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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5 오! 마이 고스트

카랑_ 2022. 9. 1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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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 투성이. 그냥 대놓고 다 말할거임.

 

어... 이걸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말을 해야 하지....

영화가 별로일 때 끌려나오는 모든 이유들이 이 영화에 다 나와있다고 보면 된다. 

스토리, 인물, 사건의 개연성과 구성은 물론 연출이나 편집 등의 기술적인 부분도 모두... 하... 

 

영화를 보고 나서 친구들과 정말 오랜시간 얘기를 나눴다. 여건만 된다면 밤 새 이야기할 수도 있을만한 영화였다. 그런 면에서는 참 좋았지. 영화를 이렇게 나노단위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할 수 있는 경우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할 수만 있다면 영화를 다시 보면서 장면장면 끊어가며 일시정지 해놓고 얘기하고 싶었을 정도다. 

 

귀신을 볼 수 있는 태민은 친구의 소개로 영상 스튜디오의 FD로 취직하게 된다. 입사 첫날부터 야간 당직을 서게 되고, 그날 밤 태민은 스튜디오에서 귀신 콩이를 만난다. 콩이와 티격태격하며 친해지는 태민. 그러던 어느 날 스튜디오에 새로 들여온 8k 촬영 카메라에 우연히 콩이가 찍히게 되고, 콩이가 찍힌 홈쇼핑 방송이 대박을 터뜨린다. '귀신이 찍히면 대박이 난다'는 것을 경험한 감독과 전(前) 대표는 대박 행진을 이어가려 귀신을 다룰 수 있는 퇴마사를 고용하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일으킨다. 결국 그들은 대박의 주역 콩이를 잡아 방송에 이용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태민이 콩이를 구하기 위해 달려온다. 콩이를 구한 태민은 현(現) 대표와 함께 스튜디오에서 현 대표가 찾던 저승의 입구를 찾게 되고, 그곳에서 전 대표와 현 대표, 귀신과 인간의 대결이 펼쳐진다. 그 과정에서 스튜디오의 지박령이었던 콩이의 정체도 밝혀진다. 

 

줄거리를 좀 차근히 정리해 보려고 했는데 정리가 안 된다. 그럼 포털에 올라온 공식 영화 정보를 보자.

 

 

그렇군. 소개글은 상당히 심플하다. 영화도 이랬으면 좋았을텐데.

 

태민은 사실 단순히 '귀신을 보는 것이 유일한 스펙'이라는 말로 설명되지 않는 캐릭터다. 캐릭터의 미스터리함을 지키기 위해 저 정도로만 소개를 했을테지만, 적어도 영화에서는 좀 더 풍부하고 치밀하게 설정을 했어야 하는게 맞다.

 

태민은 원래 검을 휘두르며 귀신을 소멸시키던 퇴마사였다. 귀신 소멸 작업(?) 중 무고한 소녀 귀신(?)을 소멸시킨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괴로워하는 태민을 위해 태민의 스승은 태민의 기억을 지운다. 그래서 태민은 자신의 능력은 잊은 채 그저 귀신을 볼 줄 아는 별볼일 없는 평범한 인물로 살고 있었던 것. 

 

여기까지가 태민의 과거 서사다. 그런데 이 과거 서사를 영화 후반부에 등장인물의 대사로 대충 읊어준다. 그 후에 태민이 콩이와 접촉을 할 때마다 번쩍거리며 떠오르던 갈대밭에서의 장면들이 태민이 가진 과거의 기억이라는 것을 쭉 펼쳐 보여준다. 복선처럼 깔아 둔 것이었을텐데, 문제는 이전에 번쩍번쩍하던 그 장면들이 태민이 아닌 콩이의 기억처럼 보였다는 거다. 왜냐면 콩이는 귀신이 되면서 기억을 잃어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미리 얘기를 해 줬거든. 하지만 태민이에 대해서는 그런 설명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태민과 콩이가 접촉할 때마다 튀어나오는 장면이 콩이의 과거나 기억에 대한 것인 줄 알았지, 태민이의 것인 줄은 상상도 못했다. 

 

친구들과 얘기하다가, 설마 이거 반전의 효과를 노린 걸까? 콩이의 과거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태민이의 과거라는 반전? 그럴 수도 있겠다.. 뭐.. 그래. 노렸을 수도 있지. 반전이라면 반전이지. 그래. (한숨)

 

사실 태민의 기억이 지워진 이유가 '무고한 소녀 귀신을 소멸시켜서'라는 것도 선뜻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인간과 귀신이 공존하는 세계관이라면 그 이야기를 좀 더 설명해주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러고 보니 처음엔 귀신을 보는 게 태민 뿐이었는데, 마지막에 저승에서 빠져나온 귀신들은 너도나도 다 보고 있었네...? 도대체 설정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꼬인거야?

 

그리고 태민은 본투비 퇴마사였던건지, 아니면 수련을 통해 능력을 얻게 된건지, 그런 얘기도 좀 궁금하다. 그러니까 태민이란 캐릭터는 굉장히 설명해야 할 것도 많고, 보여줘야 할 것도 많은 캐릭터인데 충분히 보여주지 못해서 너무 아쉽고 안타깝다.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는 캐릭터인데... 멋지고 귀엽고 다 할 수 있는 캐릭터였는데 왜 '멋짐'을 안 보여줘요... 

