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6 | 종로-종묘-창경궁 나들이 with 일리

 

 

원래 계획은 종로 정남미명과에서 구황작물빵을 사는 것이었다. 그것이 메인이었고, 그것 말고는 뭐든 하면 하고 말면 말고 하는 마음으로 나선 길이었다. 일리와 함께. 

 

종로 방문 목적 : 종로 정남미명과 but 토요일 휴무 

종각역에서 내려 다시 한 번 정남미명과의 위치를 확인하려고 지도 어플을 켰다. 그런데 그 순간 보이는 휴무 메시지. 앗. 왜 하필. 일리가 고구마빵 먹고 싶다고 해서 온 건데 ㅠ_ㅠ 일리에게 말하니 의외로 흔쾌히 괜찮다고 한다. 지금은 별로 안 먹고 싶대. 

 

그래서 고구마빵 못 산 대신 오늘 하루는 일리가 하고 싶은 거 하기로. 

 

점심 : 마라탕 - 마라공방

일리가 원하는 건 오직 마라탕. 종각역에서 종로3가 쪽으로 내려오는 길에 있는 마라공방이 있어서 거기서 먹었다. 마라공방은 일리도 처음 가보는 곳이라고 했다. 매운맛 0단계와 1단계 사이에서 고민하니 0.5단계가 있다고 하셔서 일리는 0.5단계로 먹었다. 덕분에 맵지 않게 잘 먹었다. 

 

 

 

후식 : 공차

정남미명과 쪽에 있던 공차를 본 일리가 후식은 꼭 공차를 먹고 싶다고 했다. 그럼 왔던 길을 되돌아 가야 한다고 했는데, 그래도 괜찮단다. 어차피 오늘은 일리 마음대로 하기로 한 거, 다시 종각역 쪽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폴바셋을 발견했고, 일리 후식은 공차, 내 후식은 폴바셋이 되었다. 

 

 

목적지1 : 종묘 

일리에게 서점 or 청계천 or 종묘의 선택지를 줬다. 서점은 일찌감치 버려졌고, 청계천이나 종묘 중에서 잠시 고민하던 일리가 종묘를 택했다. 웬일이지? 싶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알차고 즐겁게 종묘를 즐기고 왔다. 일리의 가장 큰 목적은 예쁜 사진을 많이 찍는 것이었고, 종묘는 그 기대에 훌륭하게 부응해 주었다. 

 

종묘 영녕전 / 일리

 

 

종묘

 

날씨가 기가막히게 좋은 날이었다. 종묘에는 커다란 벚나무도 여러 그루 있었고, 새순이 막 돋기 시작한 나무도 볼 수 있었다. 멋진 봄이었다. 

 

 

목적지2 : 서순라길을 거쳐 창경궁으로

종묘를 한 바퀴 크게 돌아보다 길 건너에 맞닿은 창경궁까지 보게 되었다. 여기랑 붙어 있어서 길만 건너면 저기도 갈 수 있다고 하니까 거기도 가자고 한다. 창경궁을. 근데 지금 바로 뚫린 길이 없어서 빙 돌아서 가야 하는데 괜찮아? 하니까 또 괜찮대. 아니 얘가 웬일이지 정말. 그래서 종묘를 나와 성벽길을 쭉 따라 올라 창경궁으로 향했다. 

 

가는 길엔 이왕이면 구경거리가 좀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서 요즘 핫한 서순라길쪽을 택했다. 날이 좋아서 그런지 가게마다 사람들이 꽉 차있고 줄 서서 기다리는 곳도 많았다. 그리고 성벽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리고 서순라길 터줏대감인 듯한 고양이도 만났다. 

 

서순라길 고양이

 

 

창경궁에 도착했다. 창경궁에도 사람이 엄ㅡ청 많았다. 역시 날이 좋으니까. 이쯤되니 일리도 나도 조금 지치긴 했다. 그래도 일리는 즐거움이 체력을 이겨내는 어린이였고, 나만 버티면 될 것 같아서 열심히 버텼다. 하지만 창경궁 춘당지에 이르러서는 정말 더는 못 걷겠어서 자리잡고 앉아버렸다. 일리는 춘당지에 있는 오리도 구경하고, 잉어도 구경하며 한참을 또 재미있게 놀았다. 

 

창경궁 춘당지 일리

 

 

집으로

그렇게 한참을 쉬며 구경하며 놀다가 드디어 집으로 향했다. 서울대병원을 가로질러 혜화역으로 갔고, 냄새에 이끌려 델리만쥬를 한 봉지 사 먹었다. 

 

전철을 타고 다닐 때 휴대폰만 하는 게 싫어서 예전부터 노트를 꼭 하나씩 챙겨 다녔었다. 함께 끝말잇기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하는 용도다. 이번에도 오가는 길에 열심히 끝말잇기를 하고, 서로 그림을 그려 맞추기도 하며 왔다. 뿌듯하구만. 

 

 

 

오늘의 코스 정리

놀랍게도 계속 걸어다녔다. 휴대폰 어플에는 경로가 너무 대충 찍혀서 다시 그려본 게 오른쪽. 종각역 출발, 혜화역 도착이다. 나는 집에 오자마자 뻗었는데 일리는 괜찮은 것 같았다. 역시 어린이는 대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