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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 들어가서도 뭘 볼까, 한참 고민만 하다 그냥 나오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데 이번엔 어쩐일로 혹시 있나 싶어 찾아 본 영화가 마침 있었고, 망설임 없이 재생을 눌렀다. 가끔 이렇게 나의 관람욕과 넷플릭스의 보유 작품이 기가막히게 맞아떨어질 때가 있다. 

 

교섭

 

 

 

여러 논란은 차치하고 보고 싶었으나,

영화를 보고 나니 이게 차치가 안 된다. 소재때문에 이런 저런 논란이 많았는데, 보고 나니 역시 처음부터 그 소재를 끌어오지 않는 편이 나았을 거란 생각밖에 안 든다. 왜냐면 보면서 내내 아무런 몰입이 안 되거든요... 영화의 소재가 되는 사건을 기억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99%가 그럴 것이다. 그래서 영화 속 주인공들의 고민도, 희생정신도, 직업정신도, 무엇도 와 닿지가 않는다. 정말. 하나도 안 와닿는다. 

 

그리고... 음.. 뭐랄까...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도 별로 안 느껴지고 거의 유일하게 나오는 오토바이 추격씬과 액션씬도 그렇게 별로 박진감 넘치거나 멋지지 않다. 이것도 되게 아쉬웠던 부분이다.

 

이게.. 이게 이렇게 긴장감이 없어도 되나....? 

 

감독님의 필모를 봐도 교섭은 좀 튀는 느낌이다. 사실 처음 이 영화의 소식을 들었을 때도 이 영화의 감독이 임순례 감독님이라는 게 의아했다. 스타일이 전혀 다른 느낌인데...?

 

아잇 참내 각본이 누군가 궁금해서 찾아보다 나무위키까지 들어가게 되었는데, 비판받는 부분이 내가 느낀 감상이랑 똑같아서 짜증나네(?) 내 감상 따로 쓸 것도 없이 그냥 나무위키를 통째로 들고 오면 되겠다. 

 

소재를 잘못 선택하였다 하더라도,

이야기의 진행 방식을 조금 다르게 했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당시에 국내 여론이 매우 좋지 않았고, 어떤 이유로 비난을 받았는지도 보여주고, 국민들은 왜 구해주냐 아우성이고 목숨 걸고 교섭에 뛰어든 인물들까지도 비난받는 분위기 속에서, 사실 그 교섭 당사자들도 인간인데, 어떻게 짜증이 안 났겠어? 그래서 막 화도 나고 짜증도 나고 욕도 나오는데, 그 와중에 하필 직업이 그거라, 개인적인 감정과 맞서 싸우면서 외교부의 존재의 이유를 습관처럼 되뇌고 어떻게든 임무를 수행해내는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었더라면 공감을 조금 얻어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나랏밥 먹는 공무원인지라 하기 싫어도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애잔함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좀 낫지 않았을까 싶은데, 근데 아마 이랬으면 진짜 모 아니면 도였겠지. 연기도 연출도 엄청 어려웠을거고. 편하게 영화나 보고 나불대는 입장이니 이런 소리도 할 수 있는 거다.

 

그리고 그렇게 막 공과 사의 기로에 선 황정민의 모습이 정의감, 사명감 넘치는 반듯함보단 조금 더 인간적으로 욕도 좀 하고.. 막... 상황이 맘대로 안 풀리니까 망연자실 넋 놓고 영혼 털린 모습도 보이다가... 그러다 또 쫌 뭐가 된다 싶으면 달려나가서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고 애쓰는데 윗선에서는 또 헛소리나 해대고, 해달라는 건 해주지도 않고, 아프간 정부도 말 안 듣고, 답답하고 짜증나서 떼도 쓰고 발도 구르고 그랬으면 어땠을까. 왁왁 소리도 지르고. 많은 사람의 목숨이 달려 있는 엄청난 중압감에 시달리는 상황이라곤 하지만 영화 속 인물들이 대부분 너무 침착하고 차분하고, 심지어 그냥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 전화벨 울리면 벌떡 일어나는 게 그나마 하는 대응 정도로밖엔 안 보여서, 차라리 이렇게 감정적으로 막 날뛰는 인물이 하나라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은 거다. 

 

어차피 영환데. 

실제로 그 때 담당자들의 분위기가 어땠건간에, 그렇게 무미건조하고 사무적인 인간들이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는 걸 보여주면 안되는 거였다. 보고하고 지시받는 것이 전부인 와이셔츠 입은 사무직들. 너무 재미없잖아요.

 

 

 

그 와중에 황정민과 현빈 캐릭터의 케미도 별로다. 둘이 조화롭지 못하단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래놓고 갑자기 서로 막 돕고, 애틋해지고. ...노렸나? 싶은데 그 노림수가 너무 얕다. 

 

 

그냥 그래요.

특별히 잘 만든 영화란 생각이 안 든다. 위기가 고조되는 단계도 너무 뻔하고, 그나마도 긴장감이 없고, 긴박한 분위기도 전혀 느껴지지 않고, 인물도 매력이 없다. 감상을 쓰는 내내 현빈에 대한 언급이 한 번도 나오지 않는 건, 그만큼 매력도 없고 인상적이지도 않다는 뜻이다. 

 

 

그나마 인상적이었던 건 나오는 줄도 몰랐던 강기영인데, 이건 배우 개인의 역량인가 싶을 정도로 영화 안에서 혼자 펄떡펄떡 뛴다.

 

 

그래서, 너무 짜증났던 게 뭐냐 하면, 교섭을 하러 가면서 자기네는 방탄 방검복 챙겨입고, 안 입는다는 사람한테 억지로 입혀주기까지 하면서, 정작 통역으로 동행하는 강기영에게는 그런 것도 주지 않는다. 맨 몸으로 적진에 들여보내면서 걱정 한 번을 안 해준다. 도대체 왜 방탄복 안 준걸까? 나 정말 영화 내내 그게 너무 신경쓰이고 너무 짜증났다. 그렇게 입기 싫었음 벗어서 강기영을 주지. 참내. 

 

강기영도 방탄복 입혀죠라!

 

할 말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말이 자꾸 길어진다. 

 

 

 

그러니까 영화는 처음부터 슬쩍슬쩍 은근하게 인질들에 대한 비난의 태도를 취할 것이 아니라 확실하고 분명하게 국내의 여론을 보여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게 놔둘 순 없잖아요? 하는 듯한 뉘앙스를 조금이라도 주었더라면! 어휴 그래 일인데 어쩌겠어, 하고 이해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을 수도 있고, 사람 목숨 구하는 일을 하면서도 괜히 눈치보고 비난받고 이러는 걸 보며 안쓰러워 하는 사람들이 있었을 수도 있었을텐데. 

 

문득, 인질들의 첫 등장 씬을 버스 안에서 요란하게 찬송가를 부르고 하나님 아버지 하는 요란 극성스런 모습으로 시작을 했더라면 영화 최대의 빌런=인질들 이런 구도가 되면서 모든 욕이 그들을 향하게 되는, 그런데 그 최대 빌런을 구해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아 근데 그럼 현실적으로 고소를 면치 못했으려나. 그건 또 그것대로 문제가 됐었겠네. 

 

되게 그냥 멋진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은데 무엇 하나 멋지지 않은 영화가 되어버린 것 같아서 안타깝다. 나 황정민 배우 좋아한단 말이에여.... 그래서 봤는데... 재미가 없엉.. 황정민도 안 멋있어... 남은 게 모야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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