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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영화

20230315 | 파벨만스

카랑_ 2023. 3. 2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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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벨만스]를 봤다. 

 

예고편으로 먼저 만난 [파벨만스]

 

 

부모님과 함께 처음으로 영화를 본 소년이 영화라는 멋지고 환상적인 세계에 눈을 뜨게 되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처음에는. 밝고 따뜻한 이야기, 결국엔 희망적이고 행복하고 감동적인 엔딩. 게다가 감독이 그 유명한 스티븐 스필버그잖아. 가족영화 힐링영화의 대가(라기엔 매우 다양한 필모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아닌가! 이 영화는 분명 따뜻하고 감동적인, 꿈을 이룬 소년과 가족들의 이야기일거야! 

 

─ 라고 생각했다. 예고편만 보고. 

 

 

내가 본 [파벨만스]

오랜만의 블라인드 시사회였다. 

마침 상영관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영화관 내부 스크린에서 보여주던 [파벨만스]의 예고편을 보며 흥미를 느끼던 터라 굉장히 신이 났다. 개봉을 겨우 일주일 앞두고 하는 블라인드 시사회도 있구나. 영화를 이렇게 미리 볼 수도 있구나 싶어 너무 좋았다. 

 

 

 

오프닝은 예상했던대로였다. 부모님과 영화관을 찾은 소년. 처음 보는 영화의 매력에 흠뻑 빠지고, 소년은 아버지의 카메라로 첫 영화를 찍는다. 그리고 무난한 성장. 계속 영화를 찍고, 부모님은 소년을 최대한 지원해준다. 소년의 영화는 동생들, 친구들로 채워진다. 그럴듯한 영화적인 효과까지 가미된다. 소년은 꿈을 향해 적극적으로 나아간다. 

 

아버지가 더 좋은 직장으로 옮기게 되면서 이사를 가게 되고, 한 차례 환경이 바뀌게 된다. 소년은 여전히 쉬지 않고 영화를 찍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아버지의 이직으로 완전히 새로운 곳으로 터전을 옮기게 되었을 때, 영화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바뀐다. 

 

이야기가 크게 꺾이는 지점들은 '아버지의 이직'이다. 첫 번째 이직 때 약간의 갈등이 있긴 했으나 다행히 잘 봉합이 되는 듯 보였고, 가족과 소년은 여전히 행복하다. 하지만 두 번째 이직은 조금 달랐다. 모든 이들에게 아주 커다란 균열이 생긴다. 소년에게도, 부모님에게도. 사실 이 균열은 처음부터 암시가 되었던 부분이긴 했다. 하지만 별 일 아니라는 듯,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넘어갔던 틈이 마치 나비효과처럼 커다란 분열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것 때문에 이 영화는 따뜻한 가족 영화도, 감동적인 힐링 무비도 아니게 된다. '드라마'라는 포괄적인 장르에서도 다소 부정적인 감정으로 치우치는 영화인 것이다.

 

뭔가 묘하다. 해피엔딩이 아닌데 해피엔딩인 척 하는 엔딩인 것 같다. 성인이 된 소년이 그토록 꿈꾸던 할리우드에서 자신의 우상을 만나기는 했지만, 그게 과연 해피 엔딩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지극히 개인적인 약간의 만족은 될 수 있겠으나, 영화를 보는 나로서는 이미 다 갈라지고 쪼개져버린 배경이 너무 신경쓰였다. 그래서 나는 절대 이 영화를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년의 시련을 위해서였을까. 부모의 갈등과 학교에서의 폭력적인 상황들이 펼쳐치는데 나는 그것이 매우 불편했다. 물론 그 모든 것들이 이야기를 만들고 소년의 성장을 나타내는 요소들이 되긴 한다. 하지만, 그냥 보기 싫었다. 나는 타인의 불행을 맘 편히 관람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개연성도 좀 의문이다. 소년이 찍는 영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는 친구들이나, 소년의 영화를 보며 모두가 만족스러워하고 재미있어 하는 것도. 그리고 소년이 너무 쉽게 영화를 찍게 되는 것도 그렇다. 1950~60년대가 필름을 사용해 영상을 촬영하는 카메라를 그렇게 쉽게 가질 수 있는 시대였단 말인가? 소년이 꿈으로 다가가는 걸음에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어보인다. 그래서 그냥 영화 찍기 좋아하는 아이가 자기 하고 싶은대로 영화를 찍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뿐이다. 