 

아쉬운 캐릭터는 또 있다. 아니 아주 많다

스튜디오의 부채를 떠안고 들어온 새로운 대표. 뭔가 꿍꿍이가 있는 듯 비밀스런 모습들을 보여주다, 결국 밝혀지는 정체를 또 말로 주절주절 늘어놓는다. 사실 그녀는 43대 무녀께서 봉인해 둔 저승의 입구를 찾는 일을 할머니, 어머니의 뒤를 이어 하고 있다. 현 대표는 태민에게 말한다. 자료에 따르면 이 스튜디오에 그녀가 찾는 저승의 입구가 있는 게 분명하다. 저승 입구에는 지박령이 있다고 하는데 콩이가 바로 그 지박령인 것 같으니 콩이에게 물어보자. 태민이 귀신을 볼 수 있으니 태민을 통해 귀신인 콩이와 접촉을 하려는거다. 

 

사연이 있고 스토리도 그럴듯한데 보여주는 게 없다. 무녀인데 귀신을 보지 못하고, 관련된 어떤 능력도 없다. 그녀의 유일한 능력은 재력이다. 그 재력은 어디서 났을까....까지 생각하면 얘기가 너무 길어지니까 생략한다 쳐도, 저승의 입구를 찾는 명분이 다소 빈약하고 그걸 찾아서 어떻게 지킬건지도 불분명하다. 그렇게 찾던 저승의 입구를 찾고도 귀신의 등장에 그저 벌벌 떨고 있기만 하는데요.... 

 

친남매인지 의남매인지 알 수 없는, 태민이 누나라고 부르는 인물도 있다. 타로점 같은 걸 보는 사람인가...? 그런데 무슨 물약 같은 것도 만든다. 귀신의 본 모습을 보여주는 물약 같은 거. 태민이 귀신을 보는 것을 알고 있고, 그런 것과 관련된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이 사람은 뭐지? 싶었는데 이 역시 후반부에 정체가 밝혀진다. 그런데 조금 불친절하고 성의없이... 알고 보니 태민의 과거를 아는, 같은 스승님 아래에서 배운 동기 누나인 듯 한데, 설명도 부족하고 캐릭터 활용도 아쉽다. 

 

그렇다면 콩이는 누구인가. 신비한 능력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오래 전 저승의 입구를 막는 인간 누름돌이었다는 회상씬을 보여준다. 죽은 것이 아닌 신체와 영혼이 분리된 채로 지박령으로 살아온 콩이. 그리고 이제야 다시 살아났는데 다시 죽으라는 것이냐며 서러워하다 귀신들이 인간을 공격하는 걸 보고 다시 자신을 희생한다. 그 상황을 보며 이게 바로 저승이구나(?) 라는 식의 대사를 하며 갑자기 깨달음을 얻는 콩이... 다시 의식을 잃은 콩이를 보며 슬퍼하는 태민.... 이렇게 쓰니까 뭔가 정리가 되어 보이는데 사실 이런 과정들이 모두 부자연스럽고 하나도 정돈되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튀어나온다. 굉장히 성의없다. 정말 성의없다.

 

마지막 지하실 시퀀스는 정말 통째로 다 엉망이다. 컷은 튀고 캐릭터들은 놀라울 정도로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으며 긴장감은커녕 웃음을 주지도 못한다. 컷이 어느 정도로 말이 안되냐면, 현 대표와 태민, 콩이만 있던 지하실에 갑자기 뿅 하고 전 대표와 감독, 그리고 입봉을 인질로 잡힌 조감독이 나타나고, 그리고 조금 뒤엔 태민의 누나가 또 뿅하고 나타난다. 정말 뿅하고 나타난다. 

 

말을 하다보니 너무 길어진다. 사실 다 아쉽다. 쓸데없는 인물들의 쓸데없는 아웅다웅이 너무 많다. 배우들의 연기톤도 제각각이고, 아웅다웅하는 인물들이 도대체 왜 그러고 있는건지도 모르겠고, 그 와중에 뭔가를 보여주겠답시고 넣은 인플루언서에게 붙은 엄마 귀신 에피소드는 서프라이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오컬트 호러 판타지 코미디 장르를 섞었는데 뭐 하나도 제대로 나온 게 없다. 

 

이 와중에 우리가 이 영화를 보게 만든 장본인, 주연 배우는 문득문득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괜찮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모든 장면이 다 좋았던 것은 아니다. 말도 안되는 대사를 쳐야 하거나(ex. 혼자만 겨울을 맞으셨구만(?) /  ㅎ바보) 도저히 몰입할 수 없는 장면에서 진지하게 감정을 터뜨리는 연기를 해야 한다거나... 본인도 많이 힘들었겠다 싶은 순간들이 있었고. 고생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제일 고생한 건 이 영화를 끝까지 본 우리였다. 우리가 제일 고생했고 제일 수고했고 제일 욕봤다. 

 

 

 

 
오! 마이 고스트
귀신 보는 것이 유일한 스펙인 신입 FD ‘태민’(정진운)은 어렵게 취업한 스튜디오에서 야간 순찰을 돌던 중 갈 곳 없는 붙박이 귀신 ‘콩이’(안서현)를 만나게 된다. 눈만 마주쳤다 하면 티격태격하던 일상 속 어느 날, 이들의 유일한 일자리이자 잠자리인 스튜디오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발생하는데… 귀신 보는 신입 FD X 갈 곳 없는 붙박이 귀신 일자리와 잠자리 사수를 위한 좌충우돌 팀플레이가 시작된다!
평점
7.3 (2022.09.15 개봉)
감독
홍태선
출연
정진운, 안서현, 이주연, 강성필, 정태우, 전수진, 지대한, 김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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