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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다 같이 가려고 축제 입장권을 예매해 두었었는데, 막판에 다들 흥미를 잃었다. 예매 취소 기한은 이미 지나있었고, 입장권료가 좀 아까워서 나라도 다녀와야지 싶었다.
연천 구석기 축제
혼자 가는거라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1호선 전곡역에서 축제장까지 바로 가는 셔틀을 운행하기도 했고, 걸어 가도 그리 멀지 않은 거리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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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전곡역(연천)까지 가는 1호선이 매번 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전곡역 전에 무려 세 개(여기에 의정부역까지 더하면 네 개)의 종점역이 있기 때문이다. 타이밍을 잘못 맞추면 연천행 열차가 올 때까지 여러 대를 떠나보내야 한다. 이런건 생각도 못하고 룰루랄라 1호선 타고 가면 되겠네~ 하면 큰일난다. 연천행 열차가 오는 시간을 잘 확인하고 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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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곡역이 가까워지니 전철에서 안내방송이 나온다. 구석기 축제에 가시는 분들은 전곡역에서 내리라고. 안내방송까지 직접 해줄 정도라니.. 조금 겁이 나기 시작했다. 사람 엄청 많으면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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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곡역에 내리자 출구에서부터 시끌벅적하다. 원시인 분장을 한 사람들이 잔뜩 몰려 서서 춤도 추고, 사람들을 환영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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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장까지 가는 셔틀이 바로 앞에 보였지만, 걷는 것을 택했다.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다. 지도상으로 검색했을 때 거리가 별로 멀지 않아보였기 때문. 초행이라 계속 지도를 확인하며 가야 했지만, 길이 복잡하거나 어렵진 않았다. 하지만 썩 걷기 좋은 길은 아니라 전곡역에서 구석기축제 장소인 전곡리유적까지 걸어가는 것은 별로 추천하지 않음.
그리고 무엇보다,
저 길을 따라가면 축제 장소가 아니라 선사박물관을 먼저 만나게 되는데, 이게 영 애매하다. 작은 주차장이 먼저 보이고, 눈에 띄는 입구 표시도, 축제 안내도 없다. 길을 따라 올라가면 굉장히 멋진 선사박물관 건물이 보이는데, 문제는 축제라기엔 너무 조용하고 한적해 보인다. 축제장 정문은 이곳이 아니기 때문.
걸어 오다 중간에 빠졌어야 축제장 정문으로 갈 수 있었는데, 그걸 몰라 뭔가 조용하고 축제장 아닌 것 같은 후문(?)으로 얼레벌레 입장을 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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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권 1매당 5천원의 구석기축제 상품권을 함께 준다. 예매해둔 입장권을 취소할 수 없는 이상, 나는 혼자라도 구석기축제에 가서 이걸 쓰는 것이 목적이었다.
가장 하고 싶었던 건 꼬챙이에 고기를 끼워 모닥불? 숯불?에 구워먹는 것이었는데, 여기는 진짜 줄이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다들 가족단위 관람객이라 나 혼자 덜렁 끼어들기 조금 뻘쭘. 그래서 이건 패스하고 먹거리 쪽으로 갔다.
이런 곳들이 대여섯 군데 쭉 이어져 있었고, 이곳 역시 사람들이 엄청 많았고 바로 앞에 앉아서 먹을 수 있는 테이블도 꽉 차 있었지만, 그래도 꿋꿋이 한 곳을 골라 줄을 섰다. 일단 사고, 먹는 건 좀 한적한 곳을 찾아 가서 먹어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음료 하나와 샌드위치를 15,000원에 구입했다. 상품권 3장을 아주 깔끔하게 썼다.
다른 사람들이 꼬챙이 고기를 구워먹는 것을 볼 수 있는 뷰를 찾았다. 느긋하고 여유롭게 샌드위치를 즐기려고 했는데, 이럴수가. 바람이 이쪽으로 불 때마다 매운 연기가 날려와 몇 번이나 숨을 참아야만 했다.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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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진짜 진짜 많았다. 99%는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단위 관람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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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얼른 사람 없는 선사박물관으로 도망감
고개 하나만 넘으면 이렇게나 한적하다. 선사박물관쪽에는 사람이 진짜 없었다. 날이 조금 덥기도 했는데, 선사박물관 안은 시원하고 쾌적해서 쉬기 딱 좋았다.
그곳에서 만난 루시
얼마 전까진 알지도 못하던 친구인데, 우연히 읽게 된 책 덕분에 이제는 이름만 봐도 반갑고 친근하다.
<루시의 발자국>
이런 벽화를 보면 이젠 뭐가 생각난다?
바로 <에볼루션 맨>이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 마치 구석기축제를 위해 사전 조사라도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선사박물관 곳곳에서 <에볼루션 맨>을 떠올릴 수 있었다. 당연함. <에볼루션 맨>은 원시인이 주인공임.
불을 활용하게 되고, 생식에서 화식으로 변화하는 이야기도 <에볼루션 맨>에 담겨 있다. 관심있는 분들은 <에볼루션 맨> 꼭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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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제대로 즐기지 못했지만 처음 가보는 곳을 씩씩하게 잘 다녀왔다는 뿌듯함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던 나들이였다. 비록 나에겐 다 쓰지 못한 만원어치의 축제 상품권이 남았고, 오는 길엔 1호선 배차시간이 무려 한 시간에 한 대라는 어마어마한 배차간격에 충격을 받긴 했지만.
담에 연천 갈 일 있으면 기차시간 알아보듯 1호선 배차시간을 먼저 꼭 알아보고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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