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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그래서 놀란의 전작 중 왠지 <오펜하이머>와 비슷한 결일 것 같은 <덩케르크>를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런데!
KU시네마테크에서 기획전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8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의 날이었다. 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덩케르크
놀란이 만든 SF가 아닌 영화들이 좋은 것 같다. 현실에 발 붙이고 있는 이야기. 덩케르크도 그래서 좋았다. 사전 정보가 없어서 이게 1주일 전, 1일 전, 1시간 전으로 나뉜 이야기가 섞여드는 방식인줄 몰랐는데, 보고 나니 역시 이렇게 시간선을 나누어 엮는 이야기를 참 잘 만드는 사람이구나 싶다.
이걸 어떻게 깔끔하고 유식하게 표현해야 하는지, 얼마 전 알쓸인잡에서 이동진 평론가가 놀란 감독을 표현하는 것을 보고 알았다.
스토리를 플롯화하는 것을 참 잘하는 사람이다.
플롯의 개념이 매번 헷갈리고 아리송한데, 이렇게 얘기하니 스토리와 플롯의 차이가 뭔지도 쪼금 알 것 같다. 이번에 검색하면서 보니 이 말이 이미 오래전부터 놀란에게 붙는 수식어였나보다. 아무튼 나는 이동진이 그렇게 말해서 알았음. 내 출처는 이동진임(?).
깁슨이 참.. 그렇다. 첫 등장에서는 정말 별 생각 없었는데, 그가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곤 점점 불안해졌다. 깁슨이 무슨 나쁜짓을 할까봐 불안한 게 아니라, 뭔가 다른 정체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 자기 옷이 아닌 죽은 영국군의 옷을 입은거구나... 그리고 결국 그것이 밝혀지는 순간, 몰아세우는 영국군들이 너무하다 싶으면서도 이해가 되기도 하고, 그래서 이쪽도 저쪽도 안타깝고 조마조마하기만 하던 상황에서, 다행히 무마되는가 싶었는데 결국 탈출하지 못하는 깁슨때문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또 하나 나를 안타깝게 했던 건 당연히 톰 하디였다. 나는!! 착륙을!! 멋지게 하길래 다행이다 했는데!!!! ㅠㅠㅠㅠㅠ 그게 적진일 줄은 몰랐지 ㅠㅠㅠㅠㅠ 그렇게 느리고 길게 오래 비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유가 그거였다니 ㅠㅠㅠ 너무해ㅠㅠㅠㅠ
등장인물 하나하나 모두가 집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길 간절히 바라게 되는 영화였다. 그럼에도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비극을 맞게 되는 인물들이 조금 더 마음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정말 어디 영국의 작은 마을에서 바로 데려온 것처럼 생긴 애(배리 키오건)를 그렇게 만드는 건 또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다. 놀란이 그런거잖아 ㅠㅠ 놀란이 그렇게 만든거잖아 ㅠㅠ 나중에 지역 신문에 기사가 나는 것까지, 정말 너무 완벽하게 서사를 만들어 놔서 안 울 수가 없었다. 진짜 너무해 놀란 ㅠㅠ
아이고 아부지 ㅠㅠ 아부지 ㅠㅠ 어쩐지 전투기도 너무 잘 알고, 덩케르크로 직접 뛰어드는 게 심상치 않다 했더니 사연이 있었어 ㅠㅠ
프랑스 군을 돕겠다며 떠나지 않는 장군님이 어딘가 낯이 익은데 어디서 봤더라.. 어디서 봤더라... 하다가 나중에 검색해 보고 알았다.
테넷!!! 그 나쁜놈!!!
테넷에서도 되게 인상적이었는데, 만약 내가 <덩케르크>를 먼저 보고 <테넷>을 봤다면 엄청 충격적이었을 것 같다. 아니 그 장군님이...! 그 하얗고 멋지던 장군님이 갑자기 나쁜놈이 됐어...!! 하지만 나는 <테넷>을 먼저 보았고, 덕분에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
아무튼 케네스 브래너 멋있다. 그가 포와로로 나온 시리즈도 찾아보게 생겼다.
그리고 이름만 알고 있던 해리 스타일스라는 사람이 이렇게 생긴 사람이라는 걸 <덩케르크>를 보고 알았다. 어째 괜찮은 사진이 없냐.. 주인공이랑 깁슨이 구해주는 군인. 셋이 운명공동체처럼 붙어 다닐때가 좋았는데 흑흑.
<덩케르크> 좋았다. 잘 봤다.
KU시네마테크(쿠씨네)에 쿠폰이 있다는 걸 잊고 있었다. 그만큼 오랜만에 갔다는 소리.
KU시네마테크에서는 쿠폰에 이렇게 귀여운 도장을 찍어준다. 이거 한 판 다 모아서 공짜로 한 편을 보겠단 결심을 맨날 하는 것 같은데,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그런데 어쩌면 이번엔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덩케르크 하나 보고 무려 세 개의 도장을 찍었기 때문.
문화가 있는 날 도장이랑, 마침 비가 오는 날이라 Rainy day 도장까지, 벌써 세 칸을 채웠다.
이번엔 진짜로 공짜로 영화 한 편 보기 도전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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