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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봄비가 내리던 날, 리바운드를 봤다. 

 

 


장항준이 만든 장항준스러운 영화 

다 보고 난 후의 느낌은 딱 이랬다. 장항준이 구축해 온(?) 이미지에 딱 걸맞은 영화. 재미있고 즐겁게 볼 수 있는 가벼운 영화. 거기에 실화의 감동이 묵직하게 더해진다. 장항준이라는 사람을 떠올리고 영화를 보러 올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를 아주 기가 막히게 만족시키는 영화라는 생각을 하고 나니, 장항준의 운대가 그냥 만들어진 건 아닌 것 같았다. 똑똑한 사람이다. 

 

영화의 전반과 후반

요즘 농구는 쿼터제지만 옛날(?) 농구는 전후반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때는 나도 농구를 꽤 좋아했었는데. 리바운드는 영화를 전후반으로 나누어 놓은 느낌이다. 코치의 고군분투 원맨쇼에 가까운, 선수를 모아 팀을 꾸리는 전반과 본격적으로 농구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나오는 후반. 전반은 정말 안재홍이 다 한다.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것도 안재홍이고, 영화 속 인물들을 하나하나 끌어다 관객들 앞에 세워 놓는 것도 안재홍이다. 그렇게 완성시킨 부산중앙고 농구부 아이들을 앞세우고 본격적인 후반에 들어간다. 

 

영화가 던져주는대로 웃고 즐기며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아주 단순하고 간결한 영화다. 그 속에서 벌어지는 잔잔한 갈등과 다소 뻔하게 등장하는 불청객들이 있긴 하지만, 큰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되게 소박하고 어찌보면 단순한 영화인데도 보고 나면 여운과 감동이 짙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사실이 주는 놀라움이 크기도 한데, 거기에 더해 어느새 영화 속 인물들 하나하나에게 마음을 주게 만든 영화의 힘도 컸다. 깊고 자세하게 펼쳐지지 않아도 아이들 하나하나가 가진 각자의 사연과 사정이 어느새 마음을 울린다. 재윤이의 슛이 들어갔으면 좋겠고, 순규가 중앙에서 든든하게 버텨주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는 것이다. 

 

많이들 울었다는데, 단단히 각오를 하고 간 나도 정말 잘 울고 나왔다. 영화가 시키는대로 잘 울고, 잘 감동받고 나온 사람이 바로 나다. 사실 관객이 '잘' 울게 하기가 쉽지 않다. 대놓고 신파라 울긴 우는데 찜찜할 때도 있고, 짜증이 날 때도 있다. 내가 이딴 걸 보고 울어야 하다니 하면서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울리니까 울긴 우는데 개운하게 울기가 쉽지 않단 소리다. 그런데 리바운드는 그런 면에서 제법 괜찮다. 분위기를 몰아가다 절정의 순간에 실화와 오버랩시키며 오히려 담담하게 사실을 전한다. 울으라고 강요하지 않는 엔딩이다.

 

앗시
객관적인 척 하려니까 힘들어서 안되겠다 

내가 이 영화를 알게 된 것도,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모두 정진운 때문이었다. 정진운이 장항준 영화에 나온다고? 나는 이 영화가 실화라는 것보다 이게 더 놀라웠으니까. 내가 뭐라고 개봉 전까지 전전긍긍하며 영화가 잘 뽑혔길, 평이 나쁘지 않기를 바라고 빌고... 개봉하자마자 챙겨보는 것은 물론 스코어를 확인하고, 후기나 평점들 들여다보고, 영화관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관련 이벤트가 없는지 확인하느라 바쁘다. 이게 다 정진운 때문이다.

 

 

화가 괜찮아서 정말 다행이다. 사람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비중에 매력까지 가져간 규혁이란 캐릭터 때문에 너무 설레고 기뻐서 죽을 지경이다. 아니 글쎄 규혁이가요...!!! 사연도 많고 끝까지 마음을 쓰게 만드는 우리 규혁이가...!!

 

사실 걱정 반 기대 반 뭔가 편안하지 않은 마음으로 봐서 뭐라 말을 못 하겠다. 앞으로 적어도 두 번은 더 볼 예정이니까 그 때마다 조금씩 정리를 더해가야지. 무대인사와 메가토크를 예매해 두었는데, 응원상영 소식까지 있으니 어쩌면 최소한 세 번은 볼 수도 있겠다. 2주차 무대인사 하면 그것도 보러 갈게요... 감독님 힘내요 항주니 욕심 내...! 

 

부산중앙고 동창회와 함께한 영화 관람

영화가 다 끝나고 우리는 크레딧도 끝까지 보고 나오려고 느긋하게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주변이 웅성웅성 시끌시끌해졌다. 대화를 나누는 목소리가 들렸는데 이게 한두분이 아닌 거라. 저 앞에서 누군가가 현수막을 꺼내 드는 게 보였고, 뭘 기념할 일이 있는 분들인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우리 바로 뒤에서도 현수막이 펄럭였다. 아니 이게 모야?? 이제보니 현수막이 한두 개가 아니다. 가만히 보니 '부산중앙고 동창회' 같은 문구가 보인다. 곧이어 어느 분이 쩌렁쩌렁한 소리로 오늘 인사를 하시더니 이야기를 시작한다. 세상에. 부산 중앙고 분들이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앞에서는 사진을 찍기 시작하시고, 서로 구호도 외치시고, 동영상까지 촬영을 하셨다고 하는데 우린 그냥 천천히 나가려다 졸지에 부산 중앙고 동창분들 기념 사진에 낑기게 됐다. 현수막 안 가리려고 숨긴 했는데 잘 숨었나 모르겠다. 그래서 그랬나, 영화 내내 호응도 좋고 박수도 터져나오고 그랬다. 영화관 분위기가 좋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냥 좋은 게 아니라 그 분들 덕분이었나보다. 동창분들의 추억과 청춘과 열정을 되살려주는 영화였으니 얼마나 더 좋으셨을까. 마지막 기념 촬영까지 마치시는 걸 보고 함께 박수 치고 나왔다. 첫 관람부터 굉장히 특별한 경험을 했다. 

 

진짜 별 게 다 재밌다, 리바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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