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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을 줄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극 사실주의로 펼쳐지는 오피오이드 사태에 대한 르포였다. 그래서 쉽게 읽히지 않았고 머리에 남은 것도 되게 겉핥기식의 얄팍한 정보들이다. 

 

페인킬러 / 배리 마이어

 

 

 

 

진통제로 쓰여야 할 약물이 기업과 그 기업의 편에 선 의사들로 인해 오남용되기 시작했고, 이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던 상황과 기업에게 휘둘렸던 사회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참 읽으면서도 와닿지 않는 먼 나라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문득 영화 <벤 이즈 백>이 떠올랐다. 이 영화에서 벤이 진통제 중독으로 시작된 마약 중독을 겪고 있었고, 벤에게 진통제를 처방해준 의사를 우연히 만난 엄마(줄리아 로버츠)가 아주 무섭게 쏘아붙이는 장면이 나온다. 이렇게 보니 이야기가 좀 가까워진다. 

 

그치만 친근함은 잠깐이고 책은 여전히 진지하고 다소 재미없는 얘기가 계속된다. 여러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약성 진통제인 옥시콘틴의 사용량은 잡히질 않는다. '고구마 구간'이 계속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지막에 모든 것이 해결되었습니다! 하는 해피엔딩도 아닌지라, 다 읽고 나서도 좀 기운이 빠지긴 한다. 그래도 의식과 제도의 변화가 생기긴 한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아무튼 재미로 읽을 책은 아니고, 나에게 남은 건 '오피오이드'의 개념과, 마약성 진통제의 남용의 중심에 있는 '옥시콘틴'이라는 약에 대한 약간의 정보다. 

 

이제 재밌는 거 봐야지. 아이구 고생했다.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처방 진통제의 오락적 사용은 미국의 다른 여러 지역에서도 새로운 일이 아니었다. 수십 년 동안 일부 환자와 약물 남용자들은 퍼코셋percocet, 퍼코단percodan, 타이록스Tylox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진통제를 오용해 왔다. 이런 약물의 활성 성분은 옥시코톤oxycodone이라는 마약성 진통제이며, 각 알약에는 대개 5밀리그램의 옥시코돈과 500밀리그램의 아스피린 또는 아세트아미노펜과 같은 일반의약품 진통제가 혼합되어 있었다. 

                         하지만 옥시콘틴은 완전히 달랐다. 이 약은 순수한 옥시코돈이었고, 가장 적은 용량에도 이전 제품보다 두 배나 많은 10밀리그램의 마약성 진통제 성분이 함유되어 있었다. 또한 20, 40, 80 및 160밀리그램 등 훨씬 더 많은 용량으로도 출시되었다. 마약성 진통제의 강도로만 놓고 보면 옥시콘틴은 핵무기나 다름 없었다. 
이 약물은 퍼듀 파마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에서 만들어져 1996년에 처음 시판되었다.


 


아편 양귀비에서 추출한 아편은 수천 년 동안 통증을 치료하고 쾌락을 선사하는 약물이었다. 아편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약이었기 때문에 의사들은 아편이 유익하다고 믿었다. 마틴 부스는 그의 저서 <아편의 역사Opium:A History>에서, 아편이 19세기에 파레고릭paregoric이나 라우다넘laudanam과 같은 다양한 제제로 사용되었으며, 명확하게 설명하기 힘든 '불쾌감'을 비롯한 여러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판매되었다고 썼다. 아편은 또한 가난하고 과로에 시달리던 빅토리아 시대 여성들이 아기를 재우기 위해 먹이던 이른바 '진정 용액'의 성분이기도 했다. 이 물약은 당시 악명 높았던 고아원인 '베이비 팜baby farms'에서도 사용되었는데, 아편 음료는 유아들을 사실상 혼수상태에 빠뜨렸고, 일부는 영구 장애를 지니게 되었다.
19세기 초, 화학자들은 아편의 진통 효과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꿈의 신 모르페우스morpheus의 이름을 딴 모르핀morphine이라는 물질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모르핀은 곧 아편보다 더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연구자들은 아편에서 퍼코셋, 옥시콘틴과 같은 약물의 활성 성분인 옥시코돈을 만들 때 원료가 되는 테베인thebaine을 비롯한 다른 여러 화학 물질을 분리해 냈다. 

 

 

 


제약 회사에서는 러셀 포트노이 같은 연구자뿐만 아니라 오피오이드 처방 확대를 주장하는 자문 의사 및 거의 모든 통증 치료 전문가의 연구 자금을 지원했다. (...) 제약 회사들은 또한 위스콘신대학교의 데이비드 조란슨이 이끄는 통증 및 정책 연그구 그룹에도 자금을 지원했다. 이 그룹은 로버드 우드 존슨 재단Robert Wood Johnson Foundation과 같은 일부 비영리 단체의 지원을 받기도 했지만, 얀센 제약Janssen Pharmaceuticals, 놀 제약Knoll Pharmaceuticals, 오쏘 맥닐Ortho-McNeil과 같은 오피오이드 제조업체에서 대부분의 자금을 제공했다. 이 중에서 후원금 규모가 가장 큰 곳은 기부액이 수십만 달러에 달하는 퍼듀 파마였다.




