에 나를 불러 답안지를 건넨다. 답안지를 자기가 가지고 있으면 문제가 안 풀리고 답답한 순간을 못 견디고 보게 될 것 같다면서, 나에게 답안지를 가지고 있으라고 한다. 짜식. 안 풀 것처럼 그러더니 결국 풀어 본다는 소리다.
채점해 달라고 부르기에 가보니 국어 문제의 절반 정도를 풀었다. 그 다음 부분에 고전문학이 나오는데 자기는 고전문학은 하나도 모른다고, 여기까지만 하겠다며 나에게 시험지를 내민다. 고전문학도 어렵지 않다고, 일단 읽어보기나 하자고 꼬셨는데 넘어가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푼 데까지만 채점해 줬다.
국어 문제 16개를 풀었고, 8개를 맞았다. 반이나 맞았다고, 대단하다며 호들갑을 떠는 어른들과 달리(조카님 엄마는 내년에 수능 봐도 되겠다는 소리까지 했다ㅋㅋㅋㅋ) 조카님은 좀 아쉬운 모양이었다.
일단 1번을 틀리는 순간 네????? 하고 놀라더니 틀리는 게 나올 때마다 어???? 틀렸다고??? 하며 매번 놀란다 ㅋㅋㅋ 절대 틀리지 않을 거라는, 다 맞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던 모양이다 ㅋㅋㅋ
반이나 맞았는데, 본인은 반이나 틀렸다고 시무룩해한다. 아니, 이거 고등학생들이 보는 거라니까? 너는 아직 초딩이고?
그러더니 페이지를 넘기고 뒤에 있는 선택과목을 풀어보겠단다. 조카님이 선택한 건 <화법과 작문>이다. <매체와 언어>는 무언가 이유를 대며 그것보단 이게 낫다고 했는데, 뭐라고 했었는지 까먹었다.
오오. 3개 틀렸다. 이 정도면 되게 잘 한거 아닌가?? 초6인데??
조카님도 이건 꽤 만족스러워 했다. 그리고 틀린 걸 보며 스스로 오답 분석까지 했다. (얘 이러는 거 보면 좀 신기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설명을 좀 해주겠다고 옆에 붙어서 이거는 왜 답이 아니냐면~ 하고 운을 뗐는데 내가 설명을 하기도 전에 혼자 이게 이래서 답이 아니군, 하고 넘어간다. 하나라도 설명해주려고 하다 오히려 조카님 설명이 더 짧고 간결해서 어.. 그래... 그 말도 맞다... 하고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그래도 나는 조금 더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싶었는데 그걸 그렇게 거부하다니... 흑흑
정작 같이 풀어보려던 나는 아직 시험지도 제대로 못 들여다 봤다. 딱 그 당일에 풀었어야 했는데 계속 미루고 있다. 이러다 안 풀면 조카님 볼 면목이 없는데.... 풀어야겠지...? (
작년에 수능 국어 풀고 60점대 나와서 멘붕왔던 사람 ^_T)
아, 조카님이 수능 국사도 풀어보고 싶다고 했는데 까먹고 있었네. 국사 문제 뽑아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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