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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김준수 유태평양
절창Ⅰ
얼마만의 공연관람이라 쓰고 준수보는 거라 읽는다인지.
제대로 감상 쓰고 싶었는데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나서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세상에. 이럴수가 ㅠ_ㅠ 그동안 왜 그렇게 바빴던거지. 세상 제일 할 일 없는 사람이.
김준수와 유태평양이 함께 하는 <수궁가>였다. 몇 년 전에 완창판소리 무대에서 김준수의 <수궁가> 완창을 보고 들었던 터라 기대가 더 컸다. 생판 모르면 기대도 못 하는데, 보고 들은 게 있으니 기대가 안 될 수 있나. 김준수의 <수궁가>가 2018년 3월이었으니 딱 5년만에 다시 보는 <수궁가>였다.
2018 <완창판소리> 3월 - 김준수의 <수궁가 - 미산제>
혼자가 아니라 둘이 함께하니 주고 받는 대목들도 더 재미있어지고 소리도 훨씬 풍부하게 들렸다. 그리고 2018년 완창판소리 때에도 특히 인상깊었던 부분이 자라의 꾐에 빠져 수궁에 당도한 토끼를 잡아들이는 대목이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였다. 토끼가 나는 토끼가 아니고 개요, 소요, 말이요, 하는 부분이 아주 기가 막히다. 개인적으로는 제일 재미있기도 하고, 준수가 이 부분을 너무 기가막히게 잘 살린다. 그렇게 안 생겨서는(?) 어쩜 그렇게 능청스럽게 연기를 잘 하는지.
시작할 때 한 대목이 <고고천변>이라고 했던가... 아닐수도 있고... 어쩌구 저쩌구 둘이 막 주거니 받거니 재미있게 놀다가 어려운 대목이라면서 왜 어려운 건 나한테 하라구 그래! 하고 찡찡댄 유태평양이 멋들어지게 뽑아냈던 대목이 <범피중류>였던 것 같다. 제목이 잘 기억이 안 나서 검색을 해보는 중인데 <범피중류>는 진짜로 판소리 다섯 마당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대목으로 인식되어 있을 만큼 기교적인 음악 어법이 망라되어 있는 대목이라고 한다. 근데 이게 오리지널은 <심청가>인데, <수궁가>에 수용이 되었다고.
판소리-범피중류 (한국민속대백과사전 中)
알면 알수록 판소리는 정말 재미있는 장르다. 모든 장르를 총 망라한 종합 예술이 단 한 사람의 노래와 연기와 몸짓과 눈빛과 온 몸에서 다 뿜어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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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소리꾼 김준수에게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창극을 하는, 연기하는 김준수를 꼭꼭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연기하는 김준수의 매력은 정말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춤선이 엄청 곱다. 내 콩깍지가 아니라 이건 진짜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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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단에서 했던 <리어>를 못 본 게 진짜 내 천추의 한이다 ㅠ_ㅠ 내가 그때 왜 리어를 놓쳤을까 왜 못 봤을까 무슨 정신이었던거지 왜 안 봐서 리어 얘기 나올 때마다 리어 본사들을 시기하고.. 질투하고...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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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창 아무튼 너무 좋았고.. 고수님마저도 연기를 기가 막히게 하시는 그런 너무나도 완벽하고 멋진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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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볼 때는 폰을 아예 꺼두는 편이라, 커튼콜 장면도 못 찍었다. 꽤 길게 했는데도 내 폰이 켜지는 시간은 왜 그렇게 길던지.. 결국 남긴 사진은 하나도 없고 이제는 흐릿해진 기억과 아주 만족스럽고 행복했던 마음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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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공연 내내 관객들의 추임새가 제법 우렁차게 섞여들었다. 예전엔 찐 귀명창 어르신 관객들이 불어넣어주는 추임새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젊은 관객들도 추임새를 곧잘 한다. 나는 아직 못함. 그 분위기가 되게 신기하기도 하고, 나도 언젠간 소리를 낼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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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창극단의 6월 공연 <베니스의 상인>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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