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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43/386) |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카랑_ 2023. 1. 2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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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8.수. 필사. (43/386)

 

 

 

소크라테스의 사유 방식에 대한 정리였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반대의 경우, 예외적인 상황들을 들며 본질을 파고드는 그런 방식. 

 

그런데 이쯤 되니 묘하게 거슬리는 문장들이 보인다. 

 

 

알랭 드 보통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중

 

위의 사진에는 세 문단이 보인다. 그런데 두 번째 문단의 문단 나눔이 조금 이상하다. 

 

① 직관에서 나온 진실은 버팀대 없이 옥외 대좌에 놓인 조각상과 같았다.

② 그 조각상은 강한 바람이 불면 언제라도 쓰러질 수 있었다.

③ 하지만 반론에 대한 자각과 이성의 떠받침을 받는 진실은 쇠줄로 땅에 고정된 조각상과 같았다. 

 

내용 상 ②번 문장은 ①번 문장에 덧붙는 내용이다. 주어를 '그' 조각상이라고 하여 앞 문장의 조각상을 언급했으므로 두 문장은 서로 이어져 있어야 자연스럽다. 

 

그런데 책에서는 ②번 문장이 ③번 문장의 앞에 붙어 있다. ①번의 보조문을 ③번에 붙이고, 문장을 분리해 버린 것이다. 문장 나눔을 요상하게 할 바에는 그냥 ①, ②, ③을 다 붙여버리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음 문장도 좀 이상하다.

 

소크라테스의 사고방식은 우리에게 여론을 만들어 나가는 방법 한 가지를 기약했는데, 그런 여론이라면 우리는 비록 폭풍우를 만난다 하더라도 끄떡없이 진정으로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기약하다는 표현이 문제인 것 같다. 사전을 찾아보니 '기약하다'는 '때를 정하여 약속하다, 이미 해 놓은 약속'이라는 뜻으로 나온다. '방법'과 자연스럽게 호응이 되지 않는 표현이다. 번역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하지만 우리는 각자의 의견이 장래 부딪히게 될지도 모르는 반대 입장들을 사전에 놀리적으로 검토하지 않을 경우, 우리의 뜻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적절히 대응할 방법을 찾지 못하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즉 우리는 돈은 덕행을 실천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든지, 아니면 오직 나약한 자만이 전쟁터에서 후퇴한다고 강력하게 고집하는 위압적인 인물에 눌려 입을 다물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힘이 될 반론(플라타이아이 전투와 부패한 사회에서의 부의 축적)을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막연히, 아니면 기분 나쁜 채로 그 이유를 분명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자신이 옳다고 고집해야 할 것이다. 

 

 

 

 

여기 문장이 총체적으로 다 이상하다. 두 번째 문장은 시작이 '즉'인게 문제인 것 같기도 하고, 세 번째 문장은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가 아니라 '알지 못하면'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문장의 아름답고 훌륭한 것을 기대하고 필사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쓰면 쓸수록 어딘가 어색하고 호응이 안 되는 문장들이 눈에 띈다. 그냥 눈으로만 훑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기계적으로 쓰기만 하는 재미도 있지만 이렇게 가끔 정신을 차린 상태에서 보이는 것들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래도 이번 필사를 끝내면 다음엔 좀 문장이 매끄럽고 좋은 책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일단, 이 책을 끝내고. 

 

그나저나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개정판이 나왔던데 거기서는 좀 달라졌으려나? 갑자기 궁금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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