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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남을 보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나는 윤종빈의 작품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구나. 

재미가 없다는 게 아니다. 그냥 나랑 안 맞는다. 

 

영화를 잘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만듦새가 좋은 작품들이라는 것도 알고,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다는 것도 안다. 근데 나랑 안 맞는다. 내 취향이 너무 아닌 것이다. 

 

[범죄와의 전쟁]이 그랬고 [수리남]이 그렇다. 보고 나면 뭔가 묘ㅡ하다. 다시 곱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연기를 잘 하는 배우들과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아주 잘 짜맞추고 그려놨는데 보고 나면 뭐 남는 게 하나도 없는 기분이다.

 

아니, 남는 게 없는 게 아니라 남기고 싶지 않은 것 같다. 

 

 

 

 

취향의 문제

폭력과 잔혹함이 나에게는 맞지 않는다. [수리남]은 청불을 달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히 그런 장면들이 나오고,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했으니 꼭 필요한 연출이었을 수도 있으나, 나는 썩 달갑지 않았다. 표현이나 수위가 그보다 더한 영화들이 수두룩한 것은 알지만, 그건 애초에 내가 쳐다도 안 보는 것들이니 차치하고, [수리남]은 그래도 조금이나마 관심과 호감을 가지고 각오를 하고 본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분위기가 영 불편했다. 그래서 2편인가 3편인가. 전기톱 장면이 나온 후로 다음편을 다시 보기까지 한참 걸렸다. 기분이 너무 별로였다. 

 

그래도 중간에 그만두기는 싫어서 끝까지 보긴 봤다. 그렇게 겨우 끝까지 보고 난 감상은,

 

- 아, 강인구 씨 참 강심장이네. 대단하네. 국정원은 강인구 씨를 어떻게 알아보고 작전에 투입했을까.

- 수고가 직업이라는 변기태 씨는, 정말 괜찮은걸까. 국정원에 정말 변기태 씨 같은 요원들이 있긴 한걸까. 변기태 씨 너무... 너무... 가혹한 삶인데. 

- 상준이가 그 정도로 지능캐였다니...? 세뇌되다못해 전요환에게 동기화되어 스스로는 생각도 행동도 할 수 없는 캐릭터인 줄 알았는데 아니 그렇게 요원들을 속여...? 생각이란 걸.... 해...? 머리를... 굴려...? 

- SM5가 그렇게 똥차인가...? 지금도 굴러다니는 차 아닌가...? 

- 잔금을 무슨 단란주점으로 퉁치자고.. 국정원 양아치네 

- DEA가 짱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종빈이 다음 작품을 내놓는다면 그것은 또 그것대로 기대가 된다.

왜냐면 나는 [공작]은 또 꽤 재미있게 봤거든. 과연 이 사람의 새 작품은 나랑 맞을 것인가 아닌가, 그건 또 궁금하거든. 

 

그래서 윤종빈 차기작을 검색하다 이런 인터뷰를 봤다. 

 

Q. 차기작으로 느와르 이외의 다른 장르를 찍고 싶은 마음은 없나.

제가 개인적으로 영화를 볼 때는 미니멀하고 장르적 색채가 덜한 작품을 좋아한다. 하지만 관객들이 최근 그런 영화를 극장에서 보기를 원하는 것 같지는 않다. 스펙터클하고 액션이 큰 작품을 원하시는 것 같다. 앞으로 느와르나 언더커버 장르를 찍는다고 하더라도 상업적 코드는 담되 좀 더 사람 이야기에 가까운 것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하되 상업성은 담보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얘기를 하니까 다음 작품을 은근히 기대할 수 밖에 없는거다. 미니멀하고 장르적 색채가 덜한 작품, 그거 나도 좋아해요, 감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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