 

틈틈이 드러나는 너무나도 다른 성향의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만나 어우러졌을까 싶은 집안의 모습이 보이긴 한다. 처음엔 좀 신기하다 싶었는데 결국 이게 문제가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엄마 역의 미셸 윌리엄스가 정말 너무 연기를 지나치게 잘 해서 짜증이 났다. 개인적으로는 이해하고 싶지 않은 부류의 인물인데, 미셸 윌리엄스가 이런 연기를 너무 잘 해 ㅠ_ㅠ 이상과 환상 속에서 하는 듯, 어딘가 불안하게 둥실둥실 떠 있는 것 같은 사람 말이다. '이기'와 '순수'를 한끗차이로 너무 잘 오간다. 영화 속 미셸 윌리엄스가 연기하는 엄마는 '감성'과 '감정'의 극단이고, 아빠인 폴 다노는 '이성'의 극단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나 다른 두 사람이 어떻게 가정을 이루고 살았던 걸까. 

 

가족 영화인 줄 알았는데 보고 나니 가족 해체 영화였던 [파벨만스]. 그러고 보니 제목인 파벨만스도 이 가족의 성을 따온 것이다. 결국 가족의 이야기이긴 한데, 보기에 편한 영화는 아니다. 감정을 이입할만한 대상도 없고 시대나 상황이 공감되는 부분도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재미가 없어서 관람 후 설문조사에 대부분 재미없다, 지루하다를 많이 찍었다.

 

짧은 생각들

이건 설문 때 썼으면 좋았을걸. 집에 돌아오는 길에야 갑자기 생각나서 설문에 작성하지 못한게 아쉽다. 

마지막에 소년이 만나게 되는 유명한 감독이 누구인지 좀 알려줬음 좋겠다. 감독의 방에 빙 둘러 걸린 영화 포스터 같은걸 보여주는 걸 보면 아마 당시의 유명한 실제 감독을 나타내고자 했던게 아닐까 싶은데, 나로서는 아무런 정보가 없으니 그 장면이 주는 놀라움이나 감격스러움이 전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얼핏 '포드'라는 이름을 들은 것 같아 찾아보니 '존 포드'라는 유명한 감독이다. 그럼 포스터 보여줄 때 제목이라도 좀 자막으로 달아주지. 나는 잘 몰랐지만 영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알 법한 사람인데 제목이나 감독 이름 정도는 좀 분명하게 노출을 시켜주면 좋지 않았을까. 왜 영화 포스터를 훑을 때 그 포스터의 제목을 알려주지 않았던 걸까. 설마 사람들이 그걸 다 알아채고 어머어머! 존 포드야! 아이가 존 포드를 만나게 됐어! 라고 저절로 알아주길 바란 걸까. 


 

영화의 모든 순간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데 저는 전혀 공감 못하겠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예고편 사기 아닌가요... 


소년의 고등학교 시절은 다... 모르겠다. 개성이 제각각인 인물들 투성이인데, 하나도 파악이 안 된다. 이 중구난방 튀는 인물들의 개성은 졸업 무도회인 프롬에서 극에 달한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입체적인 인물들이다. 소년이 여자친구도, 소년을 괴롭혔던 금발 킹카도. 그 와중에 곱슬머리 친구는 왜 그렇게 뻔한 인물이었는지는 좀 궁금하다. 

 

 

[파벨만스] 로튼토마토 지수

갑자기 궁금해졌다. 과연 파벨만스의 로튼토마토 지수는 얼마일까. 

 

 

어헝... 이정도면 꽤 괜찮은 거 아닌가. 나만 재미없게 봤나봐.... 

 

 

뻘소린데 ,

예전에 어떤 책을 읽고 너무 맘에 안들어서 어쩌구 저쩌구 불평 불만을 잔뜩 쏟아냈는데, 알고 보니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품이어서 경악한 적이 있다. 세상에. 감히 나 따위가 노벨 문학상을 탄 작품을.... 그래서 항상 감상을 남기거나 말을 할 때 먼저 그 작품의 정보를 찾아보는 편이다. 이번에도 찾아보니 아주 화려하게 노미되긴 했지만 정작 수상한 내용은 거의 없다. 덕분에 내가 느낀 그대로 쓰는 것에 대해 마음이 편해졌다. 다행이다(?)

 

아무튼 나는 [파벨만스] 재미 없었다. 

별점 매기는거 되게 못하는데, 굳이 매기자면 ★★ 정도... 보고 나서 남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요즘처럼 영화값 비싼 시기에 만 오천원이나 내고 영화관 가서 볼만한지도 모르겠다. 그냥.. 그렇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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