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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7 | 위키드 Wicked

카랑_ 2024. 11. 2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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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문화의 날은 꼭꼭 챙겨서 영화를 봐야지! 라고 마음 먹고 처음으로 챙긴 문화의 날 영화, <위키드>. 딱히 땡기는 건 아니었는데 그나마 현재 개봉작 중에 제일 나아보여서 골랐다. 그만큼 큰 기대는 없었다는 걸 미리 밝히는 것임.

 

위키드 / Wicked

 

 

 

 

<위키드>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 : 뮤지컬 원작이다. 주인공들의 이름이 엘파바와 글린다다. 파퓰러와 디파잉 그래비티라는 넘버 정도. 

 

 

아.. 근데 이걸.. 뭐라고 해야 하지... 보는 내내 심드렁했다. 조금 불편하기도 하고. 뮤지컬로 치면 1막의 내용을 담은 것이라는데, 1막에서 이렇게 찜찜하게 해놓고 2막에서 다 풀어주는 식인가? 그렇다면, 나같이 영화 1편이 마음에 안들었던 사람은 굳이 2편을 찾아보지 않을 것 같고, 그러면 영원히 이 작품에 대해 오해를 한 채로 살아가라는 말인가? 과장되긴 했지만, 아무튼 나는 <위키드>가 별로 좋지 않았다.

 

영화적 재미나 화려함과는 별개로, 스토리와 캐릭터에 대한 불만이다. 

 

 

사악한 서쪽 마녀의 죽음을 기뻐하는 오즈 사람들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서쪽 마녀가 무슨 짓을 했고, 얼마나 사악한지는 나오지 않는다. 미움받던 존재의 소멸이라는 것 외에는 정보가 없다. 환호하며 춤추던 사람들 중 하나가 기쁜 소식이라며 서쪽 마녀의 죽음을 공표하러 온 글린다에게 미심쩍은 얼굴로 묻는다. 서쪽마녀와 친구였다는 게 사실인가요? 글린다의 동공지진, 아는 사이였어요. 학생때. 그러면서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 

 

사악한 서쪽 마녀는 초록색 피부를 가진 엘파바였다. 엘파바의 탄생은 불륜에 의한 것이었고, 잘못된 행동의 피해는 고스란히 엘파바가 뒤집어 쓴다. 초록색 피부로 태어난 아이. 아버지로부터 영원히 미움받는 아이. 그런데 그 미움이 너무 가혹하다. 그럼에도 엘파바는 어찌나 바르고 이성적인 존재로 자랐는지. 훌쩍 큰 엘파바가 맞이하는 세상 역시 부조리하기만 하다. 단지 피부가 초록색이라는 이유만으로. 

 

반면, 만인으로부터 사랑받는 갈린다가 있다. 그것이 당연하고, 온 세상의 중심이 나라는 생각으로 살아온, 살아가는 존재. 자신이 베푸는 호의와 친절이 대단한 감동과 찬사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긴다. 상대방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나의 즐거움, 나의 만족, 나의 기쁨, 오로지 '나'에게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는 존재다. 

 

하... 진짜 마음에 안 들었다. 갈린다. 나중에 글린다가 되는 갈린다. 

 

갈린다를 앞세운 학생들 무리도 당연히 마음에 안든다. 내 눈에 갈린다는, 엘파바를 왕따로 만드는 주동자로밖엔 보이지 않는다. 나중에는 둘이 진정한 교감을 이루고 친구가 되지 않느냐고? 그것이 과연 공평한 관계였을까? 갈린다가 엘파바에게 마음을 열게 되는 계기라는 게, 엘파바가 자신을 위해 마법 수업을 듣게 해주어서이다. 일말의 양심같은 거였지. 진정으로 엘파바를 인정하고,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고 그런 게 아니다. 그러고 엘파바와 같이 춤을 추는데, 그것조차도 나는 너무 가증스럽고 짜증났다. 그러다가 애들이 다 갈린다를 따라 춤을 추고, 엘파바를 인정한다. 그러니까 그냥 그 애들은, 그 무리들은, 갈린다의 하수인일 뿐인거다. 그래놓고 이어지는 장면이 파퓰러다. 외모를 꾸미고, 인정을 받고, 인기를 높이자며 부르는 파퓰러. 나는 이게 이런 식으로 연결되는 건지 몰랐지. 

