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청소년 도서 책장에 예쁘게 꽂힌 시리즈 중 가장 낯선 책이라 한번 꺼내봤다. 다른건 금오신화나 사씨남정기 같은 고전 소설류여서 그래도 처음 보는 애들은 아니었거든. 근데 맨 뒤에 #주요키워드 라고 쓰인 것들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스파이, 스릴러, 세계문학, 청소년문고. 스파이? 스릴러? 오호?
목요일이었던 남자 /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
평소처럼 첫장부터 읽기 시작했다. 목차나 소개글같은 것도 없이 첫장이 바로 시작된다.
정말 아무 표시나 예고 없이 이렇게 첫장이 시작된다. 당연히 그냥 읽을 수밖에 없다. 이야기의 시작이 아닐거라고 어느 누가 의심을 하겠어?
그런데 세상에, 오프닝인 줄 알았던 한장 반이 사실은 이 소설의 요약본이었던 거다. 스포따위 가리지 않고 거침없이 결말까지 다 보여주는 요약본. 키워드를 스파이, 스릴러라고 해 놓고 첫 장에서 결말을 다 알려주고 시작하다니... 이 무슨 사악한 짓이란 말인가.
이게 정말 원작 그대로인건지, 아니면 청소년문고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면서 한장 요약을 맨 앞장에 넣어 놓은 것인지 미친듯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도서관 가면 다른 출판본 찾아봐야지. 꼭.
■
안그래도 쉽게 읽히지 않는 문장과 내용이었는데 초반에 스포를 다 당하고 보니까 더 재미가 없었다. 좀 겨우겨우 읽었다. 스포가 아니었다면 조금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까, 궁금하긴 하다. 근데 스포 아니더라도 읽기 어렵긴 하다. 문장이 드럽게 안 읽힘.
■
소설인데, 희곡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처음에 한장요약을 해 놓은 부분도 막을 열기 전 나레이터가 등장해 이 극은 이런 내용입니다, 하고 설명해주고 들어가는 느낌같기도 하다. 그레고리와 사임이 말싸움을 잔뜩 하고, 캐릭터성이 강한 무정부주의자 대표 7인이 등장하고, 각자의 비밀이 밝혀지고, 우당탕탕 쫓고 쫓기고, 그러는 와중에 그들이 나누는 대화와 행동들이 되게 극적으로 보이는 탓이다.
■
과연 이걸 읽었다고 해도 되는 것일까. 기억에 남은게 '스포 당했다' 밖에 없는데.
'읽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1204 | 훌 / 배수아 (0) | 2024.12.04 |
---|---|
20241129 | 뺑덕 / 배유안 (0) | 2024.11.30 |
20241126 | 슬픔도 힘이 된다 / 양귀자 (2) | 2024.11.27 |
20241122 | 나목 / 박완서 (1) | 2024.11.25 |
20241119 | 정신자살 / 도진기 (0) | 2024.1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