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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영화

20231129 | 서울의 봄

카랑_ 2023. 11. 3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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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을 보았다.

 

영화를 보기 전, 꼬꼬무 시즌2에서 1회로 방영한 1979 서울점령: 운명의 레이스를 먼저 보았다. 이 편을 보고 가면 도움이 된다고 해서. 꼬꼬무에서 방영한 1979 서울점령: 운명의 레이스를 보면 진짜 도움이 많이 된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공간이나 인물들을 구분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일단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니까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서울의 봄을 보실 분들은 2021년 3월 11일에 방영된 꼬꼬무 시즌2 1979 서울점령: 운명의 레이스를 꼭 보고 가면 좋겠다.

 

 

 1979 서울점령: 운명의 레이스 (꼬꼬무 시즌2) 

 

 

 

 서울의 봄(2023) 

 

보고 나면 착잡하다. 분하고 화가 나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이게 진짜 그냥 영화이기만 했다면, 영화적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였다면, 아마 이렇게 깝깝하고 허탈하고 불쾌하고 짜증나는 엔딩이라니, 이 영화 진짜 스트레스 받아서 못 보겠다-라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녔을 거다. 이런 기분 나쁘고 불쾌한 엔딩의 영화는 완성도를 떠나 엄청나게 호불호가 갈리기 마련이다. 서울의 봄이 만약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창작물이었다면 나는 분명 불호!!! 완전 불호!!! 결말이 뭐 이따위야 짜증나!!! 했을거다. 

 

근데 이게, 실화잖아. 역사잖아.


 

서울의 봄(2023) 포스터

 

 

그게 제일 분통이 터지는 부분이다. 일부 각색되고 꾸며진 틈새 메우기가 있었다 하더라도, 전체적인 얼개와 흐름은 모두 진짜다. 그것도 얼마 되지도 않아, 아직도 그 일과 그 시대를 생생히 기억하는 사람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 

 

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여러 영화들이 있는데, 서울의 봄은 좀 다른 느낌으로 나를 참 많이 울게 했다. 분노와 울분으로 눈물이 차오른다는 것이 어떤 건지 궁금하다? 그럼 서울의 봄을 보면 된다. 

 

그렇다고 서울의 봄이 아주 건조한 방식으로 사건과 인물을 그리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후반부로 가면서 긴장감의 고조와 함께 약간의 신파가 곁들여진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런데 이게 그렇게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때쯤엔 이미 전두광 무리들에 대한 분노가 타오르고 있기 때문에 그런 장면들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들 때문에 우는 것이 아니라 그 뒤로 벌어질 일들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눈물이 난다. 이런 고민을 하고 어려운 선택을 하고 신념을 지켜나가는 사람들의 맞게 될 비극적인 결말때문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속으로 쏴!! 쏴버려!!! 라는 소리가 나오는 장면들이 있다. 그 때 쏴버렸어야 했는데! 누구든, 실수로든 그냥 쏴 버렸어야 했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 

 

황정민 배우의 팬들이 겪는 혼란을 우스갯소리처럼 느꼈었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나도 정말 혼란스럽더라. 순간순간 배우 본체를 생각하게 되는 장면들이 있었는데, 어떻게 연기를 저렇게 하지...? 싶을 정도로 너무 대단해 보였다. 혼자 바둑 수를 놓다 노태건의 말을 들으며 얼굴이 클로즈업 되는 장면이 있는데, 눈빛이며 분위기가 정말 살벌하다. 이게 사람이 표현 가능한 분위기인가 싶을 정도다. 정말 왜 그렇게까지 연기를 무섭게 하는 건데요... 

 

노태건에 대한 감상: 이 정도로 전두광 따까리였다고....? 

 

전두광이 미리 빼냈던 세 명의 인물 중 가장 마음이 쓰였던 건 김성균 배우가 연기한 헌병감이었다. 나머지 둘은 그래도 자기 위에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자기가 통솔할 수 있는 인력들과 함께 있기라도 했지, 헌병감은 입도 벙긋하기 어려운 똥별들 사이에서 뭐라 한마디 얹기만 해도 구박을 받는다. 그 급박한 상황에서 큰 소리를 내서 깜짝 놀랐다고 하는 인간들과 한 공간에서 버텨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끝까지 육본을 지키려 했고, 소신도 지켰으며, 때때로 대드는 것도 서슴치 않는다. 나 처음엔 그 참모차장? 그 인간도 하나회 관련된 빌런인 줄 알고 속터졌는데 그냥 무능력한 똥별이어서 그랬던 것 뿐이고 ㅠㅠ 그걸 눈 앞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헌병감 속이 말이 아니었을거다. 헌병감 진짜 너무 안쓰러웠는데 그 와중에 진짜 할 수 있는 데까지 끝까지 고군분투하는 걸 보고 있으니 또 눈물이 줄줄 나고 ㅠㅠ

 

어이구.. 진짜 이게 어떻게 현실이야. 어떻게 이런 말도 안되는 결말이 있어. 영화가 너무 말도 안되는 결말을 냈어 어떻게 그런 놈들이 이겨 ㅠㅠ 어떻게 그 놈들이 정권을 잡아 ㅠㅠㅠ 이 영화 이상해 이상하다고 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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