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기에 있다를 시사회로 보았다.
나는 이 두 포스터가 더 좋은데 왠지 메인 포스터는 배우들 얼굴 대빵만하게 박아 놓은 그거인거 같아서 안 가져옴. 포스터 분위기는 이게 훨씬 좋다.
영화에 대해 한 마디로 정리하고 싶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봤는데, 영화에 대해서는 뭐라 해야할지 모르겠고 이런 말만 떠오른다.
나는 거기에 있고 싶지 않았다.
굴다리에서 두 배우가 격렬한 액션을 선보이는 걸 보고 아, 이거 액션에 힘을 준 액션영화인가보다, 하고 기대를 해버렸다. 그러면 안되는 거였는데. 당장 기억나는 액션 장면은 굴다리와 갯벌1, 갯벌2이다. 굴다리는 그럭저럭 봐줄만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과거 회상에 등장했던 갯벌1은 뭐가 막 액션을 하긴 하는데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2:1의 싸움이었는데 그것도 잘 모르겠고, 근데 꽤 길게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 갯벌2는, 갯벌1과 일종의 수미쌍관(?)의 효과를 노린 것 같은데 조금 억지스럽다. 액션씬이라 하기엔 둘 다 굉장히 힘겨워보여서 몇 번 허우적대다 끝나는 느낌이고.
영화를 보고 나서 친구랑 한참 얘길 했다. 매번 이렇게 씹고 뜯고 맛볼거리를 안겨주는 걸 고맙다고 해야 할지. 우리는 감독의 전작 브라더도 함께 보았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의문만 생긴다. 그래서 도대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건...? 무엇을 느끼라는 건지...? 설명을 못 하겠는데 정말 딱 그렇다. 연쇄살인자를 쫓는 형사의 이야기라고 하기엔 너무 빈약하고, 동일한 공여자로부터 받은 장기를 가진 두 남자가 지독하게 얽히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장기 이식으로 인한 이상 사례를 보여주려고 했던 걸까? 아니요. 그것도 아닙니다.
생각나는대로 막 정리할거라 접음.
장기이식 코디네이터가 장기이식 공여자와 수여자 간의 성격 변화 사례를 찾아본다면서 검색엔진에 장기이식으로 인한 성격 변화 대충 이런 키워드를 검색하고, 기사인지 뭔지를 심각한 얼굴로 들여다본다. 네? 코디네이터님? 네? 지금 뭐하시는???? 전문가가 검색엔진에서 그딴 키워드로 사례 조사를 하신다고요? 전문가라면 적어도 좀 더 그럴듯한, 의학 전문지나 논문, 하다못해 외국어로 솰라솰라하는 외국 사례를 찾아보는 정도의 해줘야 되는거 아닌지. 아니 그리구 키워드도 너무 정직한... 그렇게 검색하면 우리나라 검색 엔진에선 병원 홍보나 건강식품 광고가 나와요...
대사를 줄줄 읊는 것도 문제다. 규종 아버지가 규종이 이식 수술을 받고 나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는 얘길 할 때도 밋밋하고 심심하게 대사만 치고, 형사1과 형사2도 주절주절 대화만 나눈다. 규종을 잡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규종은 살인을 저지르면서도 한없이 허술하게 돌아다니는데(그 흔한 위장 수단으로 모자나 후드를 쓰지도 않고, CCTV에도 다 잡히고, 심지어 대중교통을 수도없이 이용하고 다니는데) 형사들은 자기들 차 안에서 두런두런 대화나 나누고 있다. 그러면서 안 잡힌댄다. 잡으려고 노력은 하고 계시는지....
가장 황당했던 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화 보고 나서 친구랑 혹시 이장면에서 그 사람들... 하다가 둘이 동시에 같은 말을 내뱉고는 빵 터졌다. 규종 아버지가 일하는 곳에서 동업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씬이 하나 있는데, 여기가 정말 대박이다. 아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봐야 되는데 정말!!! 나만 보기 아까운데!!!! 영화 중간에 정말 전혀 필요없는, 전문 연기자가 아닌 것이 분명한 두 명의 중년 남성들이 등장해 어색하기 짝이없는 대사와 톤으로 규종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이건 영화 관계자가 아니고서야 이럴 수가 없다. 관계자도 그냥 관계자 아니고 투자자 정도는 되어야 이런 허튼 짓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친구와 나는 이 두 중년 남성을 영화 투자자로 단정지어 버렸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하.
규종의 여자친구 뒤를 두 남자가 미행하는 장면이 있다. 긴장감을 제법 줬다. 근데 뒤로 따라오는 두 남자의 형체가 흐릿하다. 처음엔 형사1과 형사2인줄 알았는데 흐릿한 형체로도 그들이 아닌 것을 알겠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아, 저 사람들 처음에 규종이 여자친구한테 나쁜짓 하려던 그 양아치들이구나! 형사들이 쫓아가는 줄 알았지만 사실은 양아치들이 다시 나쁜 맘을 먹고 복수하려고 여자친구를 쫓아가는 거구나!!!!!!! 오 제법 괜찮은 반전인데? 하고 있었는데 뒤통수를 맞았다. 여자친구를 미행하던 건 처음 보는 형사3과 형사4였다.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인물도 당황스러운데 너무 어이없이 여자친구를 놓치는 것도 어이가 없다. 하.
엔딩에서 반복되는 뒤로, 확대, 거기, 뒤로, 거기, 확대, 이건.... 이건... 도대체... 그렇게 계속 할거면 그냥 조작법을 배워서 직접 혼자 돌려보는게 낫지 않겠어요...? 아무도 없는 방에서 그러는게 훨씬 더 멋있어 보였을 것 같은데. 굳이 옆에 사람 두고 뒤로 돌려라 확대해라를 반복하는 건 무슨 심보인가요? 하긴 원래도 형사1이 하는 건 별로 없어보이긴 했다. 형사2가 상황 파악해서 다 알려주고, 약 챙겨주고, 운전해주고, 코디네이터 불러라 하면 불러주고. 형사1은 손도 까딱 안 하다가 몸싸움만 한다. 이식 받고 현장 뛰지 말래서 아무것도 안 하다가 싸우는 것만 하나보다. 음.
규종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가 왜 이런 짓을 저지르게 됐는지, 왜 멈추지 못하는지 이야기하는 씬이 있는데 나는 그만 두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도저히 못 봐주겠어서. 근데 나중에 친구가 그러더라. 두 배우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고. 다시 볼 수 있으면 다시 한 번 꼭 봐보라고. 그래서 우리는 내가 그 장면을 왜 그렇게 끔찍하게 여겼는지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봤다. 그리고 찾아낸 결론은 너무나도 성의없고 재미없고 평범하다못해 엉망인 앵글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앵글과 조명만 조금 다르게 썼어도 조금 덜 끔찍할 수 있었는데 어쩜 그렇게 정직하게 90도 측면으로 잡아놓았는지. 이건 정말.. 봐야 아는 건데 누구에게도 보라고는 못 하겠다.
그냥 전체적으로 많이 허술하고 빈틈 많고 무슨 얘길 하고싶은건지 모르겠는 영화였다.
시사회로 봐서 참 다행이었고,
시사회로 봐놓고 이렇게 불만만 잔뜩 써놔서 좀 죄송하기도 하고,
그치만 나는 정말... 정말... 어떻게 이런 영화를.... 이런 영화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자연광 정진운이 예뻤다는 거 하나만 남았다.
정진운 때문에 봤다는 소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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