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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31 | 웡카 Wonka

카랑_ 2024. 2. 1.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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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극장에서 보고싶은 영화가 생겼고, 개봉일이 마침 1월 마지막 주 문화의 날과 겹쳐서 얼른 예매했다. 

 

웡카 Wonka

 

 

 

보러 가기 전에 약간의 참고할만한 사항을 주워듣긴 했다. 팀 버튼이 아닌 패딩턴 쪽에 가까운 분위기라는 것과 뮤지컬 영화이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은 노래는 없다는 것.

 

아니 도대체 패딩턴 분위기가 모야 하며 봤는데(패딩턴 안 봄) 보고 나니 무슨 말인지 알겠다. 전작(이라고 해도 되나?)인 <찰리와 초콜릿 공장>과 비슷한 감성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팀 버튼의 작품이고, 팀 버튼은 팀 버튼이기 때문이다.

 

<웡카>는 마법과 현실 그 사이 어딘가에 놓여있는 굉장히 순한 맛의 동화같은 이야기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배경이 느껴지진 않는다. 알록달록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은 별로 없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배경이 되는 공간을 굉장히 환상적인 색감과 아이디어로 채웠던 반면, <웡카>는 동화같긴 하지만 흔히 말하는 '눈뽕'은 좀 적다. 웡카의 휴대용 초콜릿 공장, 하루도 채 열지 못했던 초콜릿 가게, 엔딩에서 잠깐 등장한, 아마도 초콜릿 공장의 전신으로 보이는 성의 모습 정도인 것 같다. 

 

뮤지컬 영화인데 기억에 남는 노래가 없다는 건 치명적인 단점인 것 같다. 확 꽂히는 노래도 없고, 신이 나서 어깨를 들썩들썩하게 되는 노래도 없었다. 하다못해 칼군무같은 걸로 밀어붙일만도 한데 그런 것도 딱히 없었다. 광장에서 초콜릿 팔 때 사람들 꽉 채워놓고 스텝 맞춘 군무 한 번 화려하게 보여주지. 이건 개인적인 아쉬움인데, 마임이나 슬랩스틱에 특화된 배우가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그쪽으로 눈길이 확 가면서 아쉬움이 좀 상쇄됐으텐데 그런 것도 아니었다. 보면서 제일 이해 안 갔던 건 초콜릿연합 사장들이 경찰서장 매수하던 장면. 일상 동작같은 걸로 박자를 탁탁 맞추면서 시작하는데 그 방식이 대단히 독창적이라거나 박자가 딱딱 맞는 쾌감도 없었을 뿐더러, 사장 세 명의 몸짓이 그리 보기 좋은(?) 몸짓은 아니던데 굳이...? 전체적으로 뭔가 박자가 딱딱 맞고 동작이 착착 맞는 쾌감이 없었다. 맞아. 그거같애. 그 아쉬움이야. 

 

얼굴 빼고는 다 CG였을 움파룸파가 화면에서 실사와 어우러지지 못하고 붕 뜨는 느낌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영화 중간에 기린이 등장하는데, 기린 자체는 아주 리얼하고 괜찮았다. 근데 '배우가 기린의 턱을 계속 긁는' 부분이 문제다. CG인 기린과 배우의 손동작이 너무너무 어색하다. 이걸.. 이걸 오케이를 했어? 싶을 정도. 

 

/ 스포가 많습니다 /

초콜릿을 독점 판매하고 있는 초콜릿 연합이 윌리와 누들을 끝내는 방식이 '초콜릿에 빠져 죽게' 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이쯤에서 궁금해지기 시작한 건, <웡카>는 원작이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로알드 달의 원작을 얼마나 반영한 것인지 찾아봤는데 아마도 <웡카>는 세계관만 빌려온 모양이다. 아 음 그래서 좀 그렇게... 어설픈가? 

아무튼, '초콜릿에 빠져 죽게' 한다는 게 얼마나 말도 안되는 것이냐 하면, 초콜릿 연합에게 부와 권력을 가져다 주는 수단이 바로 '초콜릿'이고, 마치 유사 화폐처럼 사용되기도 하는데, 그런 초콜릿에 사람을 빠뜨린다는 건 그 어마어마한 양의 초콜릿을 그냥 폐기해 버린다는 뜻이 되는건데, 그게 말이 되나??????? 말이 됩니까?웡카 wonka????? 

 

주인공들은 물론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 하지만! 이미! 그들이 빠진! 그 어마어마한 양의 초콜릿은! 식용이 불가능한 것 아닙니까! 근데! 얘들이!! 이걸!! 시민들에게!! 선물이랍시고!!! 초콜릿 분수를 만들어서 초콜릿을 펑펑 쏟아내는데!!! 그걸!!! 먹는단 말입니다!!! 자기들이 빠져 허우적대던 초콜릿을!!!! 이게 말이 됩니까!!!! 

 

심지어 초콜릿에 빠져있는 모습과 초콜릿 범벅이 된 모습이 별로 보기 좋지도 않다. 그리고 여기서도 CG 티가 너무 나서 정말.. 무슨 생각으로 이런 장면을 만든걸까 싶었다. 더 나은 방법은 없었던 걸까. 정말.. 그게 최선이었을까. 

 

캐릭터들이 가진 사연의 깊이가 없는 것도 아쉽다. 윌리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건 알겠는데, 그 절절함이 이렇게까지 안 와닿게 하기도 힘들었을 것 같다. 어머니는 초콜릿의 비법을 알려주지 않은 채 아파서 앓다가 돌아가셨다<-이 한마디로 윌리와 엄마의 사연이 끝난다. 아아, 아파서 돌아가셨구나. 그렇구나. 그 이상 내가 더 안타깝고 가슴 아파할 건덕지가 없다.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누들의 사연도 진짜 너무 뻔하고 재미도 없었다. 출생의 비밀이 있었고, 그게 밝혀지는 계기가 '반지자국'인데, 반지의 무늬가 어떻게 손바닥에 찍히지...? 악수를 했는데 손바닥에 자국이 남아...? 반지를 돌려서 안으로 끼고 있었나...? 차라리 뭐 몸싸움 비슷하게 하다가 주먹을 날렸는데 그게 판 초콜릿이나 초콜릿 반죽 이런데 콕 찍혀서 반지 자국을 알아채게 되었다 뭐 이런 식으로 가는게 더 개연성 있어 보이지 않았을까? 

 

그리구 경찰서장이 초콜릿 연합으로부터 사주를 받고 윌리를 보자마자 물이 꽁꽁 얼어있는 분수대에 얼굴을 쳐박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거 너무 폭력적이고 충격적이었어요... 왜 그렇게까지... 전체관람가에 맞게 폭력성 같은 부분은 수위조절 엄청 잘 한 거 같은데 왜 하필 그 장면만 그렇게까지 표현했는지 모르겠다. 스크러빗이 누들을 쥐어박는 장면조차 없는 영화에서 물에 얼굴을 쳐박는 장면이 나오다니요. 

 

그리고 윌리가 come with me 라고 하는 노래를 부르는데 카펜터스 close to you 도입부 멜로디가 자꾸 떠올라서 엉뚱한 노래를 흥얼흥얼거렸다는 그런 쓸데없는 후기도 덧붙이고, 

 

그럭저럭 봤다. 보고 나니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다시 보고싶어지긴 했다. 나는 팀 버튼이 좀 더 취향인 듯. 그리고 원작이 있고 없고의 차이도 좀 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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