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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4 | 호러 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방식 / 그래디 헨드릭스

카랑_ 2024. 8. 2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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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접한 초반부 발췌문장들을 보고 흥미가 생겨서 읽기 시작했다. 

 

호러 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방식 / 그래디 헨드릭스

 

호러 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방식 / 그래디 헨드릭스

 

 

흥미진진했던 극 초반부의 분위기와는 달리 중반부는 좀 고구마 구간이 길었다. 위기가 감지되고 있긴 한데 모르는 척 하는 고상한 백인 커뮤니티가 좀 답답하고 숨막히고 짜증도 난다. 주인공인 퍼트리샤의 고군분투가 너무 힘겹고 나까지 고통스러워기도 하고. 심지어 '같은 편'이라고 믿었던 북클럽 멤버들에게조차 외면받는 상화이 되고, 아이들까지 등을 돌리는 극한의 상황에 내몰리는 퍼트리샤 때문에, 1차로 책을 덮어놓고 숨을 고르는 순간이 왔다. 

 

그래도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어떻게 해결이 될건지는 궁금해서 다시 책을 펼쳤고, 급기야 2차로 책을 덮어두고 숨을 고르는 순간이 왔다. 위기가 가장 고조되는 순간이다.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한 퍼트리샤가 제임스를 맞닥뜨리게 되는 위기의 순간. 

 

이런 순간에 익숙하지 않아서 심장이 벌렁벌렁하는 걸 진정시키느라 한참 책을 다시 열지 못했다. 와. 어떡해. 너무 떨려. 주인공은 죽지 않겠지만 그래도 너무 무섭잖아. 어떡해. 맞닥뜨려도 무섭고, 무사히 넘어간다고 해도 그 긴장감이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았다. 

 

그래도 다시 한 번 용기를 내 책을 열었고,

 

드디어 다 읽었다. 딱 2주가 걸렸다. (도서관에서 내일이 반납일이라고 문자 옴)

 

재밌다. 길고 긴 역경을 헤치고 끈질기게 이야기를 붙들고 따라가다 보면 꽤 충격적인 결말을 만나게 된다. 사실 좀 놀랐다. 이래서 '호러' 북클럽인건가. 처리 방식이 꽤나 잔혹하다. 영화로 치면 고어 수준의? 

 

아래는 읽으면서 그때그때 써두었던 메모들.

 


처음엔 이렇게까지 과격한(?) 이야기가 펼쳐질 줄 모르고, 제목에서 보여지는 '뱀파이어' 또한 비유적 표현인 줄 알았다. 평화롭고 고상해보이는 백인 커뮤니티이지만, 실상은 일상적인 차별 등을 이야기하는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님. 제목 그대로의 이야기다. 호러 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처단한다. 

 

 

점점 갈수록 이거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퍼트리샤에게 가혹해진다. 그녀의 말을 진심으로 귀담아 들어주는 '남자'가 하나도 없다. 그중 남편이 제일 악독하다. 가족에나 충실하라며 정신병자 취급을 해버린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 역시 엄마를 경계하고 거리를 두게 되는데, 이것이 정말 아이들을 위한 일인지, 오히려 학대하는 것인지 의심하게 될 지경이다. 엄마의 말을 무시해도 좋다고 하고, 침대에 묶인 엄마를 직접 목격하게 하는 등의 행위들 말이다. 

 


"아빠가 엄마 말은 듣지 않아도 된다고 했어요. " 

코리가 대꾸했다.
"엄마가 무슨 단계를 지나는 중이라고 하던데요."
그 말에 속에서 불길이 일었지만 이것이 카터가 그녀를 노리고 공들여 만든 덫임을 간파할 만큼 퍼트리샤의 정신은 명징했다. 그녀가 무슨 짓을 하든 그의 옳음만 입증할 뿐이었다. 그가 그 잔잔한 정신과 의사 말투로 이렇게 말하는 게 귀에 들렸다.
바로 그게 당신이 얼마나 아픈지 보여주는 징후야, 자신이 얼마나 아픈지를 본인이 모른다는 것.
퍼트리샤는 심호흡을 했다.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 더이상 이렇게 놀아나지 않을 것이다.

