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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를 보았다.
좋은 평을 많이 들어서 몇 번이나 영화관에서 볼까말까 고민하게 만들었던 영화였는데, 요즘 영화관이 어지간한 호감으로는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결국 보지 못했던 걸 연휴를 틈타 가족들과 함께 보았다.
일단 전체적인 감상은... 5점 만점에 3점 정도.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영화의 인상을 좌우할 수 있는 초반부에서 너무 충격적인(?) 장면을 봐서일 수도 있다. 궁에 들어가 어의를 돕게 되는 부분까지의 개연성이야 뭐 그럴수도 있지, 하고 넘겼는데 소용 조씨에게 침을 놓는 장면에서 너무너무너무 놀랐다. 이게... 맞는 건가? 고증이 된 건가?
아무리 소경 침의라고 해도, 그 앞에서 옷을 훌러덩 벗는 것이 말이 되나? 이 장면에서 너무 놀라가지고 사실 뒷부분은 제대로 집중을 못 했다. 이 장면 진짜 초반인데... 이게 얼마나 거슬리고 신경쓰였냐면, 이후로 세자나 왕에게 침을 놓을 때는 과연 얼마나 옷을 벗을 것인가를 살피게 만들 정도였다. 하지만 세자가 등에 침을 맞을 때도, 왕이 구안와사로 침을 맞을 때도 모두 옷을 벗지 않았다. 그렇다면 소용 조씨는 왜, 배에 침을 맞는 것 뿐인데 옷을 훌러덩 다 벗어제꼈던 것인가. 얼마든지 배만 내놓고 침을 맞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을텐데?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온 사극에서는 맥을 짚을 때도 실을 묶어 그 떨림으로 진맥을 할 정도로 왕의 여인들을 대하는 것에 조심스럽지 않았나?
한 번 깨진 몰입은 내내 나를 방해했다. (여긴 너무너무 스포라 가림.) 세자의 침소에 몰래 숨어드는 것이 이렇게 쉬울 일인가 싶고, 세자를 모시는 사람이 한 사람 뿐인 것도 아닐텐데 어의를 부르고 침의를 부르고 탕약을 달이는 데까지 상궁 한 명이 발로 뛰고, 왕명을 거역하고 죄인을 살려주고, 그렇게 살아난 죄인이 숨어 살기는커녕 명의로 이름을 떨치며 살아가고, 결정적인 순간에 명의로 소문나 다시 궁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고?
이런 의심이 계속되니 엔딩이 주는 강렬함에서도 김이 새버린다. (또 스포.) 명의라고 불렀던 의원이 들어갔다 오니 왕이 죽었다? 그런데 그 의원이 멀쩡히 제 발로 걸어 나온다고? 사인이 무어냐고 태평하게 묻는다고? 이게.. 말이 돼?
물론 좋았던 부분도 있었다. 이제 모든 사건의 배후가 밝혀지고 끝내는 정의가 승리하는가!! 생각했던 순간에 훅 치고 들어오는, 결국은 그 놈이 그 놈이었던,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바뀌지 않는다는 그 막막함, 그 좌절감. 어쩌면 영화가 터뜨리는 가장 큰 한 방이었을 그 순간이 나 역시도 인상깊긴 했다. 그 순간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건 역시 인조를 연기한 유해진 배우님이었다. 영화를 통틀어 가장 강렬하고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것 역시 인조였고.
아! 세손을 연기했던 아역 배우의 연기도 눈에 띄었다. 맞아. 되게 잘 하더라.
아쉬움이 먼저 눈에 띄는 바람에 영화를 너무 안좋게만 봤나 싶지만, 뭐 어쩌겠나. 이런 감상도 있는거지.
배우에게 호감이 있어 관심이 갔던 교섭도, 감독에게 호감이 있어 관심을 가졌던 유령도 평들이 썩 좋지 않은 것 같다. 웬만하면 내가 보고 판단하자는 주의인데, 요즘 영화 가격을 생각하면 두 영화 모두 보지 못하고 지나가게 될 것 같다. 더퍼스트슬램덩크도 그래서 못 보고 있고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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