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유안 작가의 <초정리 편지>를 너무너무 재미있게 잘 보았고, 도서관을 헤매다 눈에 띈 <뺑덕>이 마침 또 같은 작가이기에 냉큼 빌려왔다. <초정리 편지>만큼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하며 읽기 시작.
뺑덕 / 배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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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익히 아는 그 뺑덕은 심봉사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던 '뺑덕어미'이다. 흔히 자녀의 이름을 붙여 부르는 호칭이고, 그렇다면 '뺑덕어미'는 '뺑덕의 엄마'라는 뜻이 된다. 이 책에서는 그 '뺑덕'이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뺑덕어미'라고 불린 여자의 아들, '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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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설정이었다. 이야기도 그만큼 재미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내 기대에는 좀 못 미쳤다. 뺑덕, 그러니까 '병덕'이의 삶이 새로이 창조되었으나 그 삶이라는 게 그다지 흥미롭거나 극적이지는 않았다. 어느 집안의 후처로 들어왔던 뺑덕(병덕)어멈이 낳은 아이, 병덕. 그런데 본처가 아들을 낳게 되자 찬밥 신세가 되어 집을 나와 떠돌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궁금함을 좇아 엄마를 찾아 나서게 된다. 불우한 환경에서 시작된 병덕의 이야기와 그 이후의 사건들은 대부분 우울하고 비극적이다. 그래서 그런가, 답답한 마음에 재미가 붙지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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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이의 이야기가 원작대로 환상적인 해피엔딩을 유지하는 것을 보고, 나는 사실 강재(깡치)도 다시 만날 수 있게 되는 건 아닐까 살짝 기대 했었다. 근데 아니어서 너무 아쉬웠다. 강재도 돌아오게 해주지. 하다못해 연꽃 떠받치고 떠올랐다거나...뭐 그런.. 허무맹랑하더라도 조금은 동화적이고 아름답고 행복한 마무리를 바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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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심봉사 눈 뜨게 해준다는 스님 얘기도 너무했다. 원작에서도 너무했지만 재창작한 이야기에서만이라도 좀 그럴듯한 인물과 상황으로 만들어주면 안되나. 순 사기꾼같이 그려놔서 너무 보기 싫었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했어야 하나 싶었다. 차라리 심청이 이야기를 좀 비틀어서 바꿔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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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읽으려다 입맛만 버린 것 같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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