 

 

퍼트리샤와 그린부인이 의기투합해서 증거 찾으러 제임스네 집에 갔는데 그 순간 갑자기 나타난 제임스!!!를 읽고는 더는 못 보겠어서 책을 덮었다. 아니 너무 심장이 쫄려요... 어떡해... 어떡해... 제임스가 나타났어 ㅠㅠㅠ 

 

 

제임스가 흡혈하는 부위가 색달라서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함 

한편으론 현대에 적응해가는 뱀파이어라면, 눈에 띄지 않고 가장 비밀스럽고 은밀한 곳으로 옮겨가는 것이 꽤 똑똑하고 노련해보이기도 하고. 

그런데, 그런 것 치고는 아주 예민하고 감각이 뛰어나진 않은 것 같다. 집에 막 사람들이 쳐들어오는데도 모르고(물론 몰래 들어오기도 했고 제임스의 주의가 다른데 팔려있는 순간이기도 했지만) 숨어있던 퍼트리샤도 끝내 못 찾고...? 침입자의 흔적도 잘 못 찾고...? 그렇지 않나? 

 

제임스를 굉장히 대상화해서 표현한다. 처음부터 잘생겼다는 식의 얘기를 계속 하고, 계속해서 제임스의 외모나 몸에 대해 구체적으로 묘사하는데, 근데 희한하게 별로 매력이 안 느껴진다. 내가 상상력이 부족해서 그런가...? 

 

 

대놓고 여자들의 이야기를 하는 책 답게 곳곳에 아주 주옥같은 표현들이 많다. 그냥 읽고 지나가서 미처 다 옮겨 적지 못했는데 막판에 몇 개 찾은 게 이런 것들.

 


"네년들은 내게 눈곱만큼의 타격도 입히지 못했어."
제임스가 꾸르륵거리며 말했다.

왜 늘 이년 저년이지. 키티는 생각했다. 남자들은 그 단어에 무슨 마법의 힘이라도 담겨 있다고 믿는 걸까. 

 


그녀가 남자들에 대해 배운 한 가지. 그들은 말이 많다.

 

 

핏자국 지우는 거? 여자들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하고 흔한 일임.

 

 

카터 완전 하남자다. 웃기지도 않아 정말 ㅋ

퍼트리샤가 이혼하자 하니까 애들한테 하는 말 뽄새 좀 봐

 


"앞으로는 이렇게 될 거야." 

카터는 퍼트리샤에게 아이들은 확실성을 선호한다고, 그들에게 닥친 이 새로운 현실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는 자신이 더 적임자라고 말했었다.
"피어레이츠 크루즈의 이 집과 해변 별장은 아빠가 소유할 거야. 아빠가 학교랑 대학 수업료를 지불할 테니 너희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리고 너희가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오래 아빠랑 여기서 지낼 수 있어. 이건 네 엄마의 결정이니까 새로 살 집도 엄마가 구해야 할 거야. 어쩌면 그리 크지 않을 테고 마운트 플레전트의 다른 지역이 될 수도 있어. 엄마한테는 차가 한 대뿐일 테니 그 차를 빌려 친구를 보러 가는 건 못할지도 몰라. 네 엄마는 아예 새로운 도시로 옮겨야 할 수도있어. 아빠가 이런 얘기를 하는 건 누구 하나를 벌하자는 게 아냐 다만 앞으로 닥칠 변화에 대해 너희들이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기를 바랄 뿐이지."
그런 다음 카터는 아이들에게 주중에 누구와 지내고 싶은지 물었다. 

 

 

 

그린부인 얘기를 뺴놓으면 안될 것 같다. 그린 부인은 자꾸 이 배우분으로 상상이 되더라. 옥타비아 스펜서.

 

 

 

근데 이거 영화화 얘기 없나? 

영화화하기 너무 좋은 이야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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