 

대충 그렇게 친해졌고, 엘파바도 이제 더 이상 무리에서 소외되지는 않는 존재가 되긴 했다. 마침내 오즈의 마법사의 초대를 받아 에메랄드 시티? 성? 에 가는 엘파바와 글린다. 참, 여기서 갈린다가 갑자기 글린다가 되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것도 그저 충동적인 인정욕때문이었다는 게 너무 우습다. 아무튼 그래서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러 가게 되는데, 여기서 모든 허상이 밝혀지고, 충격받은 엘파바가 각성하며 더욱 강력한 존재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에도 글린다는 엘파바를 말린다. 그러지 마, 돌아가자, 대화로 풀어보자, 저들은 대단한 사람이야, 등등. 아, 너무너무 답답하고, 치졸하다. 엘파바를 설득하고 남겨두어야 자신도 오즈의 마법사의 그늘 아래에서 원하는 바를 펼칠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엘파바가 날아오르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거. 

 

내 눈에 글린다는 엘파바에게 매 순간 걸림돌이고 방해가 되는 존재로밖엔 보이지 않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도대체 글린다가 엘파바에게 해준 게 뭐임???? 이 상태. 

 

과연 <위키드> 파트2가 나의 이 엄청난 불신과 불쾌감을 다 해소시켜 줄 수 있을 것인가. 영화의 오프닝, 엘파바와의 인연을 소극적으로 밝히며 여전히 꺼림칙해 하는 글린다가 어떻게 가증스럽지 않을 수가 있냐고. 

 

 

오즈의 마법사가 동물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우고 공공의 적으로 돌린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의 화합을 위해서는 공공의 적을 만들어야 한다고 배웠다고. 그것은 곧 엘파바가 먼치킨 나라인지, 에메랄드 씨티인지, 오즈인지, 아무튼 그 세계의 '모두의 적'이 될 것을 암시한다. 자의로 시작된 것은 아니었지만, 어쩌면 엘파바는 자신을 그 '공공의 적'으로 희생시켜 다른 이들의 평화와 화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존재로 남게 된 것이 아닐까 싶어진다. 아 근데 그 세계를 지배하는 자들이 너무 썩어 문드러진 것들이라 그게 과연 잘 유지가 될 것인가 하는 의문도 들긴 한다. 이래저래 희망이 안 보이는 곳이었네, 오즈는. 

 

 

피예로도 별로 맘에 안 드는데 각성 전과 후의 모습이 확연히 달라보이는 건 마음에 들었다. 피예로도 하는데 너희들도 생각이란 걸  좀 해라, 이것들아. 

 

 

그리고 의외로 군무같은 게 기억에 남는 장면이 없다. 한 화면에 떼거지로 몰려 춤추는 장면들은 있는데, 그게 멋진 군무로 표현되지는 않은 것 같다. 오히려 나는 좀 정신사나웠음. 

 

 

<위키드> 파트1의 요약은 이거다.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서쪽 마녀로 우뚝 선 엘파바의 이야기. 여기서 고난과 역경이란, 엘파바를 제외한 모든 것이다. 

 

 

영화와는 별개로, 한국에서 공연되었던 뮤지컬 <위키드>의 배우들이 자꾸 생각났다. 정작 공연은 보지도 못했는데, 이 배우의 이 노래가, 이 역할이 너무 잘 어울렸겠단 생각에 나중에 기회가 되면 뮤지컬도 한번 보고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대극장 뮤지컬은 너무 비싸고, 아마 영원히 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박혜나 엘파바와 서경수 피예로 너무 찰떡이잖아. 영화에 나온 배우들보다 이 둘이 더 잘 어울림. 각성 전 피예로에 서경수가 너무 ㅋㅋㅋㅋㅋㅋ 너무 잘 어울려서 ㅋㅋㅋㅋ 보지도 않았는데 ㅋㅋㅋ 상상만 해도 너무 웃기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박혜나 배우님은.. 아아.. 뭐든 봐야지.. 정말... 너무 좋아.. 너무... 좋단 말 밖에 못 하겠다. 

 

아무튼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유툽에서 박혜나와 서경수를 찾아보았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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