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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고 보고싶어서 찾아봤을 땐 이미 영화관에서는 내린 뒤였다. 나중에 OTT에 들어오려나 싶어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니 이게 이상하게 자꾸 생각이 나는거야. 볼 기회가 없어지니까 더 보고싶어지는 이런 기분.
사전 정보라고는 이드리스 엘바가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라는 것 뿐이었다. 본 사람들은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고 하고, 예고편을 보면 왠지 으스스한 느낌도 들 것 같아 조금 겁을 먹었었다.
조지 밀러 감독님을 잘 아는 편은 아니다. [매드맥스]와 [해피피트]를 필모에 담고 있는 분이라는 것만 알았는데, 이번에 검색해 보니 [로렌조 오일]도 이 분이다? 세상에. 장르를 제대로 넘나드는 분이시구나.
이 영화는 사랑 이야기다.
처음엔 이 영화가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화인 줄 알았다. 지니가 처음으로 병에 갇히게 된 사연(시바와 솔로몬)을 시작으로, 오랜 시간이 흘러 우연히 다시 세상으로 나오게 된 지니가 소원을 들어주려 했던 첫 번째 여인(걸텐)의 사연, 그러나 소원 세 가지를 채우지 못해 자유의 몸이 되지 못했던 지니가 또 다시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는 인물들과 그들의 이야기(쾨셈과 그의 아들들), 그리고 또다시 병 속에 갇히고 마는, 그러나 끈질기게 다시 인간의 세상으로 떠올라 지니가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는 여인(제피르)의 이야기까지.
지니를 통해 듣는 흥미로운 각양각색의 사랑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 때 쯤, 영화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뀐다.
나를 사랑해주세요
알리테아가 말한 첫 번째 소원이었다.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던 영화에서 사랑하는 이들을 보여주는 영화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게 뭐지? 싶기도 했다. 아무리 소원을 들어주는 것이 의무인 정령이라고 해도, 타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바쳐야 하는 것이 가능한가 싶었다. 그리고 알리테아의 소원을 이루어주기 위해 지니가 알리테아를 사랑하게 된다고 하면, 그것은 과연 진정한 사랑일까?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타인의 요구로 인한 감정의 변화가? 아니 애초에 이게 가능하기나 한가? 이것은 자의인가 타의인가 정말 아리송하고 헷갈리고 혼란스러운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사실 처음엔 지니가 보여주는 모습들이 진정한 사랑이라기 보다는, 알리테아의 소원 수리를 위한 의무의 일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이 어느새 진심이 된다. 이건 영화를 끝까지 보면 알 수 있다. 알리테아는 지니를 위해 말도 안 되는 두 번째 소원(소원이니 나에게 말을 해 봐요)을 쓰고, 곧바로 지니를 위한 세 번째 소원을 빌면서 자신이 가진 모든 소원권을 소진한다.
그리고 사실 나는 이렇게 아련하고 애틋하게 끝이 날 줄 알았지... 그런데 이게 해피엔딩이 되더라. 자의인지 타의인지 알 수 없었던 감정의 교류와 관계가 진정한 지니의 의지로 거듭나며 이야기는 아름답게 마무리된다.
흑흑 나도 지니 필요해 근데 그냥 지니 아니고 이드리스 엘바같은 크고 건장하고 멋진 지니....
근데 나는 아마 안될거다. [3000년의 기다림]을 보고 나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다, 라고 감상에 젖어 있는 건 잠시고, 나는 지니를 만나게 되면 일단 첫 번째 소원으로 법적으로 아무 문제 없는 천억 정도를 달라고 해야지 하는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 욕심도 많다.
영화는 너무 재미있게 잘 봤다.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다.
그런데 보면서 좀 놀란 건, 이 영화의 등급이 15세 관람가임에도 불구하고 노출 수위가 꽤 높다는 것이었다. 이제 우리 나라도 가슴 노출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된건가....? 사실 영화에서도 매우 아무렇지 않게 드러내는 식이긴 한데, 이게 이래도 되나 괜히 나만 안절부절못했다. 내 기준에서는 이 정도 노출이면 19세 가야 할 것 같은데... 세상이 이렇게 변했나... 그렇다고 막 야한 영화는 아닌데.. 그치만.....
결론은
아무튼, 나도 이드리스 엘바 같은 지니요. 그냥 지니 말고. 그럼 천 억 정도랑, 나 죽는 날까지 함께 있자는 소원 빌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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