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갑작스런 한파와 지하철 파업이 겹친 날이었다. 평소대로라면 넉넉히 도착해 여유롭게 입장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지만, 파업의 여파가 대단했다. 전철을 갈아타는 데 10분이 넘게 걸렸다. 덕분에 공연 시작 20분 쯤 전에 도착, 표를 찾고 화장실에 한 번 다녀오니 입장할 시간이 되었다.
2022.11.30. 지저스크라이스트슈퍼스타 / 지크슈
- 지저스: 임태경
- 유다: 한지상
- 마리아: 장은아
- 빌라도: 김태한
- 헤롯: 육현욱
- 가야바: 김바울
- 시몬: 윤태호
- 안나스: 김원빈
BBCH 광림아트센터 중블 D열(4열) 20번대
자리는 아주 좋았다. 자리에 앉으면 무대 바닥이 가슴 높이 정도 오는 것 같다.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눕고 뒹굴어도 잘리는 것 하나 없이 다 보였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
익숙한 넘버들이 반가웠다. 워낙 유명한 곡들이라 극은 처음 보는데도 귀에 익은 넘버들이 많이 나오더라. 하지만 나는 락뮤랑은 잘 안 맞나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날카롭게 내지르는 샤우팅은 별로 감흥이 없다.
내용은 간단했다. 지저스의 사랑을 갈구하는 유다와 자신에게 주어진 숙명에 괴로워하는 지저스. 지저스를 사랑하는 마리아. 유다는 결국 지저스를 배신하고, 지저스의 자신의 숙명을 받아들인다.
뭐 이런 거. 사실 이쪽 얘기를 잘 몰라서 그 사이사이에 있었을 다양한 갈등과 사건들은 모르는 채로 넘어간 게 많은 것 같다. 이야기를 잘 모르는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불친절한 극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지저스나 유다, 마리아라는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이 바로 특정 사건을 펼쳐 놓기 때문이다. 대사 없이 모두 노래로만 진행되는 극이라 서사 전달이 약할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약점이 된다. 각 인물의 갈등과 고뇌가 각기 다른 악기나 선율로 표현되기는 하지만 나같은 둔한 관객은 그 섬세함을 모두 인식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런 점들이 지크슈가 호불호를 갖게 되는 이유들이 아닐까 싶다.
그리구 나는 진짜... 2막 잘 모르겠다. 딱 한 번 등장해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헤롯왕 씬도 뜬금없게 느껴졌고 그 유명한 유다의 슈퍼스타도 아니 이게.. 맞나? 싶은 마음. 내가 너무 무지해서 이 상황을, 이런 연출을 받아들이지 못하는건가. 따로따로 떼어놓고 보면 괜찮은데 극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는 느낌이 아니었다. 이거 그냥 지크슈 콘서트 이런 거 아니냐고요...
정리하고 보니 나는 지크슈가 불호인가보다.
탈덕인가보다
원래도 뭐 대단한 연뮤덕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 꾸준히, 열심히, 챙겨 본다고는 생각했는데, 이제는 정말 아닌 것 같다. 나는 이제 가끔 공연을 즐기는 일반인머글이다.
예전엔 그렇게도 감동적이고 황홀했던 무대의 현장감과 생동감이 이제는 더 이상 나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다. 배우들의 열연이 그저 무대에서 일하는 한 인간으로 느껴지고, 무대 위의 모든 게 초라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야말로 콩깍지가 벗겨진 기분. 객석에 앉은 나와 무대 사이에 존재했던 '환상'이라는 빛나는 막이 완전히 걷혔다.
무대 위의 배우를 보며 '애쓴다' 라는 생각이 들면 완전히 끝인거다. 근데 내가 그런 생각을 한다. 아이고. 애쓴다. 고생한다. 그런 생각들.
어제는 관람을 방해하는 요소까지 겹쳤다. 일명, 관크.
어제 공연 후기에 누가 코를 골았다고 하는 걸 봤는데, 내가 겪은 것이 맞다면 그것은 코골이가 아니라 코먹음이었다. ㅎ 신기하게도 음악이 빵빵하게 터져나올 땐 조용하다가 고요한 적막이 시작되면 어김없이 코를 먹었다. 이런 사람들은 또 되게 당당하다. 조심하려는 게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어떻게 그렇게 조용할 때마다 코를 먹지?
온 몸을 긁고, 팔을 앞으로 뻗고, 상체를 앞으로 숙이기도 했다. 자신의 움직임이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될거라는 생각을 전혀 못한다. 나는 관크에 꽤 관대한 편이라 어지간해서는 불만을 갖지 않는데 어제는 좀 짜증이 나더라. 어쩌다 한 번이 아니라 계속되는 자잘한 움직임이 계속되면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적막 속에 울려퍼지는 코먹는 소리. 그게 정말... 도대체 왜....
마무리
지크슈에 홀딱 빠져서 회전 돌고싶어지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아 다행이다.
끗.
'보다 > 공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0319 | 국립창극단 <정년이> in 달오름극장 (0) | 2023.03.23 |
---|---|
20230124 | 소크라테스 패러독스 (양동근 소크라테스/치타 멜레토스) (0) | 2023.01.25 |
20221001 뮤지컬 서편제 (0) | 2022.10.04 |
20220925 연극 아트(ART) / 시니어페어(이순재, 백일섭, 노주현) (글03) (0) | 2022.09.26 |
20220909 국립극장 NT live 헨리5세 (0) | 2022.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