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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4 | 파묘 (스포밭)

카랑_ 2024. 2. 27.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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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하>를 아주 재미있게 보았고 좋아하지만 <파묘>가 선뜻 끌리지 않았던 건 내가 선호하는 배우가 없어서였다. 그래서 굳이 영화관에 가서 볼 일은 없겠다 싶었는데 친구들한테 끌려갔지 모야... 그래서 봤다.

 

 

파묘

 

 

 

한마디로

불만족

 

구구절절

호불호를 떠나 영화 자체가 별로 만족스럽지 않다. 아쉬운 게 너무 많다. 덕분에 영화를 보고 나와 친구들과 끝도 없이 영화 얘기를 나눴다. 그건 아주 좋았다.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이야기가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다. 그런데 한껏 기대하게 만들었던 오컬트 분위기는 1부에서 끝이 나고 2부는 난데없이 장르가 바뀐다. 심리적 긴장감이 아닌 물리적 위력을 발휘하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영화의 성격이 애매해진다. 개인적으론 재미도 흥미도 급격히 떨어졌다. 이게 뭐지? 싶다. 

 

1부와 2부를 연결하는 공통된 주제가 있다는 것은 알겠으나 너무 욕심을 낸 것 같다. 캐릭터가 무너지고 개연성이 떨어지고 빈틈이 생겨버렸다. 차라리 1부를 알차게 만들어 채우지, 싶은 아쉬움이 너무 많이 남는다. 1부의 중심이 되는 가족의 과거사를 좀 더 집중하고, 그들이 받는 고통이 단순히 할아버지 귀신이 붙어서였고 그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해결! 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족을 좀 더 괴롭히고 그 할아버지 귀신을 더 조명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해결이 다소 맥빠졌던 건 둘째치고 그 가족의 앞날이 여전히 창창하다는 것이 너무 싫었다. 좀 더 괴로워하고 고통받다가 결국엔 망하는 엔딩까지 가야 보는 우리가 속이 좀 시원했을텐데. 주인공들은 결국 그 집안의 문제를 해결해주었고, 이제 아무 문제 없이 잘 먹고 잘 살아갈 그 집안 덕분에 너무너무 찜찜하고 불쾌하고 불편하다. 아니 왜 그들이 여전히 잘 살아야 하는데요? 그들은 그저 과거를 묻어두고 쉬쉬할 뿐, 아무런 반성도, 속죄도 하지 않던데요? 사람 몇 명 죽은 거 하나도 안 불쌍하고, 살아남은 아기를 마치 희망처럼 느껴지게 하는 마무리가 되게 꼴보기 싫었다. 기왕에 친일파 집안을 보여줄 거였으면 확실히 망하게 해달라구여 

 

첫 장면이었던 비행기 씬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일본어로 말을 거는 승무원과 일본어로 대답하며 한국인이라고 말하는 주인공. 한국인이라는 말을 듣고도 사과는커녕 그러시군요 하고 가버리는 승무원. 이 장면이 뜻하는 바를 진짜 모르겠다. 미국 가는 길이었던 것 같은데, 일본 국적기를 탄 건가? 다짜고짜 일본어로 말을 거는 승무원과 일본어로 대답하며 한국인이라고 하는 화림, 그럼 오해해서 미안하다거나, 아니면 일본어를 참 잘 하시네요 이런 식의 대화로 흘러갈 줄 알았는데 그러시군요~ 하고 끝이다. 이 씬이 통째로 이해가 안돼서 당황했다. 무슨 의미였을까. 

 

그렇게 시작 부분을 미국에서 시작하고, 화림의 나레이션이 깔린다. 안정적인 나레이션은 말을 끝낼 때의 묵직함과 명확함에서 나오는데, 이 부분에서 목소리를 깔기만 하고 묵직함을 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문장의 마무리가 오히려 불안정하고 불분명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화림의 나레이션이 좀 그런 느낌이었다. 무심 무감한 톤은 캐릭터성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랬다 치는데, 문제는 이 바로 뒤에 최민식 배우의 나레이션이 붙는다는 거다. 비교가 안 될 수가 없다. 

 

화림을 굉장히 힙한 무당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 역시 만족스럽지 못했다. 등장부터 느껴져야 하는 기운 같은 게 없다. 젊고 신빨이 쎈, 유명한 무당이라는 설정인 것 같은데 그렇다기엔 영화 내내 별 게 없다. 전면에 나서 기로 압도하는 장면이 없다. 화림이 뭐가 대단해서 미국까지 불려간 건지 모르겠다. 젊고 힙해서 SNS에서 유명세를 탔나

 

대살굿 씬도 재미가 없다. 일단 굿판의 긴장감이 전혀 없고, 배우의 움직임이나 표정 눈빛 무엇 하나 별로 무섭지가 않다. 이 부분은 감독이 제대로 연출을 못한 탓이 큰 것 같기도 하다. 제일 의아했던 건 불을 피워둔 드럼통 같은데 손을 집어 넣고 맨 손으로 재를 집어다 얼굴에 바르는 장면이었는데, 하나도 안 뜨겁고 하나도 안 위험하고 하나도 안 힘들어보인다. 날이 선 칼을 몸에 대고 긋고, 찌르는데도 하나도 섬뜩하거나 오싹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왜... 도대체 왜... 뭘 잘못했길래 긴장감이 넘쳐야 할 굿판이 이렇게나 심심한걸까. 엄청난 대규모 굿판인 것도 아니고 참여자가 많은 것도 아니었는데 아니었는데 봉길이는 마이크를 왜 찼을까. 대형 앰프도 있던데. 화림이 컨버스 신는 거 힙하다고 하는데 굿할 때 신는 신발이 힙해서 뭐하나 싶고. 요소요소는 재미있게 잘 꾸몄는데 정작 씬 전체가 재미가 없었다. 조금만 더 가면 배우 불호가 될 것 같아 말을 아낌

