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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는 모두(에브리원)가 호평을 하는 영화였다. 그래서 나는 이걸 영영 못 볼 줄 알았다(?) 왜 그 이상한 사람들 있잖아... 남들이 다 좋다고 하면 나는 관심이 확 식어 버리는. 그래서 천만 영화 같은 건 거의 보지 못하고 남겨두게 되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 나도 약간 그렇다.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땐 좀 궁금했는데, 본 사람들이 다들 좋다고 하니까 그런가부다~ 재밌는 영화인가보다~ 하다가 이번에 아카데미에서 상을 잔뜩 받았다고 해서 잘 만든 영화구나~ 까지 더해졌다. 그런데 그 정도가 전부였다. 그래서 영영 못 보고 넘어가나 싶었는데.

 

매번 놓쳤던 매달 마지막주 수요일, 문화의 날을 웬일로 떠올렸다. 어. 이번주네. 이번엔 기회를 놓치지 말고 오랜만에 뭐라도 좀 볼까!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처음엔 좀 정신없었다. 영화가 멀티버스 세계관을 다루고 있다는 건 진작부터 들어 알고 있어서 인물들이 영혼을 갈아 끼우듯 변신하는 것을 보면서도 특별히 놀랍지는 않았다. 영화 소개 프로에서 들려줄법한 아주 기초적이고 극히 일부라 할 수 있는 초반부 약간의 정신사나움을 견디고 나면 그제야 영화의 맛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평범하다못해 피곤하고 복잡한 일상을 살아가던 에블린에게 벌어지는 기상천외하고 놀라운 경험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뒤로 갈수록 굉장히 보편적이고 철학적인 가치를 이야기로 확장된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주 다양하고 무한한 어떤 세계들이 사실은 에블린이라는 한 인간이 가진 다양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일종의 환상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에서 흘러가는 실제 시간은 만 하루에 불과하다. 영화가 보여주는 환상같은 이야기들을 모두 걷어내고 보면 결국 남는 것은 사랑이었다.

 

Be kind. 

 

웨이먼드가 외친다. 그리고 이것은 아주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상냥함과 다정함과 친절함으로 에블린은 자신을 가로막는 모든 적들을 물리친다. 선함이 결국 모든 것을 이긴다는 이야기, 너무 뻔하고 고리타분해 보이지만 그런 올바름을 드러내는 이야기를 나는 참 좋아한다. 

 

자칫 '가족애'로 귀결되어버릴 수도 있었던 이야기는 마지막까지 꿋꿋하게 그 주체를 '에블린'에게 고정시켜 놓는다. 에블린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이다. 모든 것이 될 수 있었던, 모든 곳에 존재했던 그 사람은 바로 에블린이었다. 그리고 에블린이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던, 무엇보다 가장 가치있게 여기고 끝까지 놓지 않았던 그 모든 것은 바로 자신의 딸, '조이'인 것이다. 

 

이게 참, 설명을 잘 못 하겠는데. 

에블린-조이의 관계만 놓고 보면 이 이야기는 어쩌면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으로 모녀간의 갈등이 해결되고 서로를 감싸안는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영화 시작부터 삐걱대던 둘의 관계가 '멀티버스'로 표현되는 것이다. 각자의 안에 있는 무한한 세계, 무한한 자아. 절대로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정 반대의 엄마와 딸은멀티버스 속 에블린과 조부 투파키로 묘사된다. 조부 투파키를 만든 것도 에블린이었고, 조부 투파키를 이해할 수 있는 것도 결국 에블린이었다. 혼돈의 세계를 떠돌던 조부 투파키와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느낀 에블린이 마지막 순간 조부 투파키와 함께 파멸하는 대신 딸의 손을 잡은 것은, 에블린이 드디어 딸이 가진 세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 엄마로 거듭난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내가 무슨 소릴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나는 이 이야기가 에블린이 모두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이야기인데,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혼란과 충격을 '멀티버스'라는 개념으로 표현한 것으로 느껴졌다. 이걸 이렇게 재미없게 정리해도 되나 싶긴 한데.. 

 

하고 싶은 말이 되게 많았는데 늘 그렇듯 횡설수설이다.

처음엔 이 영화의 어떤 부분이 감동을 준다는 걸까... 싶었는데 어느새 줄줄 울고 있었고, 눈물이 쉽게 그치지 않았다는 건 이 영화가 나를 진심으로 감동시켰고 울렸다는 뜻이었다. 뭐가 그렇게 눈물이 났냐고 물으면 글쎄... 도넛이.. 처음엔 우스워보였던 그것이 사실 모든 실망과 절망과 좌절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인지... 웨이먼드가 비 카인드라고 외치던 순간이었는지... 어느새 영화의 모든 것, 모든 순간을 보며 울고 있었던 것 같아서 잘 모르겠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의 내셔널 지오그래픽 패러디 포스터

 

누가 그랬다. 에에올을 본 사람이라면 이 사진만 봐도 눈물이 날 거라고. 에에올을 보기 전엔 이해하지 못했는데 보고 나니 정말 좀 울컥한다. 아무것도 존재할 수 없는 세상에서 홀로 머물던 조이(조부 투파키)의 곁에 있는 힘을 다해 다가가는 또 다른 돌멩이, 에블린.

 

에에올 보길 잘 했다. 영화관에서 보길 정말 잘 했다. 

 

 

에에올에게 했던 미안하고 민망한 오해

멀티버스라는 세계관을 그린 영화를 많이 보진 않았지만, 보통은 평행세계의 또다른 나-라고 했을 때 나와 똑같은 사람이 내 앞에 하나 더 나타나서 '내가 바로 다른 평행세계에서 온 너다'라고 주장하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하나의 인물 안으로 다른 세계의 인물이 '접속'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같은 모습을 한 사람이 두 명이 아니라 내 안의 인격을 갈아끼우는 개념인 것이다. 

 

그래서 에에올 초반부에 엉뚱한 오해를 좀 했다. 이거 혹시... 다중인격이나 정신분열에 대한 이야기일까....? 라고. 고된 일상과 현실에 지친 에블린이 국세청 조사이 계기가 되어 멀티버스라는 환상으로 표현되는 정신분열증에 걸린 것은 아닐까;;;;; 하는;;;; 그런;; 아주 엉뚱한 상상;;  근데 이것도 꽤 그럴듯 하고 재미있는 소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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