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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령이와 운동을 빙자한 밤산책을 나가면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눈다. 신이 나서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일령이를 보면 정말 귀엽다. 어느새 나랑은 조금 다른, 내가 잘 모르는 분야로 뻗어나가고 있는 일령이의 취향이 가끔은 버겁(?)기도 하지만 뭐, 들어주는 것 뿐인데 어려울 게 뭐 있나.
그러다 최근에 학교에서 하고 있는 문학 단편 읽고 감상문 쓰기 활동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이용익의 <꽃신>이라는 작품이라고 했다. 나보고 아느냐고 물었지만 나는 전혀 모르는, 처음 들어보는 작품이었고, 일령이의 조잘조잘 상세한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덕분에 대강 작품 파악이 되었다. 그런데 일령이가 이 작품의 감정선이 조금 어렵다고 말했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이 수업을 담당하는 선생님은 <꽃신>을 읽고 조금 울컥하시기까지 했다는데, 자기는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한다. 첫사랑이라는 키워드가 바로 떠오르는 내용이라,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했는데 일령이는 여전히 모르겠단다.
그래서 계속 계속 얘기를 나눴다.
그러다 드디어, 일령이가 이 이야기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를 알았다.
이 녀석이 작품에 나오는 '꽃신'을 정말 '꽃신' 그 자체로, 사물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거다!
꽃신을 보며 설레고 떨려하거나, 그리워하는 걸 곧이곧대로 읽고 있었던 거다. 주인공이 여자애가 아니라 꽃신을 좋아하는 거 같아-라는 명언을 남김 그게 바로 첫사랑 소녀를 의미하는 거다, 꽃신을 보면 드는 감정들이 모두 그 여자 아이를 떠올리게 하는 거다, 그랬더니 눈이 이따만해지면서 큰 깨달음을 얻은 표정을 짓는다. 아니 정말 너 ㅋㅋㅋㅋ 무슨 일이야 ㅋㅋㅋㅋㅋㅋㅋ
당시엔 엄청 웃고 놀렸는데, 생각할수록 신기하고 좀 놀랍다. 아니 그걸.. 그렇게 받아들일 수가 있나....?
근데 오늘 마침 그게 생각나서 김용익의 <꽃신>을 찾아 읽어 봤는데,
음
잘 읽히진 않네
일령이가 내용이 잘 이해가 안된다고 했던 것도 이해가 간다 아니 그치만 꽃신은....! 너무 대놓고....!
이 아이가 평소에 문학보단 비문학이 낫다고 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아이고ㅋㅋㅋㅋ
+
덕분에 김용익이라는 작가를 알게 됐다. 작가 이름으로 검색해도 정보가 많이 나오지는 않는데, 여기저기서 조금씩 정보를 수집했다.
김용익 (1920-1995)
통영 출생
1956년 영어 단편 <꽃신> 발표
그 외 자세한 내용은 마침 괜찮은 기사를 찾아서 링크로 대체
잘 읽히지 않는다고 생각한 이유가 풍성한 묘사때문이었는데, 보다 보니 이거 필사하기 되게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다음 필사 작품을 찾는 중이라 이런 것만 보인다. 나중에 책 한 번 빌려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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