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전혀 다른 계기로 보았던 [돈룩업]과 [빅쇼트]의 감독이 같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고,
너무 재미있게 잘 본 영화들이라 자연스럽게 감독에게도 관심이 갔다.
그래서 감독의 연출작을 살펴보던 중 발견한 [바이스]
정치인 얘기라고 해서 별로 재미 없을까봐 많이 망설였다.
근데 감독의 전작을 생각해 보면 영화가 재미없을 수가 없을 것 같단 말이지.
그래서 봤다.
바이스
조지 부시 대통령의 부통령이었던 딕 체니에 대한 영화다.
딕 체니의 젊은 시절부터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쳐 부통령으로 백악관에 입성하게 되었는지를 핵심만 골라 아주 명확하게 보여준다. 어떤 성향을 가진 인물이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움직이는 인물인지 이 영화를 보면 단번에 이해된다.
청년 시절의 딕 체니는 대단히 영리하거나 똑똑해 보이지는 않는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망나니로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부인의 경고 이후 각성한 딕 체니가 정치계에 입문해서 부통령에 이르기까지는 전혀 다른 인물처럼 보인다. 묵묵하지만 분명한 상황 판단과 처신, 기회를 잡고 과감하게 취사선택할 줄 아는 능력은 딕 체니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굉장한 사람이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하.지.만.
과연, 영화를 다 보고도 딕 체니를 좋게 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영화 시작부터 내레이션을 담당하는 미지의 인물이 있다. 내레이터는 밝고 명랑한 목소리로 딕 체니의 일대기에 끼어든다. 내레이터에 대한 궁금증은 오래가지 않는다. 영화 속 딕 체니는 그 순간에도 어마어마하게 몸집을 불리며 거물이 되어가고 있으니까. 그랬던 체니가 정치계를 은퇴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체니 가족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같은 내레이션이 나오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간다.
어??? 뭐라고?????? 끝났다고???????
황당해서 재생 시간을 확인한다.
영화가 시작된 지 한 시간 남짓 흘러 있다.
그리고 재생바는 그 만큼이 더 남아있다.
그럼 이게 뭐지? 영화 중간에 엔딩 크레딧이라니??
놀라는 사이 크레딧이 끊긴다. 그리고, 부통령으로 정치계에 복귀하는 딕 체니.
여기서부터가 진짜인 느낌이다. 영화는 이제 딕 체니가 부통령이 되는 길을 선택하고, 그 길에서 얼마나 많은, 얼마나 커다란 사건들을 제 멋대로 휘둘렀는지 보여준다. 부통령 자리는 허울만 좋지 실리가 없다는 말을 완전히 뒤집어 버리고, 모든 권력을 손에 쥔다. 법을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요직에 자신의 사람들을 앉힌다. 모든 것이 체니를 거치고, 체니의 선에서 걸러진다. 911 당시 지휘권마저 딕 체니에게 넘어간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 엔딩 크레딧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봤다. 어쩌면 그건, 딕 체니의 정치 인생이 거기서 끝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감독의 바람이 아니었을까. 그랬더라면, 역사는 조금, 어쩌면 아주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911 이후 내레이터가 종종 화면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제 이 내레이터가 딕 체니와 어떤 인연으로 이어지는지가 궁금해진다. 내레이터는 이라크 파견 군인이었다. 아, 체니로 인해 시작된 전쟁의 최전선에 있던 군인이기에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일까? 겨우 그 정도로만 추측할 뿐이다.
체니에게는 심장병이 있었다. 그로 인해 몇 번 쓰러지기도 한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 죽음을 앞둔 것 같은 순간이 온다.
그리고 그 순간, 내내 미스터리했던 내레이터의 정체가 밝혀진다. 아주, 굉장히, 매우, 충격적으로.
아아, 정말. 정말. 감독 진짜 미쳤나봐.
내레이터와 딕 체니의 인생선이 교차되는 순간이 정말 너무 놀랍고 충격적이다.
누워서 영화 보다가 벌떡 일어나게 만드는 그런 충격.
아니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구성을... 그런... 와아...
이제 영화가 진짜 끝난다. 진짜 크레딧이 나온다.
하마터면 여기서 TV를 끌 뻔 했다.
[바이스]는 쿠키가 찐이다.
쿠키가 있을 것 같지 않은 영화인데 쿠키가 있다.
이 쿠키를 절대 놓치면 안 된다.
영화 하나도 안 본 엄마가 잠깐 쿠키 영상만 같이 봤는데, 그것만 보고도 깔깔 웃으셨다.
쿠키 영상에 나오는 대환장쇼는 절대 놓치면 안 된다.
그러니 부디 제발 [바이스]를 보실 분들은 쿠키까지 꼭꼭 봐주세요.
아니면 쿠키만이라도 봐줘요
아담 맥케이 감독 너무 좋다.
무겁고 어려운 이야기를 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고, ([빅쇼트], [바이스])
특유의 유머와 센스를 잃지 않는다.
작품을 챙겨보고 싶은 감독이 생겼다는 건 참 신나고 설레는 일이지.
아담 맥케이 감독의 다음 작품 알아보러 갑니다!
'보다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21224 | 나이브스 아웃 : 글래스 어니언 - 속편의 숙명 (스포 有) (0) | 2022.12.25 |
---|---|
20221113 | 수리남 in 넷플릭스 (0) | 2022.11.15 |
20220923 사랑은 비를 타고 / Singin' In The Rain (글02) (0) | 2022.09.26 |
20220915 오! 마이 고스트 (0) | 2022.09.16 |
20220907 후크 Hook (0) | 2022.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