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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다시 필사를 하기 시작했다. 올 초에 필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올해가 가기 전에, 빠르면 여름쯤이면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필사를 마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중간에 너무 오래 손을 놔 버렸다. 그래도 다시 시작했으니 다행이다. 끝은 봐야지. 

 

 

 

스토아 학파의 세네카 부분을 쓰고 있고, 요즘 사람들이 생각나는 구절이 있어 옮겨 보았다.

 

 


세네카는 또 생물체에게 조롱을 받는 듯한 기분의 예들을 모았다. 한 예는 시리아에 부임해 있던 로마 총독으로, 무척 용맹스런 장군이지만 정신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던 그나에우스 피소에 얽힌 이야기이다.

어느 군인이 휴가를 끝내고 돌아와 함께 휴가를 떠났던 친구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보고하자, 피소는 그 군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 군인은 친구를 죽였다는 의심을 받아 자신의 목숨으로 죄의 대가를 치러야 할 판이었다.

유죄선고를 받은 그 군인이 자신은 아무도 죽이지 않았으니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만이라도 시간적 여유를 달라고 간청했지만 피소는 자신이 진실을 더 잘 안다고 믿었기에 지체없이 그를 사형장으로 끌고 가도록 명령했다.

그러나 사형 집행을 맡은 백부장이 그 군인의 목을 칠 준비를 하는 사이에 행방불명되었던 그의 동료가 군 야영지의 입구에 당도했다. 즉각 군대는 박수갈채를 보냈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 백부장은 집행을 취소했다.

피소는 그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환호 소리를 들으면서 그는 부하들이 자신의 판단을 조롱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화가 나 얼굴이 붉어졌다. 너무나 화가 치민 나머지 그는 자신의 호위병을 집합시켜 살인을 저지르지 않은 군인과 살해당하지 않은 군인 둘 다 사형에 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게다가 피소는 심하게 우롱당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백부장까지 덤으로 사형에 처했다.

시리아의 그 로마 총독은 부하들의 박수갈채를 듣는 순간, 그것이 자신의 권위를 깎아내리고 자신의 판단력에 의문을 제기하려는 군인들의 의도된 행동이라고 풀이했다. 또한 키루스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말이 강물에 빠져 죽은 것을 살해로 해석했다.

세네카는 그런 판단착오에 대한 설명을 제시했다. 그것은 대개 키루스와 피소 같은 남자들에게 자리잡고 있는 ‘정신의 나약함’과 관계가 있다. 무조건 모욕으로 판단하는 그들의 성향 뒤에는 자신이 조롱당할 만한 존재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자신이 해코지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의심할 때는 누구든 혹은 무슨 일이든 자신을 해치려는 것으로 쉽게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중략)
물론 상대방의 행동에는 그럴 만한 이유들이 있을 수 있다. (중략) 하지만 우리의 정신이 나약해져 있을 때는 이런 상황들을 우선 고려해볼 수 없게 된다.

(중략)
자기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못한 사람들은 과자 장수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단지 과자를 팔기 위해서라고 상상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로마의 한 호텔 1층에 있는 건축업자는 벽을 수리하는 척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진짜 의도는 위층에서 책을 읽으려 하는 남자를 괴롭히는 것이다.

+ 비우호적인 해석 : 저 건축업자는 나를 괴롭히려고(in order to) 쇠망치를 치고 있어.
+ 우호적인 해석 : 저 건축업자는 쇠망치를 두드리고 있고(and) 나는 그걸 괴로워하고 있어.

 

 

 

중간 생략을 좀 많이 했는데, '정신의 나약함'이 주변 환경 또는 사회 관계에서 오는 영향들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게 만든다는 얘기다. 쉽게 말해, 남 탓이라는 건 결국 내가 나약해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거다. 상당부분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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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 와중에도 문장이 매끄럽지 않은 게 계속 거슬린다. 그냥 읽는 거랑 필사를 하면서 하나하나 짚어보게 되는거랑 이렇게 다르다니까. 그냥 의미만 파악하고 흘려보낼 때는 보이지 않던 부자연스러움이 자꾸 보인다. 오래전 책이니까, 개정판은 좀 달라졌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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