옥시콘틴은 사람들이 남용한 최초의 약물이 아니다. 사실 마약성 진통제의 역사는 중독성 없이 통증을 없애는 '마법의 해결책'을 찾으려 했던, 실패로 돌아간 시도의 연속이었다. 처음엔 모르핀이 아편보다 중독성이 덜하다고 여겨졌고. 1898년에는 모르핀 대체제로 헤로인이 시판되기 시작했다. 헤로인을 모르핀 중독 치료제로 옹호하는 의사들도 일부 있었지만 헤로인은 금세 중독성이 드러나면서 1924년부터 제조가 금지되었다. 몇 년 후, 하이드로모폰hydromorphone이라는 마약 성분이 함유된 새로운 진통제 딜라우디드Dilaudid가 등장했다. 중독성이 없는 모르핀 대체제로 환영받았던 딜라우디드는 곧 '약국 헤로인'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널리 남용되었다.
                        1960년대 후반, 스털링 드럭스sterling drugs라는 제약 회사에서 진통 효과는 있지만 중독성이 없는 펜타조신pentazocine이라는 약물을 합성해 탈윈talwin이라는 상품명으로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켄터키주 렉싱턴에 있는 연방 교도소 수감자를 포함한 수천 명을 대상으로 임상 실험을 실시해 그 결과를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마약 중독자들은 곧 이 약물에서 헤로인과 같은 효과를 얻는 방법을 발견했다. 탈윈 정제를 항히스타민제와 함께 물에 녹이면 주사 가능한 스피드볼speedball을 만들 수 있는데, 이것이 중독자들 사이에서 'T와 블루스T's and Blues'로 알려진 헤로인 대용품으로 사용된 것이다.
                       탈윈의 남용이 너무 심각해지자 스털링은 탈윈에 날록손naloxone이라는 화합물을 추가해 약물을 다시 제조하기로 했고, 이 새로운 약물은 탈윈NX로 판매되었다.
                       다른 여러 마약성 진통제와 마찬가지로 날록손도 아편 양귀비에서 추출한 성분이지만 헤로인이나 옥시코돈과 같은 약물과는 정반대의 효과를 냈다. 날록손은 뇌의 '수용체'를 자극해 신경전달물질을 분비시켜 쾌감을 유발하는 대신 해당 부위에서 화학적 전달을 차단함으로써 마약성 진통제의 효과를 상쇄했다. 수십 년 후, 경찰관은 약물을 과다 복용한 사람을 소생시켜야 할 때를 대비해 나르칸Narcan(날록손의 상품명)이 함유된 비강 스프레이나 피하 주사제를 휴대하게 된다. 
                      한편, 탈윈에 날록손을 첨가해도 진통 효과에는 지장이 없었는데, 이는 알약을 경구 복용하면 위가 날록손을 중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탈윈NX를 주사로 투여하는 경우 날록손은 모든 쾌감을 차단했다. 1980년대 초 탈윈NX가 등장한 직후, 약물남용은 급격히 감소했다. 

 

 

 

 

2015년, <포브스forbes>는 새클러 가문을 가장 부유한 미국인 명단에 새롭게 추가했는데(140억 달러로 추정), 이들은 멜론이나 록펠러와 같은 '유서 깊은 가문'을 제치고 상위 20위 이내에 진입했다. 
"새클러 가문은 어떻게 미국에서 16번째로 많은 재산을 모을 수 있었을까?" 포브스의 질문이다.

"간단히 답하자면, 21세기 가장 인기 있고 논란이 많은 오피오이드인 옥시콘틴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클러 가문도 통제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한때 마약 중독에 시달렸던 유명 예술 사진작가 난 골딘은 2010년대 후반부터 박물관이 새클러 가문의 기부를 받지 않고 박물관 건물에 새겨진 새클러라는 이름을 떼어내도록 설득하는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다. (...) 새클러 가문은 골딘을 밀어내고 그녀의 입지를 좁히려 했다. 하지만 골딘과 다른 예술가들이 계속해서 새클러의 돈을 받는 미술관에서 작품 전시를 거부하자 도미노가 쓰러지기 시작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대영 박물관 등 미국, 영국, 유럽의 주요 박물관들이 하나둘씩 새클러와의 관계를 끊겠다고 발표하고 아서 새클러와 모티머 새클러의 이름을 벽에서 지웠다. 이 가문의 기부를 기념하기 위해 새클러의 이름을 넣은 몇몇 의과대학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넷플릭스에서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시리즈를 볼 수 있다. 

 

 

페인킬러 |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미국에서 벌어진 마약성 진통제 남용 위기.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진실을 파헤치려는 한 조사관이 얽힌 이야기를 통해 이 국가적 재앙의 원인과 결과가 드라마로 펼쳐진다.

www.netfli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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