 

굿판 끝나고 무사히 관을 파내고는 작업의 마무리를 그렇게 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고 두렵게 생각한  일인데, 마무리는 인부들에게 그냥 맡겨두고 다 자리를 뜬다고? 자리가 흉해서 이 일을 하네마네 해놓고 마무리를 그렇게 허술하게? 사건을 계속 만들어가기 위한 장치였겠지만, 그게 어느 정도는 납득이 되어야 했는데 나는 납득을 못 하겠다.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니. 게다가 거기 사유지라 입구를 자물쇠로 잠그고 다니는 곳인데, 인부들만 남겨두면 나중에 거기 문은 누가 잠가요? 

 

여기서 또 의문이 이어진다. 뒷돈까지 줘가며 입단속을 시켜놓은 안치실 관리자가 굳이굳이 관 뚜껑을 연다. 타이밍도 되게 이상하다. 뚜껑 따고 있는 걸 봉길이가 발견하고 당신 뭐야! 하고 소리를 지르는데 그만두기는커녕 끝까지 따고 앉았다. 차라리 열고 나서 봉길이가 보는 걸로 하지. 관 속에 든 귀신에 홀려 관 뚜껑을 땄다고 하고 싶었던 걸까. 

 

굳이 관이 나간 땅을 후벼보는 인부나, 뒷돈까지 받아 놓고 관을 따는 관리인이나. 너무 뻔한 욕심 많은 인간의 모습이라 새로울 것도 없고 재미도 없다. 사건의 전개를 위한 장치들이 너무 뻔하다는 소리다. 

 

이게 1부 절반쯤 지난 시점이다. 근데 벌써 나는 흥미를 다 잃었다. 그리고 뭔가 되게 많았는데 기억이 안 난다. 아이고.

 

어찌어찌 그 할아버지 귀신은 퇴치한다. 그래. 그리고 이제 2부가 시작된다. 인간 세계에 물리적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등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물리 퇴마로 물리쳐야 하는 존재. 

 

그래서 2부가 좀 꼬이는 것 같다. 신을 모시는 무당이 겁내는 귀신의 등장. 그리고 마지막에 일대일로 맞서는 것은 지관인 상덕이다. 물리퇴마 방법도 지관의 머리에서 나온다. 이야기도, 분위기도 완전히 달라진다. 

 

쇠말뚝 얘기를 하는데 영근이 그런다. 학교에서 안 배웠냐, 그런 거 90%는 가짜라더라, 그게 있어도 지금껏 잘 살아오지 않았냐, 등등. 겁이 나서 하는 말이란 건 알겠으나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영근이라는 게 어울리지 않아서 문제다. 영근은 나머지 10%의 쇠말뚝에 관심을 갖고 의심을 할 만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기독교인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영근의 삶과 정신에, 그리고 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깊게 연관되어 있는 것은 전통이고 무속이다. 화장장에서 영근이 흥얼거리는 것이 찬송가가 아니라 곡소리라는 것이 그 증거다. 영근이 영험함이나 정기 이런 걸 모르는 사람도 아니니 꼭 해야 되냐, 대부분 가짜라던데, 하며 망설이는 정도로만 했어도 괜찮았을 걸, 너무 구체적이고 비겁하게, 그리고 되게 사람 다시 보게 만드는 소리를 한다. 

 

물리퇴마가 답이라는 점에서 화림의 역할도 거의 힘을 잃는다. 잠깐 시간을 끌어주긴 하지만 그 역시 좀 찜찜하다. 당목에 깃든 신인 '척'하는데, 위엄은 흉내내지 못한다. 우리나라 산천초목에 깃든 신을 대리하면서 좀 더 쎄게 나가지 못하는 것, 게다가 일본어로 말을 건다는 것이 참 아쉽고 거시기하다. 네 이놈! 하며 호령하면 안되는 것이었을까. 영화에서는 뭐 대단한 것처럼 계속 포장하긴 했지만, 상대는 고작 '인간이었던' 귀신에 지나지 않는데. 화림이 진짜 쎈 무당이라면 그렇게 겁을 내서는 안 됐다. 내 몸이 찢기고 터져 죽더라도 네 놈은 해치우고 간다! (말로라도) 혼쭐을 내줄테다! 하는 기세로 악착같이 덤볐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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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였다.개인적으로  <사바하>를 너무 좋아해서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도 컸는데, 그 기대에 못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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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평론가가 파묘에 별점 2.5를 준게 좀 짠 거 아니냐는 말들이 있더라. 나는 음 뭐 그럴수도 있지 이것도 후하게 준 거 아닌가? 허허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바하도 2.5 줬대서 또 마음에서 멀어졌다. 사바하는 그것보단 좀 더 괜찮은데... 별점 수정하실 생각 없으신지 파묘가 2.5면 사바하는 3 정도 줘도 되지 않습니까 안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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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만 요즘 제일 인기 많고 화제의 중심에 있는 영화라 여기저기서 재미난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장재현 유니버스(검은사제들-사바하-파묘) 하나 나와줘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더 슬퍼진다. 우리 나한이는요... 우리 나한이는... 우리 나한이 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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