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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빵이 먹고 싶어서 시작된 공주 여행.
출발 09:10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공주행 버스를 탔다. 버스 타고 가는 여행은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에 종이티켓도 뽑았다. 고속터미널 키오스크에서 예매 티켓도 종이로 뽑을 수 있다. 단, 종이로 뽑고 나면 어플(티머니GO)에서 취소나 변경이 되지 않으니 참고.
프리미엄버스 처음 타 봤다. 신기한 버튼도 보여서 이것저것 눌러봤는데, 생각보다 의자가 더 많이 눕혀져서 깜짝 놀랐다. 심야 버스로 타기는 진짜 좋겠다.
도착 약 11:00 공주종합터미널
오.. 버스 여행은 처음이라는 설렘에 내가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 있었다. 나는 멀미인간이라는 것. 처음엔 말짱했는데 1시간이 넘어가니까 슬슬 속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조금만 참자... 1시간 30분이면 도착한다고 했으니까 조금만.. 버텨... 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주말이라 그랬나. 도착까지 2시간이 걸렸다.
공주터미널에 내릴때까지도 공주 내에서 이용할 교통수단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였다. 주로 걷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었는데, 터미널 나오자마자 바로 보이는 백제씽씽이를 보니 또 마음이 바뀐다. 백제씽씽이 어플도 미리 깔아 놨겠다, 그냥 한 번 시도라도 해보자 싶어 자전거를 빌렸다.
공주 산성시장
백제씽씽이를 타고 금강옆길을 따라 달리다 다리를 건넜다. 다리를 건너면 바로 공산성이다. 자전거를 공산성 앞 대여소에 반납하고 산성시장까지는 그냥 걸어갔다.
산성시장으로 바로 향한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
공주 산성시장 간식집 잡채만두
밤빵을 먹으러 가는 것이긴 했지만, 한 끼 정도는 식사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이것저것 알아보던 중에 발견한 간식집 잡채만두.
▒ 원래 만두 좋아함
▒ 특색있는(고추장 양념을 찍어 먹는) 만두
이것으로 충분했다. 반드시 간식집 만두를 먹고야 말겠다 다짐했고, 늦게 가면 만두가 다 소진되어 먹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에 제일 첫 번째 목적지로 정했다.
주문한 만큼 그 자리에서 바로 구워주신다. 내가 언제 멀미를 느꼈더라 싶게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포장만 가능한 곳이어서 만두를 받아들고 바로 그 앞에 있던 빈 자리에 앉아서 먹었다. 당면이 99%인 단순한 만두였는데, 그게 바로 이 만두의 매력인 것 같다. 함께 곁들이는 고추장 양념은 순한맛 초고추장 같은 느낌인데, 찍어 먹으면 맛이 확 자극적이 되면서 느끼함을 잡아준다. 첨에 야금야금 먹느라 속에 든 당면을 많이 흘리기도 했는데, 먹다 보니 요령이 생겼다. 이건 딱 두 입에 먹으면 알맞은 크기다.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
시장에서 무령왕릉까지는 걸어 갔다. 매우 맑고 하늘이 예쁘고 더운 날이었다. 지도상에서 보이는 웅진동 주민자치센터정도부터 큰길까지는 쭉 오르막이었던 것 같다.
큰길로 접어들자 보이는 왕릉원의 풍경.
날씨가 정말 좋았고, 풍경이 정말 예뻤으며, 엄청나게 더운 날이었다.
입구에 바로 보이는 웅진백제역사관에 들어갔다. 아담한 규모의 전시관이었다. 백제에 대해 배울 때 백제를 한마디로 표현한 글귀가 참 인상적이었는데, 이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검소하면서 누추하지 않았고 화려하면서도 사치스럽지 않았다.
- 삼국사기
웅진백제역사관의 압권(?)은 이 게임이었다. 그냥 지나칠 뻔 했던 작은 영상 모니터에 흥미로운 게임들이 제공되고 있었다. 틀린그림찾기와 총쏘기를 응용한 게임들이었는데, 단순하고 아기자기하게 잘 만들어 놨다. 그 중 제일은 일종의 방탈출게임인 마지막 게임이었는데, 오프닝 영상부터 해서 엄청나게 공을 들여 만든 티가 나는 게임이었다.
이거 너무 그럴듯하게 잘 만들었다. 신기해서 오프닝은 동영상으로도 찍었는데, 다시 봐도 멋지다.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 전시관
백제웅진역사관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와 왕릉원 전시관으로 올라갔다. 입구부터 마치 왕릉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왕릉과 관련된 유물이 전시되어 있고, 왕릉 모형을 재현해 놓아 직접 들어가볼 수도 있다. 무령왕릉 발굴 당시 유물들이 놓여있던 그대로 재현해 놓았는데, 여기에 익숙한 유물들이 많이 보였다. 저기 입구를 늠름하게(귀엽게) 지키고 선 진묘수도 보인다.
왕릉원 전시관을 나와 뒤쪽으로 쭉 오르면 진짜 무령왕릉이 나타난다. 현재는 보존을 위해 입구를 막아놓은 상태. 진짜 무령왕릉을 감싸고 돌아 오르면 다른 왕릉도 보이고, 발굴작업중인 곳들도 보인다. 가장 높은곳까지 올라가 뒤쪽으로 내려오는 길에는 추정고분이라고 쓰여진 표지도 발견했다. 여기도 나중엔 발굴하고 그러나?
