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

20260501 | 상속자들 The Inheritors / 윌리엄 골딩

카랑_ 2026. 5. 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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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에 후루룩 읽을 얇은 책으로 골랐던 것 중 하나였다. 근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사이에 끼어 있을 땐 분명 얇아 보였는데... 실상은 200p가 넘는 일반 책 분량이다. 그래서 읽기 좀 힘들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후루룩 읽히지 않았고, 분량도 적지 않아서.

 

상속자들 The Inheritors / 윌리엄 골딩 

 

 

 

 

책 뒤에 쓰인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의 비극적인 대면을 통해 인간을 규정하는 핵심 속성인 폭력과 이기심에 대해 탐구한 수작 이라고 쓰인 문구에 혹해서 빌려온 거였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라는데 나는 잘 모르겠구여... 그래서 책날개에 있는 작가 소개부터 읽었는데, 옴마야. 〔파리대왕〕을 쓴 작가였네? 오. 나 그거 읽었어. 재미있게 봤어. 그랬던 기억이 나. 

 

 

이게 번역서라서일까. 아니면 진짜 좀 어려운 걸까. 혹은 누가 봐도 재미는 없는 걸까. 진짜 안 읽힌다. 네안데르탈인 무리들로 시작하는데, 이름만으로는 누가 누군지 구분도 잘 안 되고, 읽다보면 겨우 성별은 구분되는데 금세 누가 누구였는지 또 헷갈리고... 네안데르탈인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모든 문장들이 다소 투박하고 불충분한 형태로 이루어져 있기도 하다. 근데 그 설명은 또 지나치게 세세하다. 그러니까 모자란 어휘력으로 상황과 장면을 너무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안그래도 상상하는 거 잘 못하는 나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배경이나 움직임, 상황을 설명하는데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고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꾸역꾸역 읽다보면 이 네안데르탈인 무리가 이동하면서 하나 둘씩 죽거나 사라지고, 그러다 새 사람(호모 사피엔스)를 만나고, 서로를 경계하고, 그러다 비극을 맞고? 그러는 내용인 것 같다. 내내 네안데르탈인의 눈으로 본 세상을 그리던 이야기가 마지막 몇 장에서는 호모 사피엔스의 입장에서 서술된다. 문장의 수준이나 표현이 확 달라진다. 

 

 

고기 조각으로 배를 채운 네안데르탈인들은 이렇게 표현된다.

 

삶은 충족되었고 더 이상 음식을 찾기 위해 멀리 갈 필요가 없고 내일은 안전했고 그 이후의 날은 너무 요원해서 아무도 그날을 굳이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삶은 매우 아름답게 가라앉은 허기처럼 느껴졌다. 

 

 

네안데르탈인이 본 호모 사피엔스는 이렇게 표현된다.

 

새 사람들은 그가 이전에 본 어떤 것과도 다르게 움직였다. 그들은 두 다리로 딛고 균형을 잡고 있었고 그들의 허리는 너무 가늘어서 움직일 때마다 몸이 앞뒤로 흔들렸다. 그들은 땅을 쳐다보지 않고 똑바로 앞을 바라보았다. 

 

 

마침내 로크(네안데르탈인)이 새 사람(호모 사피엔스)를 이해한다. 

 

로크의 새 머리는 어떤 것들이 바다의 파도처럼 사라지고 끝났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머리는 사람이 가시를 품에 안듯 아픔을 감내하며 고통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모든 변화를 낳은 새로운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중략) 이제 로크는 새롭게 이해한 사실에 몸서리치며 막대기나 고기를 자르기 위해 돌을 사용한 것처럼 확실하게 '같음'을 도구로 사용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같음'을 통해 손을 사용하는 하얀 얼굴의 사냥꾼들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들이 임의적이고도 무관한 침입자가 아니라 생각이 가능한 존재로 자리매김되었다. 

 

 

 

아무래도 내가 스스로 받아들인 게 없으니 작품 해설에 기댈 수밖에 없다. 

 


로크와 파와 그 사이에 낳은 아이로 추정되는 여자아이 라이쿠, 로크의 부모로 보이는 말과 늙은 여자, 하와 닐과 둘 사이에 생긴 갓난쟁이로 보이는 새 아기로 구성된 네안데르탈인 공동체는 극심한 굶주림 속에서 먹을거리를 어렵사리 구해 가며 안식처를 찾아 해변가에서 얼음이 녹아내리는 산으로 이동한다. 이들은 거대한 폭포수 옆에 있는 절벽 위의 안식처 돌출부에 도착하는 여정을 거치며 원시인들의 세계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자신들과는 다른 새로운 존재의 실체를 맞닥뜨리며 하나 둘씩 죽음을 맞는다는 내용이 소설의 주된 골자를 이룬다. 

 


『상속자들』의 위대함은 사물을 표면적으로 인식할 뿐 아니라 생각을 정교한 언어로 표현할 능력이 없는 네안데르탈인의 시선에서 그들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을 단순하지만 명료하고도 아름답게 독자들에게 전달하며 세상을 '새롭게' 보게 만든다는 데에 있다. 

 


순진무구한 네안데르탈인이 지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진화하고 우월한 '새로운 사람들'에 의해 파멸당하는 이야기를 통해 골딩은 원시인의 눈에 비친 호모 사피엔스를 해부하며 그 호모 사피엔스의 후손인 우리 자신을 철저하게 '낯설게(defamiliarize)'한다. 

 

 

작품 해설을 보면서야 겨우 내용을 이해했다. 작가의 의도? 그런거 파악할 정신이 어딨어. 흐름이 안 읽히는데. 근데 나 이거 번역 탓 좀 해도 되나. 해설에서도 '생각을 정교한 언어로 표현할 능력이 없는 네안데르탈인의 시선에서' 쓰인 글이라고 하고 있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읽는 내가 뭔 소린지 모르겠는게 말이 되나. 뭔가 전체의 그림을 그려놓고 신경써서 용어를 바꾼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출부라는 말도 내내 못 알아듣다 작품 해석에서야 테라스같은 형태를 돌출부로 쓴 것임을 알았다. 도저히 주변 풍경도, 상황도 그려지지가 않는게, 진짜 나 뿐인건가. 내 문제인건가. 

 

 

내가 기대한 건 〔에볼루션 맨〕이었는데 이건... 아니었다. 너무 안 읽히고 뭔 소린지 모르겠어서 울고 싶었는데 잘 참고 끝은 냈다. 이제 재미있는 거 읽을래. ㅠ0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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