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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30 | 경성 제일 끽다점 카카듀 / 박서련

카랑_ 2026. 5. 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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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련 작가의 작품을 몇 개 더 보고 싶어 골라온 것 중에 하나였다. 앞서 본 〔마르타의 일〕이 썩 맘에 들지 않아 이것도 별로면 이제 박서련 작가는 그만 봐야지 했는데, 곤란하게 됐다. 이건 또 괜찮네. 나, 참.

 

경성 제일 끽다점 카카듀 / 박서련

 

 

 

전체 제목은 〔경성 제일 끽다저 카카듀〕라고 읽어야 하는 거겠지? 아무튼 끽다점이 뭔가 했더니 차를 즐기는 상점, 다시 말해 그 시대의 카페였다. 그러니까 경성에 있었던 카페 카카듀인거다. 

 

 

근데 이야기는 엉뚱하게도 영화감독 이경손에서부터 시작한다. 자신보다 한 살 많은 조카 가족의 이동을 도와주는 이야기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이경손이 예술에 빠져 연극을 시작했다 말아먹고, 영화 감독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상세히 설명하더니, 나중에서야 그때 그 한 살 많은 조카와 다시 만나 경성에 카페를 내는 이야기를 겨우 내어 놓는다. 

 

 

이 과정에서 익숙한 이름들이 많이 등장한다. 내가 알아본 것은 사실 몇 개 안되는데(이애리수, 나운규 정도?) 아마 그 시절 우리나라 영화계나 예술계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반가워할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 같다. 박서련 작가가 이런 걸 참 잘 하는 것 같다. 실제에 기반한 창작. 실존 인물들을 엮어 놓는 것. 역사의 빈틈을 이야기로 메꾸는 것. 

 

 

 

카카듀를 열고, 여전히 나(이경손)은 어리바리 우유부단하기만 한 것 같은데, 난데없이 일본 경찰로부터 두들겨 맞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야기를 통틀어 가장 크고 갑작스럽고 예측불가한 사건이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이야기의 분위기가 또 완전히 뒤바뀐다. 처음에 슬쩍 들려주었던 매형의 이야기가 여기서 다시 이어붙고, 한 살 많은 조카 현앨리스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는 것이다. 이때 내내 삼촌대우를 하던 앨리스가 본색(?)을 드러내며 나를 애취급하는데, 묘한 희열이 느껴진다. 나 왜 이런 거 좋지 ㅋㅋㅋ 

 

 

시대를 잊으면 안 된다. 결국 독립운동이다. 그저 커피를 파는 곳을 드나드는 예술가들 얘기를 하고자 함이 아니었다. 

 

 

급작스런 전환을 맞은 이야기는 다소 급작스럽게 마무리되는 느낌이기도 하다. 앨리스의 계략을 두고두고 곱씹는 나의 현재는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태국에서 결혼해 살고 있는 사업가라니. 이 과정도 간단히 얘기는 되지만, 그래도 중요한 건 나의 삶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은 앨리스의 존재이며, 앨리스에 대한 뭔지 모를 감정이다. 

 

그 여자는 밖에 있다. 지금 있다.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 그 여자는 내 의도에 갇힌 적이 한순간도 없다. 언제나 내가 예상하지 못한 자리에서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발견된다. 내가 쓴 앨리스가 나를 발견한다. 내 특기는 여주인공을 놓치는 것. 나는 언제나 내 인생의 서사를 스스로 장악하고 있다고 착각해왔다. 

 

그리고 현앨리스가 나타난다.

 

이것이 나에게 일어날 모든 일의 가장 불가해한 요약이다.

 

 

 

재미있게 잘 읽었다. 〔체공녀 박주룡〕을 좋게 본 사람이라면 이것도 분명 좋아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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