숭덕전
왕릉을 한바퀴 돌아 뒤편으로 내려오면 보이는 곳이다. 백제 왕들의 위패를 모시고 해마다 추모제례를 올리는 곳이라고 한다. 여기는 개방되어 있지 않아서 멀리서 구경만 했다.
국립공주박물관
숭덕전 왼쪽으로 난 길을 쭉 따라 내려가면 왼편으로 국궁장이 보이고, 오른편에 국립공주박물관이 나타난다. 공주박물관 앞을 지키고 있는 건 역시 늠름한(귀여운) 진묘수.
규모가 크진 않지만 알찼다. 조도를 낮추고 전시품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으로 꾸며 놓은 것도 마음에 들었다. 여기서는 진짜 진묘수와 진짜 장신구들을 만날 수 있다. 앞서 보았던 왕릉 전시관과 백제웅진역사관에서 본 것들은 다 가짜였고 ㅋㅋ
충청권역 수장고
공주박물관 왼편에 수장고가 있었다. 가도 되나.. 구경할 수 있나... 눈치만 보고 있었는데 어느 가족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입장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얻고 나도 갔다. 수장고다!! 수장고!!!
4층 정도 되는 건물이고, 실제로 유물을 보관하는 장소의 일부를 전시 공간으로 꾸며 놓은 것 같았다. 굉장히 현대적인 건물과 구조에 가득 들어찬 유물들에 압도되는 기분이 정말 너무 굉장했다.
사실 예전부터 파주에 있는 민속박물관의 수장고에 가보고 싶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미리 경험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냥 너무너무 좋았다. 너무 좋고 완전 좋았다. 왜 좋았냐고 물어도 뭐라 표현을 못 하겠음.
충청권역 수장고 구경까지 마치고, 공주 여행의 원래 목적인 '밤빵'을 먹으러 갔다.
베이커리 밤마을 | 밤 에끌레어와 밤 파이
유명한 베이커리는 다 공산성 앞에 모여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박물관에서 공산성까지 또 걸어걸어 돌아왔다. 백제씽씽이를 타는 방법도 있었는데, 길이 낯선데다 막무가내로 자전거를 타고 갔다 오르막이라도 만나면 더 큰일이었다. 9월인데도 30도를 웃도는 날씨였다. 구름은 있는데 해를 가려주지 않는 구름이었다. 덕분에 하늘은 엄청 예뻤고, 날씨는 엄청 더웠다.
종류별로 하나씩 먹어보고 맛있는 건 사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일단 밤 에끌레어와 밤 파이를 하나씩 시켰다. 함께 마실 커피도 함께. 이 날 처음으로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였는데, 한 모금 입에 머금는 순간 아아, 이곳이 바로 천국이구나를 느끼게 해줬다. 아메리카노임에도 너무나 달콤하게 느껴졌다.
밤 에끌레어를 먼저 먹었다. 에끌레어 자체를 처음 먹는 거였는데, 이거 괜찮았다. 부드러운 크림과 파삭 부드러운 빵이 잘 어우러진다. 여기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곁들이면 진짜 천국이다.
밤 파이는 촉촉한 패스츄리 식감의 빵 안에 밤소가 가득 들어 있었다. 알밤도 하나 들어있었다. 상상 가능한 맛있는 패스츄리와 달달한 밤소의 맛이었다.
사실 이때 너무 힘들어서 손이 달달 떨릴 정도라 좀 정신이 없었다. 가게 안은 사람으로 꽉 차 있지, 자리는 겨우 어디 빈 자리에 낑겨 앉았지. 맛을 제대로 느끼고 음미할 여유가 없었다. 그래도 당과 카페인을 보충하고 나니 좀 기운이 나는 것 같았다. 공산성에 가야 했다. 나는 밤 젤라또를 사들고 베이커리 밤마을을 나왔다.
밤 알갱이가 섞인 달콤한 아이스크림이었다. 더위를 식혀주고 당보충도 해주는 좋은 아이템이었다.
공주 공산성
무령왕릉 입장권을 사면서 3개 기관의 통합권을 끊었었다.그 통합권에 펀칭으로 입장 표시를 하고, 공산성에 올랐다. 공산성 성벽길을 따라 쭉 걸었다. 밤 젤라또를 먹으면서.
그러고 보니 무령왕릉에 있을 때부터 자꾸 들리던 소리가 있었다. 교대식을 진행하는 소리였는데, 나는 이게 하루에 한두 번 하는 건줄 알았는데 매 시간 하는 거였나보다. 공산성에 갔을 때도 마침 시간이 맞아 교대식하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공산성 안쪽을 가로질러 금강이 바로 보이는 공북루에 가서 또 한참을 쉬었다. 그늘이었고, 금강이 보이는 풍경이 좋았다.
집으로
무려 2만 4천 보를 걸었다. 더위에 고생이 많았다.
여행지에서 기념품같은거 잘 안 사는데, 공주에 가니 여기저기 진묘수라 홀린듯이 진묘수를 몇 개 구매했다. 무령왕릉에서 공주박물관으로 넘어가는 길에 있던 공예품 판매점에서 산 도기로 만든 진묘수와, 공주 박물관에서 만난 귀여운 진묘수 뱃지다.
가족들에게 줄 선물로는 밤절미와 밤파이를 샀다. 먹어보고 맛있는 걸로 사야지 했던 다짐이 무색하게 공산성 앞에서 그냥 눈에 띄는대로 샀다. 밤절미는 엄마 입맛에 맞을 것 같아서, 조카님들이 좋아할 것 같은 밤파이는 밤마을 베이커리가 아닌 인화당 베이커리에서 샀다. 하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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